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마사키의 법정의 수화 통역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 신체의 일부(혹은 아주 많이)가 불편해지는 상황을 자주 생각했다. 반년 전에 다리 시술을 받은 엄마는 아직도 편하지 않다고 하면서 살짝 절면서 걷는다. 통증이 아주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런 엄마의 일상이 변했다. 외출을 꺼린다. 본인이 불편하고, 그러다 보니 같이 다니는 사람이 자기를 챙기느라 불편해질 것을 느껴서 웬만한 일에는 잘 나가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불편함이 외출을 못 하게 하니 이제는 마음까지 우울해졌다. 갑자기 닥친 불편함이 이 정도인데, 오랜 세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들의 세상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야기 데프 보이스의 시작이다. 구직 활동을 하던 아라이 나오토는 일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그렇게도 싫어했던 수화로 새 직업을 찾는다. 그는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 이다. 부모와 형은 농인이었고, 그는 청인으로 살았다. 농인 부모에게 태어난 청인 아이의 삶이 쉽지는 않았다. 자라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뒤로하고 그는 이제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너무 익숙하게 봐왔던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의 시선에 새로운 건 없었다. 은행 업무를 돕기도 하면서 누군가의 일상에 스며들던 그때, ‘해마의 집현재 이사장이 공원에서 살해당했다. 범인을 찾지 못했지만, 어느 농인이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뭔가 이상하다. 17년 전에도 해마의 집이사장이 살해당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그 아들이다. 혹시 이 부자에게 원한이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같은 상황, 같은 방식으로 살해를? 농인을 위한 해마의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일까.


읽으면서 순간순간 그의 지나온 삶을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가 너무 쉽게 말했던 정상의 의미를 생각했다. 부모와 형은 들리지 않는 사람,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그의 정체성의 혼란이 전해졌다. 밖에서는 농인의 가족이라고 시선을 받고, 집안에서는 그보다 형을 더 챙기는 부모님에게 서운하고. 그가 듣고 말할 수 있으니 걱정을 덜었다고, 오히려 형이 살아갈 인생을 더 걱정하던 부모님의 태도를 그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부모님의 걱정을 모를 것도 아주 아니지만, 평범한 아이였던 그가 받은 상처는 누가 돌봐줄 수 있을까. 그러니 그가 밥벌이를 위해 농인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 점점 더 보이는 그들의 상처와 고충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는 이제 그의 업무 이상의 것에 다가간다. 그들이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진실의 장면을 찾아다닌다. 농인의 가족으로 살면서 청인이었던, 농인의 세계를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던 그의 시간에 새로운 세계를 쌓는다. 그가 살아간 진짜 세상을 이제야 열었다.


처음 나오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외면하고 싶었던 삶에 다가간 기분이 어떨까, 였다. 그가 택한 직업으로 그동안 보려고 하지 않았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그가 점점 미궁에 빠진 사건에 관심을 두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에 접근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의 삶이 점점 변해가는, 그 변화의 의미와 깊이가 앞으로의 그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기대되는 마음. 나오토를 앞세워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안 들리는 척, 모르는 척했던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의 시선 역시 변하게 된다. 나오토가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언어를 그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래서 법 아래에서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 그들의 침묵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릴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다. (데프 보이스, 318페이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용의 귀를 너에게는 통역 수화를 하게 된 아라이 나오토의 2년 후를 이야기한다. 여전히 그는 통역 수화를 하고 있으며, 지금은 애인 미유키, 미와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인 그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 여전히 법정에 선 농인을 대변하며 법정 통역도 하고 있지만, 혼란의 순간은 찾아온다. 그의 마음에 무슨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걸까.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농인이 강도 사건의 피의자가 되어 기소된 사건, 농인이 농인에게 사기 치고 기소된 사건, 어느 주택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미와의 같은 반 친구에게 찾아온 선택적 함묵증까지.


