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의 부담이 없어서인지 새벽부터 눈을 떳다. 그리고 집어 든 책들. 본명 박기평, 노동자 해방이란 이름을 지었던 박노해의 책 3권을 마져 다 읽었다. 그의 시는 조림이나 굽거나 튀기기 않은, 그야말로 날 선 생선처럼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같이 싱싱하다. 역시 저항의 시인이었다 보니 살아 있을 수밖에.


시에는 기교가 없다. 문학적인 기술이 없어도 그의 삶이 말하는 살아 있는 존재론적인 아품이 살아 있다. 긴 옥중 생활에서 나오는 편지에 담긴 시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쓴 시들. 그러나 그의 시에서 다른 길은 그야말로 시를 벗어난 사진이라는 다른 길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언어에서 알아차린다. 언어에서 이미지로 변화한 그의 삶에 스펙트럼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시에서 사진은 존재적인 본질로 천착하는 그의 여정이 곧 사진으로 변함을 의미했다. 혹자는 말한다. 그의 변화는 진보에서는 변절자로, 꼴 보수에게는 여전히 좌빨로 매도당하지만, 그의 사진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과 굵은 눈망울의 모습을 보고서 그는 본질로의 여정이었지 변절이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성 그 본연함에 더 다가서려는 내면의 변화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감히 그를 향해 배놔라 감놔라 할 자격은 없다. 펜 대신에 카메라를 들었던, 혹은 카메라를 버리고 펜을 다시 든다 한들, 그의 천착의 여정에 무슨 토를 달고 가타부타 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믿어야 마음이 조금은 편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족이 해산되는 7년의 옥고를 치르고 다시 복권이 되어 그동안의 민주화 보상금에 대해 '자신의 과거를 팔지 않겠다'라고 보상금조차 거부하고 버렸다. 대부분은 누구나 억울함에 대해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고 나작하게 그리고 강직한 의지로 거절한다. 그러니 변하기는 누가 변했으며 일관성은 누가 일관적이었던가? 그가 권력을 가지고 난도질하는 불한당이라도 되었더라면 변절이라고 말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진정성을 믿고 싶었다.


그의 사진은 성스러움보다는 인간적인 살가움이 더 크다. 또한 그 역시 자본에 대해 권력에 대해 사람에 대해 상처받고 아주 아파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원망 대신에 카메라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찾았던 것이다.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오지로 들어가서 바라본 지구의 속살들과 척박함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꽃을 보며 자신의 치유를 원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시에서는 아픈 통증이 발병하여 사진에서 희망이라는 "다시"의 가능성 담으려 했던 기도가 차분히 안정시켜 준다. 아픔이 있다면 치유가 있어야 하는 글과 사진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좀 편해졌으면 한다. 자발적 노예 같은 노동자에게, 자본의 승냥이에 하수인이 된 자들에게 더 이상 연민하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 자신을 위한 시를, 자연을 위한 시를, 그리고 존재의 본질적인 모순과 삶이라는 근원적인 부조리함에 대해 사진으로 노래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가슴 한구석이 뜨끈하다. 약간의 미열 섞인 두통이 밀려오듯이 울렁거린다. 긴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오늘만은 불가능하다. 삶은 부질없는 공허가 어떤지 부터 따지면, 자동으로 비워진다는 원리를 서서히 알아차려가야 할 과제가 오늘 따라 더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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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특별히 이 책을 선물해주신 김**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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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02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독서의 계절보다 시읽는 계절이 더 맞는 듯.
요즘 시집을 자주 펼치게 돼요. 바람의 흐름이 시의 흐름과 닮아서 그럴까요...

yureka01 2016-10-02 09:39   좋아요 2 | URL
독서는 계절을 뛰어 넘어서 읽는 재미를 주죠..
전 시집을 순전히 사진 때문에 자주 펼치게 되더라구요 ^^..

