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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남자 나이 마흔은 청바지를 입고 싶으나 비어져나오는 뱃살을 감당 못해 태가 안나는 나이일까. 조국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했길래 얼굴 되지, 몸매 되지, 게다가 머리에 든 것까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중년은 남자들의 로망일까.
우석훈의 1인분 인생은 마흔에 들어선 남자 우석훈의 이야기다. 그가 키우는 고양이 야옹구에 대한 이야기며 활동가 출신 태권도 유단자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이야기다. 우석훈 1인의 인생.
우석훈을 알고 싶다면 퍽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여성이며, 그에 관한 이야기는 소문과 같이 듣고, 전형적인 가정주부에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사람과 사는 나한테 사실 이 책이 그닥 소용이 있지는 않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사는 마흔 이후의 남성이란다.
남성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 어떤 얘기를 나누고 공감할까 궁금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뾰로통하니 고개를 외로 꼬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가 분통터져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은 남자 여자 따로 놓고 볼 일이 아니니 말이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에 가서야 나는 이게 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유를 알았다.
김규항의 글들이 시대를 개탄하면서도 그 잘못을 지식인에게 묻는 것에 내가 큰 소외감을 느꼈다면 우석훈의 화는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내가 지식인이 아닌 그냥 아줌마라고 지금 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에 성을 내는 걸 우습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모이면 “이게 다 MB탓이야” 소리 높여 욕을 한다. 거기에 무슨 지식인이니, 성찰이니 뭐 그런 고민 같은 것은 없다. 상대가 분명하다. 그런데 우석훈도 그런다는 것. 눈높이를 낮춘 건지, 워낙 개인적인 글쓰기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게 편하게 읽힌 이유다.
게다가 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의 중심에 있어본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나같은 아줌마와 같은 피로감을 느끼고 말을 하니 나, 잠깐 위로까지 받은 것 같다.
교육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에 나는 동의한다. 공교육을 강화시켜야 함에도 교육을 이 난장판으로 만든 것에 좋아 죽는 것은 사교육 뿐이라는 지적도 맞지 싶다.
세상 일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가 훌륭하게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는 진중권의 책을 화장실에서 읽었다는데, 나 또한 그의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손에서 뗄 수가 없었기에 화장실 갈 때도 가져갔음을 고백한다. 그 때 내 식탁 위에는 몇 권의 책이 뒹굴었지만 내가 우석훈의 책을 늘 들고 간 것은 메모하면서 읽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은 남자하고 술 대신 향기 좋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 책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든 생각이다. 아줌마로 사는 나는 남편 말고 이렇게 수다떨 남자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쫌 아는 사람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같이 미워하면 그만큼 시원한 속풀이가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