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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 설레임을 주는 책이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서재 결혼시키기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책들과 그가 살아오면서, 그를 만들었던 책이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우리가 함께 길을 걷어야 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즐거운 의식이라 생각한다. 『서재 결혼 시키기』의 저자와 배우자가 서재에 어떤 책을 채울까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책의 서가를 싫어하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이와 꼭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욕망이 생겼다.
4년에 걸쳐 쓴 18편의 에세이를 한 호흡에 읽었다. 한 문장을 읽으면, 다음 문장이 손짓한다. 읽다보면, 허전함에 다음 글을 찾아 떠나다 보니, 어느새 끝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책에 빠져있는 행복한 책가족의 일상을 보는 일은 설레고 행복하다.
# 책과 함께 살아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가에 책을 저자의 뜻대로 옮기던 그는 셰익스피어의 책에서 난관에 빠진다. 조지는 나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 때만의 달랐다고 한다는 글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또 즐거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는지 상상하니, 질투가 났다.
책에 펼쳐진 글은 상상의 나래가 되어, 지금 여기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게 했다. 내 서재를 꾸민다면, 어떻게 정리하지, 공간은 얼마나 나누고, 또 어떻게 책을 관리해야 할까. 겹치는 책은 또 어떻하지?
책과 함께 살아가다 겪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책에 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푸는 퀴즈, 극지방 탐험에 관한 책꽂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지인이 좋아하는 섀클턴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웠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책을 좋아하는 지인을 생각하고, 우린 그렇게 책과 또다른 책의 여정을 떠난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양한 이들, 원서를 봐야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보며,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도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동질감에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꼈다. 수 천년 전에도 공자님은 죽간을 세 번 바꿨고, 조선 시대 여인네는 방각본으로 소설을 읽었다. 일제시대, 전쟁 중에서도 사람들은 책을 읽고, 책과 함께하면서 세상이 변하기를, 세상과 타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꿈꾸며 살아왔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서 살아남았던 종이 책은, 정보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전자책과 다른 매체로 인해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만 읽었던 권력의 도구에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문자를 읽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위가 남아있는 한,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매체가 종이 책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촉감과 시각, 뇌와 장소가 주는 후각까지 다양한 감각으로 읽는 독서의 매력은 한 번 깊이 빠지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믿는다. 책의 미래는 불안해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남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의 미래는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