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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독서중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내 마음대로 이미지화시키는일)...감정이입하기..
그 두가지를 이책을 읽으면서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자제하기도 쉽지 않은데 손에서 책을 놓치도 못하고 있다.
내 친구가 머리를 붉게 칠하고 항문에 오이를 쑤셔 놓고 벌거 벗은 채 목을 매는 대신 전화로 한순간의 절교 같은 걸 남기고 죽었다며 어떤 실마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긴 붉은 머리에 알몸에다 항문에는 오이, 그리고 목을 맨 행위 등이 하나의 내면의 침묵의 절규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에게 그 침묵의 절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 P39
아내의 얼굴 피부는 숲 속의 노송나무 잎처럼 빽빽이 늘어선 미세한 비늘 조각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무언가 연상되려 하면서 나는 그 전조로 공포감의 신맛을 혓바닥에 느꼈다. - P100
청년은 머리가 커다랗고 둥그스름하지만 이마가 투구처럼 넓고 튀어나와 휘어 있어서 머리 전체가 얼굴에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양옆으로 퍼져 튀어나온 광대뼈, 한껏 벌어져 있는 둔중한 턱, 한마디로 성게 귀신 같았다. 게다가 눈과 입술이 코 주위에 오밀조밀 모여 있기 때문에 강한 견인력이 얼굴을 바깥쪽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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