농인이라고 해서 말을 아주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농인의 말이 청인의 말과 똑같이 들리는 것도 아니다. 피의자로 기소된 농인을 만난 나오토는 그가 말을 못 하는 농인이라고 하지만, 그가 내는 소리는 누군가에게 말이라고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의 경험상, 그의 어머니가 큰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고 목소리를 낸 기억을 꺼낸다. 농인이 사용하는 말은, 말일까 소리일까. 이 사건을 들으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들에게 언어가 어떤 역할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고, 농인을 위한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많은 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농인 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통역을 동반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즈모리의 부탁을 받은 나오토는 피의자 진술 자리에 참석한다. 수화가 다 똑같은 거로 여겼는데, 수화도 소리를 내 하는 말처럼 거친 언어가 있다는 걸 알았다. 피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나오토의 역할이 이 사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미와는 같은 반 친구 에이치가 등교하지 않는 일을 알게 되고 나오토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이치는 점점 말을 하지 않게 되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어린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동시에 이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말이 얼마나 신뢰성을 가지며 법정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되물으면서, 정신적 질환을 앓는 아이가 하는 말의 깊이를 생각한다.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 소년은 점점 더 깊이 자기 방으로 숨어든다. 나오토와 미와, 루미 씨는 소년이 방 밖으로 나오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어루만진다. 소년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대화라는 것을 증명하며, 이들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다. 특히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함묵증(緘默症)이 있는 에이치에게 수화를 알려주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보 취급할 때 반드시 그 신체적 특징을 모방한다. 뇌성마비를 앓는 사람, 하지에 장애가 있는 사람,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 그 동작과 표정을 과장스럽게 흉내 내는 것이다. 농인의 경우는 수화가 그 대상이 된다. 아라이의 어린 시절에는 원숭이 흉내를 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농인의 빠른 손동작이나 때때로 발성하는 목소리가 원숭이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얼굴까지 원숭이의 흉내를 내며 바보 취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까운 곳까지 와서 노골적으로. 어차피 저들은 모른다며.

모를 리 없다. (용의 귀를 너에게, 173페이지)


이번 책에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정육학을 부르짖으며 장애가 있는 아이가 부모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해서 생겨났다는 이상한 논리를 사람들이 제법 신뢰했다는 것. 심지어 법으로 지정까지 하면서 부모의 책임을 설파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을 더 고립시키려는 나쁜 의도로까지 보였다. 전작에서 문제가 많았던 해마의 집이 폐쇄되었기에, 더 나은 농인 교육 시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새로운 시설을 만들기 위해 기부를 받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더 위기에 빠질 것 같았는데 많은 이의 노력으로 다행히 무마됐지만 끝난 건 아니다. 이들에게는 아직 새로운 농인 교육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숙제로 남았다.


전작에서부터 등장하는 농인 교육 시설 해마의 집이름이 궁금했는데, 이번 책에서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기 때문에 귀가 필요 없고, 쓸모가 없어진 귀는 바다로 떨어져 해마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가 된다. 이렇게 또 한 가지 배워간다.



<장애인 차별 해소법이 생기고, 장애인 고용 촉진법으로 합리적 배려는 법적 의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런 일은 끊이지 않습니다.>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244페이지)


법정의 수화 통역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더 이어질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오토는 미유키와 결혼하고 미와까지 새로운 가족으로 살아가던 중 딸 히토미가 태어난다. 혹시나 아이가 태어나면 귀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던 나오토는, 미유키를 만나고 함께 살면서 그 걱정은 뒤로하기로 한다. 만약 농인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건 또 그대로 살아갈 방향을 잡으면 되니까. 이 모든 변화는 미유키를 만나면서였다. 그리고 그가 수화 통역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겪고 느끼는 게 많아져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과거의 그와 현재의 그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환경도, 생각도.


이 책에는 4가지 이야기가 연작소설처럼 이어진다. 모두 농인의 등장이고, 청인 세계에서 농인으로 살아가는 불편함과 고통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이야기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는 의료 시설 이용 중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해서 겪는 슬픔이 표현된다. 농인 부부가 임신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면서, 정확한 의료 정보는 소통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이 부부에게는 불행이 닥친다. 진료받는데 필담만으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수 없었다. 묻고 싶은 것을 말할 수도 없었다. 의료 전문 통역도 아니었기에 전문적인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를 들면 좌약<앉다>,<>이라고 통역해서 잘못 이해한 농인이 약을 앉아서 먹으려 한 일은 통역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이다. 이런 일들을 청인이 들으면 설마 좌약을 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농인의 이해 부족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 사람들리는 사람사이에 예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정보의 격차를 유념하지 않으면 자칫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아라이는 항상 이러한 우려를 품고 있었다.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47~48페이지)