물론입니다.바람이 시를 날리웁니다^^.훨훨^^.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가을 시 한편.캬~~~좋지요~

2016-10-02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2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2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2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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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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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2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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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2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수십 년간 피웠던 담배를 단칼에 무 자르듯이 끊어 버린 오기는 담뱃값 인상 때였다. 내 더러워서 안 피운다. 누굴 봉으로 아나. 그래 이젠 봉짓 그만할 때도 되었지. 건강때문에라도 끊어라던 잔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피웠던 나였는데 어떻게 담배값 인상 때문에 한방에 끊었냐고 와이프는 이상하게 쳐다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 내의 행동은 더러운 건 못참는 성격이고 어떠하든 일종의 소심한 나만의 저항 방식이 자연스러운 금연으로 이어졌다. 물론 지금도 담배 생각은 무지하게 난다만은 또 한번 내뱉는다. 내 더러워서...

 

2. 소주는 직장 다니며 점점 사진에 열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주말에는 출사 한번 갔다 와서 와서 사진 보면서 또 한 잔, 주 중에는 밥 대신에 소주가 먼저 생각나니 밥 대신에 술 마셨다. 그것도 거의 매일. 몸이 성할 리가 없다. 그렇게 일상다반사로 마셨으니 성인병 관련해서 고장 나고 안 좋은 건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구 모 소주 회사에서 결혼하면 여직원 강제 퇴사 시킨다는 소식이 들렸다. 게다가 그때쯤 다발성 음주로 인한 통풍 중상 발병. 과음하며 마신 것은 아니지만 어찌나 꾸준하게 마신 탓에 매일이었다. 저런 회사 소주 따위 내 더러워서 소주 안 마신다. 술 끊었다. 그놈의 회사에 여직원이 결혼하면 퇴사하는 게 60년 전통이었다나 뭐라나. 이 더러운 회사, 과감히 불매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소심한 나만의 저항정신이다. 그래 더러워서...

 

3. 지난 휴가 때 병원에서 건강검진했었다. 저번 검진 때는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수치는 정상이었는데 최근 검진 결과에서 내당장애란다. 더 심해지면 당뇨올 수 있단다. 그동안 많이 처먹어서 몸이 맛탱이 갔다고 의사선생님이 경고한다. 과잉의 병입니다.!!! 적게 먹으라는 말이 심장에 콕 박혔다. 술 때문이었던 갑다. 아니 술을 마시면 고기를 안주 삼았으니 게다가 밥도 술과 먹으니 과잉이 될 수밖에 없고 조절이 안된 탓일 테다. 내 더러워서 밥 줄인다. 고기도 안 먹을란다. 육식의 문제를 논란한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그동안 나도 죄 없는 소와 돼지를 많이 먹어 죗값이었던가 싶었다. 그래 밥도 끊고 술도 끊자. 고기도 끊자. 끊어라, 끊어. 아주 더러워서...

 

4. 어제는 모처럼 수요일날 휴무하는 와이프와 학교에서 시험 대비 공부에 후달리는 딸아이와 함께 고깃집에 갔다. 고기를 시켜 고기를 먹는데 나는 고기 단 한 점도 먹지 않았다. 와이프가 묻는다. 고기 안 먹나? 응 고기 끊을라고, 잉?? 진짜?? 그래 사는 게 더러워서 안 먹을란다. 내 혓바닥의 논리에 내가 참 더러워서 놀림당하지 않을란다. 고기에 따라 나오는 야채만 된장 찍어서 먹었다. 밥도 반으로 줄였다. 그동안 참 많이도 먹었다. 반성한다. 그런데 슬슬 오기가 생긴다. 여기서 더 빼면? 음,

 

5. 회사에서 먹는 밥조차 반으로 줄이고 적게 먹으려고 발악 중인데 문제는 보는 놈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와 어디 아프나? 밥맛없나?. 좀 마이 무라 등등 마이 처먹고 힘내서 조질 나게 열정과 노력으로 회사에 이바지 하라는 식으로 하나같이 입을 댄다. 이것도 먹어라, 왜 힘없어 보이노,,,,잰장맞을. 안 먹으면 당체 큰일 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아니겠지. 안 먹고 히바리 없이 축 쳐져 있으면 회사 일하는데 돈벌이 줄어들까바서 그러는 것일 테니까. 아놔 더러워서.

