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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1 - 올림포스의 신들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강경화 외 옮김 / 열림원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신화다.
어떤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누군가가 글로 옮겨 썼는데, 다시 그 글을 읽고 베껴쓰기 시작한 사람이 과연 똑같이 쓸 수 있었을까.
또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내용은 점점 늘어나거나 다른 내용으로 가지를 뻗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책은 스테파니데스라는 사람이 쓴 그리스 신화다. 그가 자기가 알고 있는 신화를 서술했기에 내가 알고 있던 다른 부분이 나온다.
또 전에 읽었던 책과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헤파이스토스의 탄생에 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 즉, 헤라가 자가생식한 자식이 헤파이스토스라는 말은 이 책에 없다.
아테나가 제우스가 여자의 몸을 빌리지 않고 제우스 머리에서 나왔듯이 헤라 역시 자신이 남자 없이 아이를 낳고 싶어 나은 자식이 바로 헤파이스토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하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헤라의 자가생식 이야기인데,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가 결정이 된다.
그래도 헤파이스토스가 태어나자마자 불구인 몸이 되었으니 그를 헤라가, 세상에 결혼의 신이자 가정의 신인 헤라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버리는 쪽으로 내용이 전개되니... 당시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리스 사람들의 의식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약간씩 다른 내용이지만 그리스 신화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에 대해 더 이야기하면 그는 처음에는 버려졌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올림푸스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리스 사람들이 장애인을 차별했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내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하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받아들인 모습, 그것이 바로 헤파이스토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약간씩은 다르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비슷한 대동소이의 그리스 신화다.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그리스 신화를 썼는데, 이 책은 1권 올림푸스 신들에 관한 이야기다.
올림푸스 신들, 이도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이 책은 제우스 - 헤라 - 아프로디테 - 아폴론 - 헤르메스 - 데메테르 - 아르테미스 - 헤파이스토스 - 아레스 - 팔라스 아테나 - 포세이돈 - 헤스티아를 들고 있다.
이 중에 우리에게 낯선 신이 바로 헤스티아다. 가정의 신. 우리나라로 치면 조왕신쯤 되는 가정의 불을 관장하는 신, 그래서 어떤 모험이 나타나지 않는 신.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작은 분량을 차지하는 신이다.
작은 분량이라지만 불이 귀했던 시대에 헤스티아는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는 주요한 존재였으리라. 우리나라 역시 불을 꺼뜨린 며느리는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다 못해 근대에 연탄을 때던 시대를 생각해도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고대 사람들에게 헤스티아는 중요한 신일 수밖에 없다. 섬김을 받아야만 하는 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는 이유때문에 올림푸스 12신에 헤스티아를 빼고 하데스를 집어넣기도 한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가 지하세계에 산다고 해서, 올림푸스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푸스 12신들에서 빼는 경우가 있는데... 크로노스의 자식이고 제우스의 형제라는 이유로... 그를 올림푸스 신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디에 속하면 어떻겠는가. 이 신들은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니, 신들의 이야기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신화를 통해서 읽어나가면 된다.
그림도 곁들여 있는, 그리스 신화를 체계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한 그런 책이다. 8권까지 이어지는 책.. 주욱 읽어가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