농인이 아니어도 어렵기만 한 병원 진료가, 농인에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런데도 농인이 더 세상 속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방향의 활동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쿨 사일런트에서는 청인 부모에게 태어난 농인인 젊은 청년이 나오토에게 통역을 부탁하면서 농인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어려움을 보여준다. 독화도 발음도 좋은 청년. 제대로 된 수화를 배우려고 나오토와 친해지지만, 그의 연예계 관계자는 청년에게 다른 것을 요구한다. ‘쿨한수화란 무엇일까. 그들에게 농인의 수화는 언어라는 생각이 없는 걸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손짓,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듯한 신기함, 쟁점이 될만한 소재로만 여기는 건 아니었을까? 정작 그 수화를 사용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만큼, 청인들이 바라보는 농인의 세상은 너무 단편적이었다. 그 단편적인 마음을 증명하듯 보여주는 게 법정의 웅성거림이다.


회사에 취직한 농인 여성이, 근무 조건을 지켜주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의뢰가 들어온다.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이고, 의뢰인이 받을 상처가 걱정되기도 했다. 일할 때 수화 통역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필담 역시 상대가 귀찮아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점점 회사에서 외면당하는 의뢰인의 마음이 저절로 읽혔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자기의 고충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지 않음이 상처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의뢰인 역시 회사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모든 내용과 공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은 말한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다고, 이 정도는 들리는 줄 알았다고, 본인이 싫어서 안 하는 줄 알았다고. 그들이 알게 모르게 외면했기에 의뢰인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그들에게 섞이지 못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소리가 들리는 청인중심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요된 불편함은 비단 지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생명에 관해서만큼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재해시 송출되는 긴급방송이나 사고시 교통기관의 안내 방송도 그들에게는 가 닿지 않는다. ‘그 지진당시 많은 장애인의 피난이 늦어지고 지원을 못 받는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그중 들리지 않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재무선 방송을 듣지 못할 뿐 아니라 피난 생활 중에 커뮤니케이션도 충분하지 못하여 고생했다고 들었다. 큰 재해만이 아니다. 앞서 말한 휴대전화의 표현을 빌려 갈라파고스상태에 놓은 상황이 여전히 그들 일상 속에 만연한 것은 아닐까.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41페이지)


조용한 남자사건에서는 수화 역시 사투리처럼 그 지역 특유의 언어로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망 사건 해결과 동시에 새로운 언어를 향한 나오토의 열정도 의아했지만, 이즈모리가 그 열정과 타인의 일에 직접 나서는 모습이 따뜻했다.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 하는 일이 그냥 신체의 불편함 정도가 아니었다. 농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의료, 복지, 노동 현장의 거대한 장벽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이 장벽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너무 선명하게 우리 앞에 보이는 게 아이러니다. 나오토에게 태어난 딸 히토미 역시 청각장애가 있다. 농인 가정에서 청인으로 살아온 그가, 이제는 청인 부모에게 태어난 청각장애 아이를 키운다.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농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울 것이다. 그가 겪어오고,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다. 전혀 쉽지 않을 일이 그에게 닥쳐왔다. 하지만 과거의 그가 힘들었던 때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그의 옆에 미유키와 미와, 센터의 다른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그 모든 상황을 감당하던 때와는 다르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 역시 스스로 느끼고 있을 테지. 그의 걱정과 고민을 함께 나눌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고 든든한지.