 

6. 사람은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의 한계가 때로는 지겨울 때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안 먹고 살 수가 없는가라고 이야기하면 "야 이 놈아. 먹는 낙이 얼마나 큰데 이걸 안하겠다는 말인고. 고마,안된다. 마이 묵어야 살고, 묵어야 낙이라잖니?" 저마다 한마디씩 절대적으로 쏟아 붙인다. 아 젠장. 그런데 난 먹는 낙은 빼란다. 먹는 걸로 낙을 삼고 싶지 않아서다. 그대들의 먹는 낙을 왜 나한테까지 억지하나. 제발 혼자만 그렇게 낙을 삼으면 안 되나? 우째 먹는 것도 내맘대로 못하냐? 내 더러워서, 진짜.자꾸 강요하듯 말하면 내 더러워서 진짜 밥도 끊는 수가 있어. 오기가 생길라 카네.

 

7. 먹지 않는 고통보다 더 큰 아픔으로 곡기마저 끊을 수밖에 없는, 그런 몸부림과 절규를 모른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니까 먹는 게 죄스럽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먹어야 하는 가운데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그나름대로의 낙이고 누군가에게는 슬픈 죄가 되는 삶으로 각자 풍요의 빈곤 시대에 서 있다. 오래전부터 단식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내놓고 저항의 행위였다. 본능에 반대함으로써 자신의 처지와 주관에 대하여 목을 내놓고 단판하자는 의미이기도 했다. 자발적인 단식이야 말로 그만큼 허기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해이다. 단식할 정도로 주장에 자신의 생명을 걸만한 일이라는 것은 그래서 많은 사람으로 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게 되는 원리가 숨어 있는 이유이다.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라면 굶어서라도 주장해야할 적극적인 당위성을 말하려 하는 것일 테다. 요즘 모 당 대표께서 단식 중이란다. 여기에 또 릴레이 동참한다고 하니 뭔가 모를 그 단식이 진정성이 심히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단식이 주는 행위에서 오는 뭔가 보여주기식 전시적 목적이 단식의 의미가 상당히 웃습기까지 한다. 그 어떤 것에서 조차도 절박성이 엿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소기의 이익이나 추구하는 놈들은 단식이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인지도 알턱도 없고 절박성도 없으니 느슨한 모양새가 주장을 훼손하기 딱 알맞다. 단식은 저항의 최후 수단이었다. 집권당의 권력의 중심에 있는 강자가 단식이라니 얼마나 웃끼는 일이 되어 버렸는가? 단식이 어찌나 어설퍼 보이던지 개그 치는 슬립스틱하는 것처럼 웃습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사고 구조가 다른 사람들 간에는 부딛히면 결코 하모니가 나올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진정 이 시대는 단식의 저항의식조차도 공감의 결빙시대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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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9-30 10: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가진자들이 길거리에서 설문 받고, 단식하고, 진짜 별.......가진 것들의 피해자 코스프레 때문에 심히 피곤하네요. 모 당 대표도 40일 동안 단식하면 진정성을 인정해 주어야 겠네요. ^^; 하긴 단식이라면서 몰래몰래 쳐먹고 있을지도. 새누리당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믿기지가 않아서.....

yureka01 2016-09-30 10:04   좋아요 4 | URL
강자가 약자 코스프레는 코미디죠...

오거서 2016-09-30 1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처럼 단식이 해프닝으로 여겨지는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여당과 정부다 보니까 여당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가 그동안 많이 처먹어서 찌고 쳐진 살을 조금 줄여보려고 다이어트하는 효과를 노리는 꼼수로도 보이고요, 정의를 앞세우고 원칙을 강조하는 집권 여당이 원칙이 아닌 단식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 받는 자는 절대로 단식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yureka01 2016-09-30 10:05   좋아요 4 | URL
단식은 자기 생을 걸어야 할만큼 절박한 것의 표현이거든요... 많이 먹고 몇번 굶는 게 단식은 아닐 텐데,단식이 무슨 다이어트처럼 비쳐지더군요... 집권당이 단식이라.. 하루씩 바톤옮기듯 릴레이도 웃겼습니다.ㄷㄷㄷㄷ

2016-09-30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3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30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1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30 10: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갑인 놈이 단식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원래 단식은 약자의 수단이었지 않습니까..

yureka01 2016-09-30 10:35   좋아요 3 | URL
신종 갑질이 단식이 전대미문의 기록이 될 거 같아요..ㄷㄷㄷㄷ

이젠 강자의 수단이 단식도 되었습니다.^^..

