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교회를 드나들며, 어린시절의 추억을 시작으로 삶의 여정 가운데 여러가지 형태로 교회라는 공동체는 내 삶속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그러한 시절을 보내는 동안의 진짜 속마음은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다. 믿지 못함조차도 드러내지 못하고 불신앙적인 말과 행동을 가린체 가식적인 종교적인 행위들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질문과 궁금증은 의심이라는 부정적인 말로 전환되어 질문조차 할 수 없는 보수적인 교회의 분위기.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은 곳이 교회 뿐이겠냐만은 보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더욱 나를 옥죄여 왔다. 그러한 답답함은 부모님을 떠나 대학교를 가면서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여러 교회를 드나드며 소위 말하는 교회 쇼핑도 하기 시작했고, 한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 다니면서 교회 밖에서 교회, 그리고 교회안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그러한 믿음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며, 또한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불신지옥, 예수천당"를 목터져 외쳐 부를 만큼 저 구호가 기독교의 핵심가치를 나타내는 말인지에 대한 의문에서까지 수많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힌트들을 찾고 싶었다.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하면 깨끗하게 뒤돌아 무신론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개인적인 믿음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동전의 양면에서 항상 앞면만 보고 싶다는 기복신앙적인 믿음. 오로지 자기와 자기 가족만 복 받으며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이 예수의 축복인양 과시(?)하는 이기적이고, 소비적인 믿음생활자들에 대한 거부감  또한 내가 온전한 기독교인이 되기를 주저했던 중요한 이유다. 


그러한 갈팡질팡한 마음을 지니며 나는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마침내 천지가 개벽하고 눈이 띄여지는 깨달음이 도래하여 회심하는 계기들이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수천개의 질문가운데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적은 수의 답 (또는 납득이 되는 경험)을 알게 되어가고 있다.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본래 우리의 믿음들을 옳게 가짐으로써 어떤 올바른 신학을 갖는 것에 관한 일이 아니라, 예수 안에서 특별하게 알려진 하나님과 깊이 관계를 맺는 것에 관한 일이다." (놀라움과 경외의 나날들, 마커스 보거 지음, 65p). 나의 불신앙적인 의심과 궁금증들은 예수를 아주 조금 알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현재까지 답보다 의문을 더 많이 품은 예수를 믿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믿음과 불신앙의 연속선상에서 왔다갔다 하며 여전히 수많은 질문을 품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신의 영역을 온전하고 완벽하게 이해하는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의견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 불완전한 인간이 신의 영역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애쓰며 노력했던, 그리고 그런 길을 걷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또한 안심이 되는 일이다.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 (마 7:7-8)"  우리의 존재만으로 기뻐하시는 그분이 우리에게 구하라고 하신다. 신은 과연 우리 인간에게 무엇을 구하라고 요구하시는 것일까?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사는 삶, 모두가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되기를 구하길...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신에게 구하여야 할 것들이라고 한다. 그리하면, 우리가 구하는 대로 그분은 우리의 나날들을 놀라움과 경외의 날들로 채워주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0-12-31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잘쓴 글이 제 글 같다는 건 아니고 이유들요. 😅 저는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

han22598 2021-01-01 07:59   좋아요 0 | URL
저만 갈팡질팡하고 있지 않은 거였어요 (다행).라로님! 이제 진짜 2020년이 몇 시간 안 남았네요~ 내년에도 알라딘에서 자주자주 뵈용 ^^ 해피 뉴이어!

레삭매냐 2020-12-31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원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존재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불신지옥, 예수천당이 아니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가 예수 그리스도
의 핵심 과제이거늘 과연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런진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만 사랑하는 게 아닌지...

무튼 코로나로 저문 경자년 잘 보내시고
다가오는 신축년 새해 행복해 보이소(cow)!

han22598 2021-01-01 08:03   좋아요 0 | URL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가. 그리고 기독교가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자신만을 사랑하는 일은 그저...본능인데...굳이 기독교를 끌어다...구원이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크리스챤들...
과연..진정 예수가 원하는 삶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문제인 것 같아요.

2021년에도 레삭매냐님의 좋은 책 읽기, 좋은 서평...계속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noomy 2020-12-31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네요. 환경 안에 겹겹이 둘러싸인 개인이 의심하고 회의하기란 참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저는 대학교 다닐 때 성경이 너무 궁금해서 자발적으로(?) 성경 읽기 모임에 들어가 꽤 오랫동안 성경 공부도 하고 예배를 드린 적이 있어요. 불교 모임에 간 적도 있구요. 심지어 증산도 동아리에 몇 번 가서 제사도 지내봤네요. -_-; 좋게 말해 진리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나 봐요.ㅋㅋㅋㅋ 어쨌든 지금도 신과 종교는 저의 화두 중 하나에요.(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의심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확신은 어리석은 일이다.” -볼테르-

han22598 2021-01-01 08:08   좋아요 0 | URL
noomy님도 그러셨구나. 저도 어떻게 보면 진리와 인간 구원에 대한 관심이 조금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워낙 기독교라는 터울을 벗어나지 못하니, 그 주위를 맴돌며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아직은 시도는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불교,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조금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어요.

의심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맞아요. 많이 불편한 일이에요. 볼테르님이 미리 경험하셨나 봐요. ㅎ

2020-12-31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20-12-31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록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글이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han님

제 글에 매번 댓글을 달아주셔서 답글을 달면서 또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감사해요.
내년엔 올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han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D
내년에도 페이퍼를 통해서 댓글을 통해서 자주 만나요.

han22598 2021-01-01 08:19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블랙겟타님 ^^

항상 예의바른신 블랙겟타님. (희한하게 글에서도 느껴지는 건 머죠 ㅎㅎ)
저야말고 블랫겟타님과 댓글놀이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들이 되었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021년에도 계속 해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