읽다가 정말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미유키가 딸 히토미의 청각장애를 알고 고군분투하다가, 이제 인공와우 수술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하던 장면이다. 수술만이 이 상황에서 제일 나은 선택으로 알았던 미유키의 마음이 변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당연하게 인공와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들릴 수 있게,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지 않게 하려면 그것만이 답이라고. 하지만 청인으로 살면서 청각장애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전문가의 시선을 알게 된 후 그녀는 딸에게 속삭인다. ‘있는 그대로의 너로 괜찮다는 말이 그렇게 포근하게 들릴 수 없었다. 아마 그녀 마음에 큰 변화가 있었겠지. 혹시 들리지 않는 아이가 태어날까 봐 주저하던 나오토에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들리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자신만만했던 그녀가, 막상 들리지 않는 아이가 태어나니 감당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터.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들리게 노력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전혀 들리지 않는 삶을 조금은 알고 있었으니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러기에 미유키의 선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보인다. 그런데도 따뜻하게만 들렸던 그 한 마디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며 서로 섞이고 이해해야 한다고. 그렇다고 서로를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 그것도 안다. 하지만 나오토의 시선이 변하는 걸 계속 지켜보면서 농인의 세계를 알아가는 게 마냥 어려운 일은 아니며,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겠다. 이 시리즈가 많이 읽혀서 우리가 다른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더 넓은 시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데프보이스 #용의귀를너에게 #통곡은들리지않는다 #마루야마마사키

#법정의수화통역사 #수화 #통역

##책추천 #황금가지 #추리소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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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5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프 보이스 일드로 먼저 보고 나서 원작 까지 읽어 봤습니다
법정 수화 통역 이야기도 생소 했지만 일상 생활은 물론 의료 복지 일반 교통 이용 하는 것도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

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장벽이 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가 이렇게 많이 나온거 구단님때문에 알게 되었네요 ^ㅅ^

구단씨 2021-08-25 00:58   좋아요 2 | URL
저는 데프 보이스를 좀 늦게 알았어요. ^^ 최근작 읽으려고 하다가 시리즈 마지막 책인 걸 알고 처음부터 찾아서 읽어봤네요.
진짜 일반적인 생활 거의 모든 게 어려울 거라는 걸 이렇게 듣고 알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것과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희선 2021-08-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도 나왔군요 본래는 한권만 쓰려다가 한권 더 썼다고 하던데, 다음 이야기도 있군요 아라이 나오토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다니...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를 낳을까봐 처음에는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많이 달라졌네요 세상은 장애인이 살기에 힘듭니다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지 않았나 싶어요 더 생각하고 도움이 주면 좋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31 19:53   좋아요 1 | URL
네. 첫번째 이야기 끝의 작가의 말에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도움과 작가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변화와 나아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한 농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

희선 2021-09-02 00:17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코다>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더군요 예전에 그 영화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했더니,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벨리에>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거였어요 부모님이 듣지 못하는 것과 딸이 가운데서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것은 같지만, 조금 다르기도 하답니다 <코다>는 음악 용어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 영화 이야기 들으니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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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더워..... ㅠㅠ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에어컨 켠 곳에만 있자니 움직임이 줄어들고.

책을 손에 들기는 했으나 페이지는 안 넘어가고... 나만 그래? 

그래도 재밌는 책 찾아서 읽고 싶은 갈증은 남았으니...


며칠 전에 웹서핑 하다가 발견한 페이지.


무섭다, 재밌다, 놀랍다… 답답함 날릴 오싹한 이야기들 - munhwa.com


스릴러 전문가 10인이 고른 10권의 책. ^^

재밌을 것 같다면서 살펴보니, 으아.... 읽은 책이 한권도 없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궁금한 책들이구만요.


테러호의 악몽 1,2 / 과외활동 / 영혼의 심판 1,2 / 스완 /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영원의 밤 / 얼굴 없는 살인자 / 이별의 수법 / 여름의 시간 / 로스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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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7-21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중에 과외활동 하나 읽어봤네요. 가볍고 스피디해서 요즘 읽기 딱입니다. 적당히 재미있고요🙂

구단씨 2021-07-22 21:46   좋아요 2 | URL
과외활동 앞부분 읽다가 포기했는데, 그걸 잘 넘겨야 했던 거네요. ^^
물감님 말씀 듣고 나니 재도전의 의욕이 뿜뿜~!

얄라알라 2021-07-21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복‘ 위세를 보여주는 폭염이네요!

구단씨 2021-07-22 21:47   좋아요 3 | URL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던가요? ㅠㅠ 완전 헉헉.
오늘의 더위는 내일의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에 두렵습니당.

scott 2021-07-21 14: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여름에 만나는 스릴러 공포!
공포-스릴러-추리-미스터리 -사회파 추리물까지 골고루 담겨 있는 리스트네요
댄시먼스-도나토 카리시-미야베 미유키-와카타케 나나미-로스트 케어
요렇게 읽어 봤는데
[로스트 케어]는 단순히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초고령화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마나카 아키 필력이 대단합니다.