2016-09-30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9-30 11:03   좋아요 2 | URL
약자의 저항에서 최후의 수단이 단식이었죠...
본능에서 배고픔의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

권력을 집권하고 있는 자는 단식이 그저 폼내기용 코스프레로 끝나는 이유죠.

transient-guest 2016-09-30 11: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정현씨가 그냥 계속 굶다가 가버려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보수적인 노선이나 이런 건 동의하지 않지만, 자신의 정치철학과 신념이려니 하지만, 이런 유치한 단식질로 display되는 그의 저열한 삶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말 저질이에요.

yureka01 2016-09-30 11:07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물만 마시고 30일 이상 단식하면 인정하겠습니다.^^..

단식은 의지의 순수성에 대한 확고한 자기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되는 건데요.

이게 없는데 어떻게 단식하겠습니까요..ㅎㅎㅎ코미디가 저질입니다..ㅎㅎㅎ

똥개는 단식 못합니다..다만 굴종만 있을 뿐이거든요..

누님이 봐줘야 할텐데..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3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문 걸어잠그고 단신하신다는 데... 글쎄요... 남 몰래 빼먹는 감이 맛있다는데...

yureka01 2016-09-30 11:17   좋아요 1 | URL
설마 지난 추석 때 재사 지내고 남은 찌짐은 안먹겠죠^^..
주치의가 놔주는 포도당 한병이면 뭐 일년도 단식 가능하긴 하니까요^^..

겨울호랑이 2016-09-30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께서 본의 아니게 체질 개선 당하시게 되었네요..ㅋ

yureka01 2016-09-30 13:04   좋아요 1 | URL
이걸 보고 어부지리라고 하나 봐요.ㄷㄷㄷ

cyrus 2016-09-30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대가 과거보다 많이 좋아져서 사람들이 배고픔의 고통과 비참한 느낌을 잘 몰라요. 그래서 저항 의식을 의미하는 단식이 얼마나 힘든 건지도 모릅니다.

yureka01 2016-09-30 13:16   좋아요 1 | URL
기분이 몹씨 따운 될때 일부러 굶을 때가 있습니다.
하루만 굶어도 욕구의 정신이 번쩍 들거든요.
그런데 이틀만 지나도 아무 생각없이 강렬해지다가,
힘이 쭉쭉 빠지고 삼일 정도 지나면 허기가 온 정신을 지배해서
혼미해지기까지 합니다....

네 먹지 못하는 고통은 실감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렵죠..

감은빛 2016-09-30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배는 한 삼 년 끊었다가, 한미FTA 집회 때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열 받아서 다시 피기 시작했죠.
그 뒤로는 평소엔 많이 피우지 않고, 뭔가 스트레스가 많을 때만 집중적으로 피웠어요.
신기하게 평소엔 그리 생각나지도 않아서 며칠씩 입에도 안 대다가, 피고 싶으면 또 가끔 피우곤 합니다.

술은 진짜 과음한 다음날엔 끊어버리자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래도 이 뭐 같은 세상에 술 마저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이 재미없는 인생에서 그래도 술이라도 있어서 살아가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담배도 술도 하고 싶을 때 하면서, 나름 조절을 하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하며 살아요.

밥은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양도 줄고, 횟수도 줄어든 것 같아요.
많이 먹으면 오히려 몸이 무겁게 느껴져 더 불편하더라구요.
저 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하자 맘 먹은 이후론 밥은 아예 안 먹고,
고기나 생선만 먹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별로 밥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싶구요.
다만 아이들 밥 차려줄 때는 조금씩 같이 먹어야 하니, 밥을 끊을 순 없을 것 같구요.
이것도 그냥 되는대로 먹어야 할 때는 먹고, 안 먹고 싶을 때는 안 먹고 그럼 될 것 같아요.

