문학과 음악이 이야기한다 - 동갑내기 두 거장의 예술론.교육론
오에 겐자부로.오자와 세이지 지음, 정회성 옮김 / 포노(PHONO)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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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하면 몇 사람 밖에 모르는데... 그래도 요즘 애정을 가지고 만나는 작가가 오에 겐자부로다. 그가 쓴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일본 작가들 작품 중에는 가장 많이 읽었나 보다.

 

특히 그가 의식있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그런 작가라는 생각에 더 애착이 간다.

 

그와 함께 대담한 오자와 세이지는 음악 분야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잘 알려진 이름일 테다. 그들이 공교롭게도 동갑이라고 하니, 1935년생인 그들은 군국주의 천황제 국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민주주의가 막 정착하려고 할 때 청년기를 보내고 2000년대 들어 수구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본 사회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 다 가정적으로는 변방에 속한다고 할 정도로 부유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힘으로 자기 세계를 개척한 사람들이다. 이런 두 거장이 2000년을 맞이하여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대담을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쇄국에 가깝게 일본 사회가 변하고 있는데...

 

사실,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하는가 보다는 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고 보면 된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음악과 문학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 과연 일본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등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둘의 공통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일본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보편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이 다르다는 이중 기준, 이중 규범을 부정한다. 그런 것에 매몰되면 쇄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적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보편적인 것이 일본적일 수 있다는 것, 그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대담에서 이들은 국가주의를 비판하며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고 있다. 개인이 존중되는 사회가 그들이 원하는 사회고, 이런 개인을 국가나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본적이라고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그들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어로 소설을 쓰지만 그의 작품이 번역되는 것은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삶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자와 세이지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서 그 점을 발견할 수 있고, 점점 극우화되어 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어쩌면 이들 대화에서 우려하고 있던 쇄국으로 일본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19년 전 대담이지만, 지금 일본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이들이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것이 꼭 일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나 음악가가 지녀야 할 자세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자세를 지니고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파울로 프레이리와 마일스 호튼의 대담집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와 같은 느낌... 거장들의 대화를 읽으며 우리 삶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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