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서로 위로하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생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리라. 어떤 사람은 그만큼 선생들은 쪼잔해서, 먹을 똥도 없다는 뜻이라고 하기도 하고, 선생들은 꽉 막혀서 배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냄새가 심해 먹을 수가 없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이 뜻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다. 선생 노릇 쉽지 않다는 것. 쪼잔하다는 얘기는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그만큼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고, 꽉 막혔다는 얘기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른 쪽으로 해석을 하면 그래서 선생들은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쪼잔하든 구체적이고 자세하든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가 있고, 꽉 막혔든, 원칙에 충실하든 역시 상대에게는 구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생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교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고, 교사들에 대하여 방학을 없애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교사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미투 운동도 일어나고 있으니... 교사들은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누가 교사를 인정하나? 우선 교사들을 지원해야 할, 이름도 참 교육지원청이라고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장학사(관)들이 있는 교육청은 여전히 교사 위에 군림하고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고만 있고, 교육청 위에 있는 교육부가 과연 교사들을 믿고 있는지, 그들이 교육제도를 바꾸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교육과 관련있는 이런 조직이 이미 교사를 무슨 종 취급하거나 죄인 취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자존감은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교사들을 더 끌어내리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학부모(부모가 아니라 학부모다. 학부모가 되지 말고 부모가 되라는 광고가 있을 정도니, 우리나라에서 학부모란 말은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더 강하다)들이다. 가장 교사들을 믿지 못하는 집단, 자기 자식들을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나게 교사들을 불신하는 집단이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학교를 시장으로 판단한다. 상품이 학교에 들어왔다. 자식들이 상품이라면 교사는 판매자다. 소비자자 원하는 상품을 내어놓아야 한다. 그러니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교사들은 무능한 교사일 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성, 전인? 아니다. 오로지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일 뿐이다. 이것을 교사들이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일 뿐이다.

 

상품으로 교육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교사를 대하면, 그리고 교사를 존중하면 교육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사람은 없고 상품만 넘치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다. 학부모는 학교를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한 집단을 더하자. 교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들, 교사의 존재이유기도 하지만 교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교사들이지만 학생들에게 유독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 모습이 바로 수업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떤 수업을 해도 듣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있다가 아니라 많다.

 

최근에 교사들에게 온갖 수업 방법에 대한 연수, 그리고 수업방법론이 나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수업 붕괴라는 현실에서 교사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각종 방법론을 들고 나온 것 아닌가.

 

이 책을 쓴 김태현 교사도 그런 방법론을 전파한 사람 중에 하나다. 교사들에게 수업 붕괴를 막을 방패를, 수업 혁신을 이끌 창을 줄 수 있다고 믿고 나름 열심히 활동한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교사를 위로하는 글을 썼다. 수업 혁신, 아니 교육이 사는 길은 방법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수업을 살리는 길은 기술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고, 온갖 교수법에 있지 않고 바로 교사의 삶에 있다고 하고 있다.

 

우선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누구나 어려운 길에 있다고. 밤하늘에 별이 있는데 별을 볼 수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듯이, 학생들 가슴에 별을 심어주고 싶은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다고...

 

학생들 가슴에 별을 심어주는 일은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우선 교사들 자신이 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별을 가슴에 심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 내가 마음이 편해야 다른 사람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데, 교사는 학생을 보기만 하고 자신을 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교사들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어떻게? 바로 이 책에서 그림과 시, 글을 통해서 교사들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딱히 어떤 방법론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지금 교사들에게는 방법론으로 대변되는 기술이 중요하지 않고 교사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자신들 삶을 보고 힘듦을 인정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교육활동을 하는 것. 그렇다. 이 책은 교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사방에서 교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은 교사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냥 따스하게 교사를 감싸주고 있다. 바로 여기서 시작하자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우리 교사들은 모두 힘들다고. 서로 손을 잡아주자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교사들이 처한 상황, 고민을 알 수 있게 된다. 남 앞에 선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교사들은 남 앞에 서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코 앞에 서지 않는다. 교사들 앞에 서 있는 존재는 바로 학생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 책을 쓴 교사처럼 그림과 시 하나를 더하고 싶어졌다. 바로 이것이 학교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시는 서정춘의 '죽편1'

 

 

학생은 이 그림에서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처럼 전면에 나와 있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학교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정중앙을 차지하며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학교가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교사는 화가다. 벨라스케스 자신을 그림에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뒷편에 그것도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지켜봐야 하고, 그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 벨라스케스가 그림을 남겼듯이.

 

왕으로 대변되는 학부모, 교육청, 교육부 관료들은 멀찌감치 있어야 한다. 그림 속에서 거울 속에 있듯이... 이들은 나서서는 안 된다. 그냥 지켜봐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가 제대로 운영된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명작으로 남듯이.

 

서정춘의 시를 보자. 그럼에도 교육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이 학교에 다닐 때 완성되지 않는다. 서정춘 시는 짧다. 그런데 시 속에는 긴, 긴 시간이 담겨 있다.

 

  죽편1

     -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죽편, 동학사. 2002년 2판 1쇄. 18쪽.

 

교육은 그만큼 멀다. 수업 하나하나는 밤이 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가슴에 별을 심고 꽃을 피울 때까지 멀고 먼 시간, 긴 시간이 걸린다.

 

그 머언, 긴 시간을 보고 수업을 하는 교사, 그들이 삶을 보고, 삶을 사는 교사들이겠다. 이런 교사들에게 왜 지금 애들이 꽃을 피우지 않냐고 하는 사람, 이들은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지금만큼 많을 때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교사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들어 하는 교사들 곁에 가만히 앉아 있어주는 이런 책, 이런 책을 쓴 교사가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이 여전히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지치고 힘들고 우울함에 좌절에 빠진 교사들, 이 책은 이런 말을 해주고 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ㅡ 우리 함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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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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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6: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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