단식으로 쇼하는 건 정말 웃긴 짓이죠.
제대로 단식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도, 믿고 싶지도 않아요.
쇼는 쇼일 뿐이죠.

yureka01 2016-09-30 16:35   좋아요 1 | URL
아고 그러셧군요..
하여간 중독에 대한 금단현상이 있지만,
모종의 오기가 생기더군요.

까이꺼 참으면 되지. 라고 다독입니다.
물론 재미가 진짜 없긴해요.낙도 없고요..

그래도 뭔가 다른 걸로 돌려서 몰두하도록 유도해야겠더군요..

담배세 올리는 거 보고 열뻣치더군요..(모 소주회사에 여직원 결혼한다고 짜르는 거 보니..또 열받아서요..)

네 단식에 진정성 없는 소식들이 올라오더군요.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싶었습니다..

AgalmA 2016-09-30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프카 작품 이름을 이런 데 써서 미안한데 모 당 대표에게 ˝단식광대˝라 불러주고 싶습니다.
한국은 더러워서 끊을 게 너무 많아 정치도 끊고, 이 ˝끊기˝ 퍼레이드 연구가 필요한 상황!

yureka01 2016-10-01 01:13   좋아요 1 | URL
단식도 광대짓이 참 민망하기 이를데가 없네요....
자신의 목슴을 거는 일이 광대짓처럼 추락시켜서야 될런지 말입니다..아이고..

2016-09-30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1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10-01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정현 좋아합니다. 슬프고 어려울 때 웃겨 주잖아요. 가끔씩 저래주면 좋겠어요. 사는 게 뭐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허~헐 하며.

yureka01 2016-10-01 16:44   좋아요 0 | URL
5일 단식했다고 벌써 탈진,엠블런스 대기라고 대대적인 홍보중이더군요...

마르케스 찾기 2016-10-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칠이 그랬다죠 ˝모든 나라는 그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게 되어 있다˝...
오래전 영화˝공동경비구역˝에 남북이 대화도 소통도 없이 서로의 주장만 `떠들어`대니 미국 장교가 말하더구요 ˝자네를 보내는 건 남북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서로 자기 주장만하며 떠들다 마는 동안 장단만 맞추라는 거˝ `그들은 항상 그래왔다`라는 거,,,,
저들이 가지지 못한 부끄러움, 제가 더 많이 가져야 겠습니다.

yureka01 2016-10-02 00:00   좋아요 0 | URL
역시 뭐든 사고의 구조가 다르면 이입도 않되고 공감도 안되는 특징이 있죠...
수준차이.네 큽니다..어유,,,

마르케스 찾기 2016-10-02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뽑았어야 했는 데ㅠㅠ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ㅠ

yureka01 2016-10-02 01:42   좋아요 0 | URL
선택은 순간이지만 대가는 길거든요.....성찰 없이는 늘 도돌이표 통증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10-02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현의 다 죽어가는 듯한 단식 사진속에서 성경책을 봤어요..

단식으로 밖에는 자신의 처절함을 알릴 방법이 없었던 그 수많은 약자의 울부짖음 앞에서 냉혹하게 눈 감은 자의 이 단식을 보며 하나님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yureka01 2016-10-02 10:36   좋아요 0 | URL
저냥반 페거리들의 제일큰 문제가 가치기준의 일관성이죠.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이랑 남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요.
그러니 성찰도 못하고,
단식에 대해 설득력이 없는 이유입니다.

강자의 약자 짓이 정말 약자들이 얼마나 기막히겠습니까.

예수님이 봤더라면 지랄병났네 하실겁니다.

기업체에 무신 놈의 재단한다고 삥뜯은 게 800억이랍니다.
 

 

품격? 인간이 품격이란 인간 품질의 격조를 말하는 것. 그럼 다시 품질이란 본래의 기능과 역량에 충실하면서도 기품을 의미하겠지.

 

오늘 아침 뉴스에서 70대 노인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임산부의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는 뉴스를 봤다. 그 이유가 임산부가 아닌데 임산부인척 하면서 노약자석에 앉은 경우가 많아서 확인차 때렸다고 한다. 그럼 임산부의 여부를 확인할 자격은 70대 노인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거다. 무슨 자격으로? 나이는 똥꾸멍으로 처먹고 꼰대질할 놈으로 보인다.