구단씨 2021-07-22 21:48   좋아요 2 | URL
읽은 건 없지만, 목록에 넣어둔 도서가 보여서 괜히 반가웠습니다. ㅎㅎㅎ
특히 말씀해주신 <로스트 케어>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왠지 찌찌뽕 느낌이... ^^

징그럽게 무서운 더위가 계속되네요. 건강 조심하셔요!
 


거의 반년을 망설이다가 지난 달에 구입했는데,이거 완전 편하다.

평소 규조토 발매트를 보면서 편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살 생각은 안 들던데,

(그냥 나는 천으로 된 발매트 자주 빨아서 사용하는 걸 더 선호한다.)

컵받침은 몇 번을 보면서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을 고민하게 되더라.

작년에도 망설이다가 결국 이번 여름이 오고나서야 구매.



찬 음료 따라놓은 컵 때문에 테이블에 물이 흐르는 게 싫은데,

규조토 컵받침 놓으니 대박이다. 컵받침이 물을 잘 흡수해서, 테이블에 지져분하게 물기 없다.

한참 놔두고 컵받침 만져보면 컵받침이 시원하다. 찬 물기를 다 흡수하니 시원해진 듯.

아주 유용하다. 두 개만 샀는데, 몇 개 더 사둘까 고민 중.

근데 규조토 발매트는 할인하는 거 많던데, 컵받침은 원래 이 정도 가격이 적당한가? 좀 비싼 느낌.


원래 알라딘에 4종류 있었는데, 지금은 다 품절이네.

얼른 다시 올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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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15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써요. 편하고 좋은데, 한 번 더러워지면 (커피나 차 흘리면) 더러워진대로 써야 하더라구요. 그거만 주의하면 여름 컵받침으로 특히 좋습니다.

구단씨 2021-07-15 16:1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육각 받침에 얼룩이 생겼어요. 잘 안 지워지더라고요.
보기 싫긴 한데, 그래도 편한 거 하나 보고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

붕붕툐툐 2021-07-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규조토 발매트 써본 1인으로서 천으로된 발매트가 훨씬 좋다는데 동의합니당~ 컵받침은 신박하네용!

구단씨 2021-07-17 22:12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
저는 규조토 발매트가 편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구매하기도 전에 이거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서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천으로된 발매트를 그냥 쭈욱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희선 2021-07-17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규조토는 물기를 흡수하는가 봅니다 컵받침 예쁘네요


희선

구단씨 2021-07-17 21:24   좋아요 2 | URL
네. 규조토가 물을 흡수해서 발매트로 많이 나오더라고요.
컵받침은 아주 유용합니다. ^^
 



동네 산책하듯 떠나는 여행서.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다.

나 혼자 가야 여행, 나 혼자 백제 여행, 나 혼자 경주 여행. 이번에 개정판 출간으로 <나 혼자 백제 여행>을 읽고, 경주 여행까지 읽고 있다. 역사 여행을 이렇게 다녀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추천한다.


이 책 때문은 아니지만, 백제문화역사지구 여행을 계획했었다.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서 부담 없이 다녀오기로 했었다. 7월 첫 주에 2~3일 예정으로 돌아보기로 하고 숙소를 알아보기도 했다. 평일이면 좀 저렴하게 갈 수도 있겠군. 하지만 웬일. 비가 이렇게 빨리, 아주 많이 올 줄 몰랐다. 이 지역의 재래시장이, 큰 도로의 사거리 곳곳이 물에 잠겼다. 게으름에 숙소 예약까지 한 건 아니어서 다행인 걸까. 일정은 다시 8월 첫 주로 변경되었다. 비 때문에 미뤄지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미뤄진 게 더 나은 듯하다. 딱히 백제문화역사지구를 돌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보다 저자의 코스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펼치고 나처럼 놀란 사람 분명 있을 텐데? 백제의 흔적이 서울에도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내가 둘러보려고 했던 곳도 부여, 공주, 익산 정도였다. 그러니 뜬금없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산책하듯 모이는 공원에서, 주택가 근처에서 백제 유물이 자리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지. 풍납 백제문화공원과 풍납토성, 한성백제박물관, 방이동과 석촌동의 고분까지, 어떻게 서울의 곳곳에 이런 흔적이 남을 수 있을까? 특히 석촌동의 고분은 내가 몇 번이나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있었다니. , 도대체 뭘 보고 다닌 거니?


