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삭발...그게 정말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도 그저 귀를 기준으로 위로 아래로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머리길이였는데, 그 단발머리정도의 머리카락도 다 잘라서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냥 개끼를 부리고 싶었던 것 같다. ㅋ
수번을 확인했다. 진짜 머리를 다 밀거냐며..나보다 바리깡을 들고 계신 분이 더 망설였던 것 같다.
그냥 다 밀어달라고 했다. 문자적으로 진짜 난생 처음 느끼는 시원함과 가벼움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러고 싶은 충동이 있긴 한데, 머리가 자라는 동안의 추노같은 머리 꼬라지를 다시 마주할 생각을 하면 자신자연스레 그 욕망이 사라진다.
며칠 지난 후에 부모님은 내 머리를 보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이미 저질러진 일에는 대체로 윤여사(엄마)는 침묵하시는 편이시고, 아빠는 원래 만사가 오케이신 분이시니 그냥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세상의 다른 어른들은 우리 부모님과 달랐다.
고등학생티를 완전 벗지 못한 삭발 대학생은 (사실 염색도 했다)...남들 눈에는 소위 불량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편의점을 가든 어디를 가도 주위 어른들은 나를 위아래로 훑으면서 혀를 끌끌 차거나 더 나아가 "학생...학교는 그래도 마쳐야...사회에서 제 구실하며 살지..ㅉㅉ.."에서부터 시작해서 온갖 꼰대의 조언을 서슴치 않고 하셨다. 과외도 첫날 바로 잘렸다. 세상의 편견에 직격탁을 맞았다. 작은 친절은 고사하고 모든 사회 연결 고리에 장벽이 생겨버린 느낌을 갖게 되었다. 신기한건,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당황스럽고 어색했지만, 곧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에 맞게 생각과 행동이 점점 불량스러워졌다. (진짜로..실상을 나열하기에는 너무 불량스러워서 ㅋ). 이 악순환은 내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풀기 쉬운 문제였다. 그러고선 깨달았다. 내 경험과는 다르게 쉽게 해결치 못하는 악순환의 문제가 세상에는 수없이 많다는 것을...
12월 24일에 본토 제 3중학교에서 발생한 가시와기 군의 사망 사건의 주 용의자로 몰린 오이데 슌지. 평소 슌지는 두명의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학교 안밖으로 여러가지 말썽을 일으키는 무리들이었다. 그 무리중 특히 오이데 슌지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가시와기가 죽기 전 한달점쯤 가시와기는 오이데슌지와 다툼도 있었다. 그리고 가시와기는 등교 거부를 하고, 한달 후 학교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하는 듯 보였으나, 갑자기 날라온 미야케의 주리가 작성한 고발장으로 인해 유력한 살인자로 오이데 슌지가 물망에 오른다. 결국 교내 재판의 피고자로 서게 된 오이데 슌지. 단정치 못한 품행과 행동거지, 과거 행적으로 봤을때 다른 여느 학생들과 비교할 때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오이데 슌지.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3번째 책의 1/3정도밖에 읽지 않아서 오이데 슌지가 결백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슌지의 결백이 진실이라면, 슌지를 감싸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의 실타래가 이 재판을 통해서 한 가닥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그 실타래에 묶여 고통받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실타래를 풀어 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