 

70 정도 살았으면 알만큼 알고 느낄 만큼 느끼는 품격이란 왜 안되는건가. 흔히 늙은이들이 니들은 전쟁을 겪어 보지 못했으니 그 고생이 어쩌구 저쩌구 늘어 놓지만, 전쟁이란 핑게로 품격을 놓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다.

 

노약자석이 노인석이 아니고 게다가 노약자석은 약자에 대한 배려석이다. 배려심 없는 자에게 배려할 이유가 없다. 늙은이들의 품격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단순히 늙은 게 자랑삼는 것도 형편없는 짓이다. 젠장맞을 노인네가트니라고.

 

왜이렇게 천박하지??? 많이 가진 놈은 가진놈대로 가진 걸로도 천박하고 없는 놈은 없는 놈대로 막간다.

 

그 임산부는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손해 배상 및 폭행죄로 가중처벌해야 할 놈이다. 요즘 임산부는 신주단지처럼 모셔도 시원찮을 판국에.....

 

PS : 추가.....

 

"자신의 인생에 마지막 품격"에 대하여 참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2553

 

 

세월호 사고당한 유민이의 아빠, 김영오씨가 46일 단식후 담은 사진입니다.

 

모 당 대표가 이틀인가 단식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하루만 굶어도 지랄병에 걸렸다는 전우현 역사학자의 평가는 재대로 였습니다

 

굶어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그게 누군가의 허기가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에 허기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인간이란 인간의 품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는가요?

 

아참..이 책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해서 책의 품격과는 별개이오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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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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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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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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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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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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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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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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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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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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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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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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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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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29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뼈가 그냥 드러났군요.처절하네요.ㅠㅠ

yureka01 2016-09-29 14:21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가슴아픈 사진입니다..그 아품이 기아보다 더 큰 고통이었으니 말입니다..

cyrus 2016-09-2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을 무시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노인뿐만 아니라 힘없는 노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덕적 아노미가 너무 심합니다.

yureka01 2016-09-29 22:09   좋아요 0 | URL
왜이렇게 약자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까요..
정말 도덕적 아노미 맞습니다....미칠 노릇입니다.....

조선인 2016-09-29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큰 애 임신했을 때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할아버지에게 지팡이로 배를 쿡쿡 찔렸지요. 주변에 있던 할머니들이 제 대신 역정을 내주고 보호해주어 더 큰 일은 없었지만, 결국 출근 못 하고 병원에 갔더랬습니다. 참 배려 없는 세상, 어떻게 공감을 나눠야 할지 가끔 막막합니다.

yureka01 2016-09-29 22:10   좋아요 0 | URL
무슨 낭폐입니까요..아이고..

.노약자석 이름 바궈서 약자석으로 고쳐야될듯.

.이게 무슨 노인석으로 착각하는거 같아서..

감은빛 2016-09-29 23:11   좋아요 1 | URL
헐! 그런 일을 당하셨군요.
진짜 뭐같은 영감이네요.

yureka01 2016-09-29 23:38   좋아요 0 | URL
배려와 권리를 혼동할 때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거 같더라구요..

2016-09-30 0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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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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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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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3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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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9-30 0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약자는 말 그대로 노쇠하고 약한 사람으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노인과 어린 아이, 임산부, 나아가서 아픈 사람까지 다 앉을 수 있는 자리지요. 근데, 예전에 독감으로 쩔쩔 매는데, 서울 갈일이 있어 전철을 탔다가 노약자 석에서 비몽사몽 헤롱거리고 있는데, 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줌씨들이 어찌나 들으라는 듯 갈구는지...약기운에 그냥 지나갔지만 매우 불쾌한 고국체험이었지요.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는 수준저하가 심각한 것 같아요. 보수정권 10년에 의식수준은 점점 더 망가져가는 듯 합니다.

yureka01 2016-09-30 08:52   좋아요 1 | URL
약자의 배려와 양보..그리고 편익....

이게 진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기본적 토양이죠..

문제는 이런 가치가 점점 희박해져 갈수록,
이곳은 아귀지옥이 되어 가는 거라서요...

배려석이 자신의 권리인양 독점의식을 가지게 될때,
야기되는 현상은 말씀하신 수준의 저하가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죠..