저자가 너무 편하게 얘기해서 그런지, 마치 이 여정이 마음 크게 먹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슬리퍼 신고 나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나선 길 같다. 그렇다고 이 여행의 의미가 가벼운 건 아니다. 그만큼 역사 여행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크게 계획하고 떠나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이번에 부여를 시작으로 돌아보고 싶던 마음도 비슷하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사는 이곳에 백제문화유적이 자꾸 나오고 있고,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세월을 가끔 지켜본 시민으로 학교 수업에서나 들어왔던 백제문화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에 무지했고, 달달 외우면서 시험 보기에 바빴던 시간은 지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변에 역사를 주제로 함께 여행할만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목적의 여행 계획은 오롯이 내가 주관해야 했다. 별것 아니지만, 어려운 일이어서 미루고 미루기만 했으니 민망하다.


역사 여행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저자는 선뜻 나선 그 길에서 동선을 확인하고 봐야 할 것을 보면서 나름 체계적인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 흐름에 자기만의 여행을 그려보기도 한다.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역사적 사실과 검증된 것으로 파악하면 될 테지만, 그 역사의 흐름에 같이 하는 문화의 흔적도 놓치지 않는다. 자료로 확인한 것이 바탕이 되면서, 저자가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이 더해져 역사의 비워진 틈에 그의 지식을 채워 넣는다. 박물관 마니아라는 저자의 수식어에 맞게,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하면서도 박물관에서 얻은 정보로 지식을 더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할 일이겠지.


정림사지는 백제가 부여에 남긴 건축물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완전한 형태로 남은 것이다. 아 아니, 고분도 건축으로 포함한다면 유일무이는 아니겠구나. 부여 역시 능산리 고분이라는 왕릉이 있으니까. 음 여하튼 그만큼 역사적 가치도 상당하다 하겠다. (나 혼자 백제 여행, 190페이지)


백제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한 설명에 흐름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백제는 신문물 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듯하다. 특히 중국의 문화를 백제의 분위기에 맞게 변화하여 발전시켰다. 삼국(혹은 가야까지)으로 잘 지내기도 했지만, 전쟁도 겪어야 했다. 신라와 손을 잡아 고구려에 대항했으면서도 신라의 힘에 무너지기도 했던 백제는 이제 역사 속에 있다. 그 세월 동안 백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문화 교류를 했다. 특히 일본의 문화 곳곳에 백제의 흔적이 있는 걸 보면 백제의 기술이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게 증명되기도 한다. 백제의 건축 양식은 불교를 도입하면서 더 활성화된 느낌이다. 절을 짓고 탑을 쌓고. 왕의 능을 만들면서 그 기술을 뽐내는 듯하다. 오늘날 남아 있는 백제의 흔적을 보면 그 시대의 기술을 그대로 눈에 담게 된다. 목탑으로 시작하여 석탑으로 변화하는 과정, 그 우아한 능, 절까지. 통일신라는 물론이고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데... , 정말 지나가면서 자주 보던 것도 너무 가볍게 봤던가 보다. 내 나라의 역사를 조금 더 관심 두고 살펴볼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다.


여행서는 많고 다양하지만, 이 책이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저자의 여행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마치 동네 마실 나가듯 아침 먹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박물관이나 유적지로 간다. 물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만이 정할 수 있는 동선일 테다.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 이 역사 여행을 다녀봐야 하는 걸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백제 여행은 서울 잠실의 버스를 타면서 시작된다. 그 여행은 부여와 공주, 익산까지 이어져 백제 문화 여행의 완성판을 이룬다. 마음 끌리는 대로, 백제 유물 유적의 가치는 놓치지 않고, 발걸음은 가볍지만 마음은 진지하게 걷는다. 백제 유물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 보이는 것 이면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혹시라도 배경지식이 얕아서 주저하는 이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고? 나보다 더 배경지식이 없는 이가 있을까? 그런 나도 백제 문화 유적 여행을 계획할 정도면 이 여행은 전혀 어려울 게 없다는 거다.


