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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누더기 소녀 - 완역본 ㅣ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7
L. 프랭크 바움 지음, 최인자 옮김, 존 R. 닐 그림 / 문학세계사 / 2009년 9월
평점 :
이제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오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독자들은 오즈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한다. 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오즈. 작가는 무전을 생각해낸다. 무전을 통해서 도로시로부터 오즈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제 독자들은 계속 오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지만, 오즈는 계속 존재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오즈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할까? 도로시로부터 시작해도 좋겠지만, 작가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킨다. 오즈와 이름이 비슷한 오조다. 삼촌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오조가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하다가 마법사의 집에서 사고를 겪는다.
삼촌과 마법사의 아내가 돌로 변한 것. 이것을 풀 수 있는 마법의 재료를 가져와야 한다. 이 마법사는 2권에서 오즈마 공주 편에 관련된 생명의 가루를 만든 마법사. 그는 생명의 가루로 아내가 만든 헝겊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오조와 헝겊 인형(이 헝겊 인형이 누더기 소녀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그 전에 이미 생명을 부여받는 유리 고양이와 함께다. 이 여행이 독자들에게 친숙해지기 위해 털북숭이 노인을 등장시켜 함께 여행하게 하고, 에메랄드 시에 도착해서는 도로시와 허수아비도 함께 하게 된다.
마법의 재료들을 모으는 것은 실패했지만 오즈마 공주의 도움으로 돌로 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 행복한 결말이다. 결말은 늘 행복이니 여기까지의 과정을 살펴야 한다.
이번 편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마법은 이제 아니다. 오즈마 공주는 오즈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마법 말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이번 편은 언어다. 말이다.
말로 상처를 주고, 심지어는 말로 인해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언어는 자신을 규정짓기도 한다.
오조를 수식하는 말은 '불행한'이었다. 오조는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자신이 관여를 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삼촌이 돌이 되는 것도 또 오즈마 공주가 금한 일을 해서 죄수로 갇히게 되는 것도 모두 자신이 '불행한 오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기 암시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한'이라는 꾸밈말에 갇히면 어떤 일에도 이것과 연관짓게 된다.
난 역시 안돼. 무엇을 해도 안돼. 나하고 함께하면 불행해져. 이런 사고가 결국 자신의 행동을, 행동의 결과를 그렇게 만들도록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
오조 역시 그랬다. 그런 오조에게 새로운 이름을 준다. 오즈마 공주는 '행복한 오조'라고 부른다. 허수아비 역시 '행복한 오조'라고 부른다. 이때 오조가 자신이 불행하다는 증거로 든 것들의 반례가 나온다.
금요일... 불운한 날. 아니다. 일주일 중의 하루일 뿐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좋은 일 역시 일어나는 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13일...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악마가 강림하는 날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고, 13이란 숫자를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양철 나무꾼은 이를 간단하게 뒤집는다. 자신에게는 13이 행운의 숫자라고.
그랬더니 오조는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말한다. 불행한이라는 말을 증명하려 들면 온갖 것들이 다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은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왼손잡이였단다. 왼손잡이들은 보통 양손을 다 쓸 수 있지. 하지만 오른손잡이들은 한 손밖에 쓰지 못하잖니.'라고 하면서 왼손잡이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은 핑계를 찾아낼 수 있다. 오조는 팔에 사마귀가 있다는 것까지 들먹인다. 참, 가지가지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불행을 어떻게든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경우가.
오른팔에 있는 사마귀가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네 코끝에 사마귀가 있다면 그건 불행한 징조야. 하지만 팔 밑에 있는 사마귀는 행운의 표시란다'(228쪽)라고 같은 사실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언어다. 언어가 자신의 삶을 규정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모험 중에 만나게 되는 호퍼 나라와 호너 나라의 전쟁이 일어날 뻔한 것도 결국 말 아니던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말들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 이것은 허심탄회하게 또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지니고 듣는다면 더이상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말은 서로의 관계를 좋게 할 수도, 나쁘게 할 수도 있으며,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또는 나쁜 방향으로 규정할 수 있음을 이번 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떤 것에서 '불행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것이 '행복한' 이유가 되는 쪽으로 관점을 돌리기를 오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무엇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