늙어도 추해지지 않는 삶...그립죠..

2016-09-30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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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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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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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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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6-10-0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품격... 눈물 납니다. 세상이 이상해져서..

yureka01 2016-10-01 16:45   좋아요 0 | URL
같이 울어요..흑흑흑.....
 

 


 

2015년, 대구 범어스트리트 전시 공간에서 대구 시인 협회주관으로 행사가 있었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이 행사에서 사진 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사진을 액자에 넣어 6점을 전시했습니다.

 

4점은 시인 분들의 시에 사진은 덧대 드렸습니다.

 

2점은 별도 개별적으로 사진을 게시하였습니다.

 

 

 

 

 

시인들의 잔치에 사진을 꼽싸리 껴서 전시를 했습니다.

 

사진이 또 시랑 궁합이 잘 맞는다는 취지에서 행사 주관인 시인협회사무국장님의 요청이 있었거든요.

 

이게 어쩌면 저의 사진이 공개적인 대뷔한 무대가 된 셈이죠.

 

시인들 행사에 왠 사진이냐 라고 의문 스럽죠. 넓은 전시 공간을 시들만 채우기는 역부족이었거든요.

(물론 이런 과정이 위 사진에 보이는 시집에 후기에서 그 이유가 나오긴 합니다.)

 

행사후 결과물로 발간된 시인들의 시집을 8권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발매 되기는 했지만 온라인 서점에 배포되지 않아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대구 시인들, 이선굉,문인수같은 원로급 시인들도 포함되어 있고 중견 시인들까지 활발히 현역에서 시를 쓰시는 분들이 시를 내고 시화집을 내서 전시하고 그 시를 시집으로 엮은 책입니다.

 

혹시 이 시집 보시고 싶은 분들에게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량이 8권 밖에 없어서, 혹시 8분 이상 신청하면 부득이 수량이 모자라서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좀 아쉽네요. (아 그때 좀 많이 챙여 두는 건데 ㅎㅎㅎㅎ)

 

여덟 분 내에서 주소와 성함 적어서 비밀 댓글로 신청 주시면 일괄 취합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겟습니다.

 

이벤트가 아니니 조건 없습니다. 리뷰 이런거 없어도 됩니다. 조건이 없으니 부담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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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 사진은 그 당시에 전시회에 걸었던 사진입니다.

 

위 시집의 시 4편에 사진을 넣어서 걸어 드렸죠.

 (물론 시인분들이 자신의 시에 걸맞는 사진을 보여드리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전시회가 끝나고 사진은 시인분들에게 기증했습니다.)

 

혹시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사진도 있을 거예요. (네, 그거 맞습니다.)

 

 

 

 

 

 

 

 

 

 

 

 

 

 

아래는 별도로 게시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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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6 08:30   좋아요 0 | URL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시는 배운적도 없고 잘 알지는 못해도,
가급적이면 시인의 심성이 글쓰고 책읽기에 도움되고
특히 사진찍는데 있어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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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구도 - 전면개정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시리즈
정승익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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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격 리뷰로 들어가기 전에 개략적인 사진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하죠. (편하게 이야기하듯이 구어체로 하죠.)


우연한 기회로 필연적으로 카메라를 잡게 된 시기가 딸아이가 3살 때였거든요. 그때부터 시작된 사진 생활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의지로 기댔던 게 사진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사진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면,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세상에서 버티질 못했겠죠. 기본적인 심리적 상태가 음울과 우울함과 비관적이었으니 그리 밝은 스타일도 아니었다. 이런 성격에 있어서 사진은 일종의 도피처였던 셈입니다. 모종의 결핍의 확인용이었고 갈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책이란 저변의 독서력이 잠재되어 있다가 사진으로 튀어나온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지도요.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잡았던 그때가 카메라가 '삼성 V3'라는 작은 똑딱이 카메라였습니다. 디지털 가격이 똑딱이 치고는 꽤 비쌌죠. 그런데 이걸 덜컥 구입하고 나서 디지털이 주는 매력에 끌린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필름 카메라가 있긴 있었습니다. '미놀타 x-300' 기종인데 80년도 산이었고 삼성에서 미놀타에서 라이선스 생산품이었거든요. 물론 정말 어쩌다 필름을 마운트하고 사진을 찍곤 했지만 그냥 사진일 뿐이었지 "사~~~진!!!!"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는데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부터 비로소 사진의 인식은 가슴 한가운데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계기가 되었었지만 그렇다고 꼭 이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사진 이유들이었습니다. 특히 아빠 사진사는 딸아이 때문에 카메라 들었다가 사진의 세계로 인도되는 경우도 꽤 많았고 의사분들은 자신의 진료 기록으로써 사진 찍다가 사진에 눈 뜬 케이스도 있고요.