석탑 중 오른편에 위치한 동탑은 1994, 사라진 동탑의 터에 새 돌을 자르고 올려 마치 새 것처럼 복원한 것이다. 반면 왼편의 서탑은 백제 때부터 오랜 세월 이어오던 석탑이다. 특히 서탑은 2001년부터 해체를 시작하여 2009, 탑의 뿌리인 심주에서 사리장엄구를 발견하였고 2018년 여름부터 완전히 복원되어 다시금 공개되었다. 그런 차이가 있음에도 어느덧 동탑도 연차를 꽤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이곳과 어울리는 맛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다만 돌을 기계로 너무 새것처럼 갈아서 여전히 가까이서 보면 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적당한 거리를 두고 , 본래 저런 모양이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나 혼자 백제 여행, 224페이지)


2015년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더 관심이 생긴 건 사실이다. 가끔 미륵사지 석탑, 무왕의 묘라고 불리던 쌍릉, 왕궁리 석탑 등을 보러 가곤 했다. 내가 사는 도시에 있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보호하듯 이어져 온 손길이 무엇인지 보고 싶기도 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어느 날 가림막이 쳐지고 복원의 세월을 거쳐 거의 20년 만에 다시 시민들의 눈으로 들어왔다. 우연히 지나다 본 쌍릉은 한참 발굴 작업 중이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었다. 왕궁리 석탑은 서늘한 가을날 행사 갔다가 봤다. 뭐든 의도하고 간 건 아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는데도 일부러 가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못 가본 곳이 될 터였다. 거기에 우리가 겉핥기식으로 알아 왔던 백제의 이야기를 조금은 진지하게 다시 찾아보고 싶어졌다. 패배국이라는 오명 말고, 백제 문화가 세계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것이 사라졌고 그래서 더욱 상상력에 의존하여 그 시대를 알아가야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과 보이는 것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알 것 같다. 말 그대로 일상이 고고학. 역사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을 만나고 싶은 거다. 조금은 더 알고 그 유물과 유적지를 만난다면 여행의 의미는 더 깊어지리라. 다르게 보인다는 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다. 백제 유적 유물에 관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백제의 역사를 같이 배우면서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팁에 따르면, 한성백제여행과 공주 부여 익산으로 떠나는 12일 코스가 있다. 한성백제 여행은 정말 하루에 다 다녀볼 수 있을 듯하다. (월드타워 근처에 언니 집이 있어서 그렇게 다녔던 길이건만, 이곳을 모르고 화려한 타워의 불빛만 보고 다녔네, 그려) 그리고 내가 계획했던 부여 공주 익산 백제문화역사 여행은 반대의 코스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곳에서 부여와 공주까지 가는 시간은 자차로 30~40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공주 먼저, 그리고 부여(미안, 사실은 아울렛이 첫 번째 목적지였어. ㅠㅠ), 부여에서 1, 그리고 이곳 익산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코스를 장식하고 귀가. 이 책이 굉장한 여행 안내서가 된다는 걸 이미 확인했으니, 안심하고 이 책 한 권 들고 떠나야겠다. 비가 빨리 멈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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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8월의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ㅅ^

구단씨 2021-08-17 02:0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녁 바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8-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환절기가 서서히 오는 듯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

초딩 2021-08-0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페이퍼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월요일 같은 화요일 즐겁게 시작하세요. ^^

이하라 2021-08-06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08-17 02: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좋은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

서니데이 2021-08-0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8-17 02:1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덩달아 새로운 아이스크림 찾아서 먹는 재미에 빠졌어요. ^^

희선 2021-08-07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 님 축하합니다 일상에서 역사를 알려는 거 좋을 듯합니다 경주에 사는 사람은 그런 거 하기 쉬울 것 같은데... 경주만 말하는 건 아니군요 백제 여행인데... 백제 여행을 서울에서 시작한다니 신기합니다


희선

구단씨 2021-08-17 02:11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가 점점 넓은 곳 이야기로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