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 19세기 말 이후 한국 현대사와 시의 만남
이성혁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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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표현하는 존재다. 세계를 자신의 표현 속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시인은 바로 세계 자체다. 따라서 시 역시 세계 자체다.

 

그렇다면 시는 역사에서 떨어져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시가 세계 자체라면 시는 곧 역사다. 우리가 시를 읽는 것은 인간의 역사를 읽는 것이다.

 

시를 읽으며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삶이 역사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그러므로 시를 읽으면 자연스레 역사를 읽게 된다. 역사, 그 속에서 인간들이 함께 살아왔던 것 아니던가.

 

하지만 시를 그렇게 읽지 않고 역사에서 독립된, 세계에서 독립된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존재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시는 서정 이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바로 역사 속에서 그런 시를 썼다는 사실... 독재 정권 아래서 그 정권을 비판하지 못하고 그에 아부하는 시를 쓰면서 그것을 순수서정이라고 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역사다. 세계에 깊이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역사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 시가 세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인 역시 세계 속에서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그 사건들을 시가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우리나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개화기부터 2016년까지 역사를 개관하면서 시가 어떻게 역사를, 사건을, 사회를 드러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당대 씌어진 시부터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 사건을 다룬 시까지 아우르면서.

 

하여 시와 역사가 함께 드러나 있다. 개화기 때 창가부터 일제시대 독립을 노래한 시들, 그리고 해방이 되고 격동기를 노래한 시, 전쟁의 참담함을 노래한 시, 이승만 독재 때 나온 시들, 4.19를 다룬 시, 박정희 개발독재를 다룬 시, 벗어날 수 없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시, 1980년대 첨예한 정치의 시대를 다룬 시, 그리고 급변했던 1990년대 공동체보다는 소비지상주의로 흘러가던 우리 모습을 다룬 시, 그러다 맞은 외환위기... 또 2000년대 시들.

 

이렇게 큼직한 사건들을 다룬 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를 읽으며 현대사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현대사 속에서 시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려 했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이 책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시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글들을 부록으로 실어주고 있다.

 

가령 2000년대는 박근혜 탄핵문이 실려 있으며, 1970년대 개발독재를 다룰 때는 10월 유신 선언문이 실려 있다. 아버지와 딸이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현대사를 일별할 수 있고, 여기에 따른 시를 알고, 시인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해당 시기를 맡아 썼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시와 역사는 앞으로도 함께 갈 것이니...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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