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드라마 - 너무 가까워 낯설게 만난 당신 인생의 이야기
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팀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후마니타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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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손을 내민다. 말을 해보라고.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묻혀질 뻔한 삶들을 글로 살려내겠다고. 홀로인 삶이 아니라 함께인 삶으로 나아가자고.


'구술생애사'는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누구의 삶을? 이미 앞에 나선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 많이 알려진 사람들의 삶도 아니다.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글로 남기려는 행위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뿐인 삶을 살고, 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자신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삶은 기록으로 남고, 누구의 삶은 기록할 가치가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글이 기득권을 보여주는 존재였다면, 반대로 글은 기득권을 해체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구술생애사는 그렇게 기득권을 깨는, 우리의 삶이 모두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실천이다.


'6411의 목소리'라는 것이 있다. 남들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지배-복종의 사회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잃어버린 목소리들을 찾아야 한다. 찾아줘야 한다가 아니라 찾아야 한다. 그런 찾는 행위가 바로 '구술생애사'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이야기되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자신이 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하나 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들이 넘치면 특정한 이야기가 권력을 휘두를 수 없게 된다. 글이 말에게 손을 내밀고, 말이 다시 글과 손잡고 다른 말들을, 글들을 이끌어내게 된다.


뒤에 감춰져 있던, 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삶들이 말을 통해서 앞으로 나오게 되고, 이것이 글을 통해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전달이 된다. 우리는 그 삶들을 읽고 들으며 그들이 내민 손을 맞잡게 된다.


손과 손이 맞잡고 함께하는 일, 이것이 바로 연대다. 이러한 연대는 평등한 관계들에게서 일어난다. 따라서 이 책은 평등한 사람들의 연대를 꿈꾸는 책이 된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삶이 그 사람만의 삶으로 끝나지 않음을, 내 삶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이야기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하게 된다. 그러면 특정한 이야기가 설치는 일은 사라진다.


노회찬 재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6411의 목소리'의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만민보'라고 우리 사회 각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앞에 있던 삶들이었다면, 이 책은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삶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런 삶들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들이 늘 뒤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책에 기록이 되든 되지 않든 이들 역시 자신의 삶에서 앞에 선 사람들이다. 그런 삶을 다시 글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뿐이다.


그러니 뒤에 있던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삶이라는 뜻이지 이들의 삶이 뒤처진 삶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앞에 서서 삶을 살았다. 다만 그것이 권력을 지향하는 삶이 아니었을 뿐이지.


소중한 삶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났다. 아직까지도 이들이 겪었던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한 노회찬 재단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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