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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 2003.제1호
시인 편집부 지음 / 시인(도서출판)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헌책방에 들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제목이 한자로 되어 있는 책 '詩人'을 만났다. 어, 이런 잡지가 있었네. 1호부터 몇 권이 있었는데 우선 1권을 펼쳐보니 '조태일' 편이다.
내게는 '국토'의 시인으로 기억에 남은 시인. 사서 읽다보니, 시인이라는 시잡지를 조태일 시인이 만들고 운영했더란다. 까맣게 모르고 있던 사실.
엄혹했던 시절 없는 돈으로도 시 전문지를 냈던 조태일 시인이 단지 편집자로만 남지 않고 자신도 많은 시집을 냈으니... 그의 시집 중에서 '국토'는 내가 젊었을 적 많이 읽은 시집이었는데... 여전히 '국토'에 실린 '국토 서시'라는 시는 기억 속에 남아 있고.
그러니 다시 시인이 복간되면서 1권에 조태일 시인을 특집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시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잡지는 조태일 시에 대한 평이 앞에 나온다. 조태일 시인이 우리나라 시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가 쓴 시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비평가들이 밝혀주고 있다.
다음에는 이동순 시인이 선정한 조태일 시35편이 실려 있다. 조태일 시인이 생전에 발간한 시집 중에서 이동순 시인이 고르고 고른 시들이니, 이 시들을 읽는 재미도 좋다.
조태일 시 다음으로는 인간 조태일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실렸다.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시인으로의 모습 등 다양한 조태일 시인의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이 잡지에 실려 있고, 또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을 짓는 과정에 대한 글도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시인을 대우하는 사회가 된 것인지, 각 지방에서 지방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기념관을 만들고 있는데...
조태일 기념관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나중에 머물기도 한 곳에 기념관이 들어섰으며, 그의 시가 출발한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에 기념관이 있고, 또 조태일은 우리가 기념할 만한 시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면 굳이 '시인'이란 잡지를 복간할 필요는 없었으리라. 시 전문지라는 위상에 맞게 그것도 시인들이 직접 쓴 시들이 실려 있다.
한편 한편 시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시인들의 글씨 속에 묻어나는 시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좋다.
물론 시 전문지를 내면 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는 할 수 있다. 그것이 아직도 시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겠다. 꾸준히 시집이나 시 전문지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렇듯 우리나라 시인을 기리고, 또 새로운 시들도 만나볼 수 있는 시잡지 '詩人'... 읽으면서 무척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