그렇게 시작한 사진 생활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찍기 바쁘고 사진으로 놀기 바쁜 나날이었거든요.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보고,,, 그래서 어느 날부터 도저히 똑딱이로는 사진 이미지가 못마땅하고 해서 그 당시에는 거금을 주고 DSLR을 결재하고 카드 값에 늘 휘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격도 많이 내렸지만 그땐 엄청 비쌌거든요. 점점 사진에 빠져 가는 사진 병에 걸린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미친 듯이 사진 찍었죠. 절대로 새벽에 일어날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일출 사진을 찍으러 꼭두 새벽길을 혼자 달리고 있는 겁니다. 실로 사진은 스스로를 많이 변화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사진 찍기 전에는 뭔가 의기소침하고 기가 팍 죽어 있던 시간이었고 오갈 대 없이 서성이는 삶을 산듯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지역의 사진 동호회도 가입하고 나니 그곳에서는 먼저 많은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나가면 어기 저기 단체 출사도 나가고 소소한 번개 모임으로 사진의 주된 이야기들에 신났거든요. 그렇게 몇 년을 사진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돌아다니냐라는 이유가 회의감이 치밀어 올랐죠. 왜 사진 찍냐라는 왜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품? 놀이? 예술? 취미? 등등의 이유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이거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렌즈를 사고 카메라 보조 장비를 사며 늘 카드값은 휘달리고 이거 하나 사면 저게 사고 싶고, 소위 장비 빨에 늘 시달리는 게 정말 지금 생각하니 웃기기도 했습니다. 가랑이 찢어지는 줄도 몰랐죠. 그때 한 달 카드 값에 와이프도 모르 게 끙끙 앓았죠.ㅎㅎㅎ 지금 생각하니 미친 거였더군요. 마치 불나방이 사진이란 불에 맹목적 본능으로 달려들어 타죽을 만큼 미치게 새벽을 달리고 산에 올라 일출을 담고 야밤에 별사진 담겠다고 한겨울에 오들오들 떨고 ㅎㅎㅎ 그리고 산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말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매고 새벽길을 달려 등산을 하고 산에서 사진을 담았던 적이 꽤 됩니다. 지리산, 오도산, 주왕산, 비슬산, 언양의 가지산도 갔었고 하여간 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에는 고관절에 물이 차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동호회 사람들도 사진에는 별로 관심 없고 연애질이나 하고 술판이나 벌이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사진 때문에 모이고 만났으면 사진 이야기나 할 것이지 사진은 그저 친목 도모에 작은 소재 거리 밖에 되지 않는 것 보고 영 재미없구나 싶었고 점점 멀어지더군요. 게다가 사진을 찍을수록 첫 사진의 감동은 점점 희박해지고 사진이 찍기 싫어지더군요. 한때 그렇게 미친 듯이 찍다가 갑자기 호흡이 멈춘 것처럼 뚝, 정지된 공허가 찾아오더군요.


​​이때가 첫 번째 사진 슬럼프였더군요. 카메라도 팔고 장비도 렌즈도 구입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반값 똥값에 다 팔아 버리고 다시는 사진 안 찍겠다고 선언해버렸죠. 그러나 몇 해는 그럭저럭 일도 바쁘고 하니 살았는데 한 3년쯤 지나니 뭔가 삶의 기력이 없는 것입니다. 다시 사진 찍기 전 상태의 침울함과 의기소침함, 마치 병이 걸린 듯이 기분은 늘 축축 처져 있고 학교 다닐 때 니힐리즘의 허무는 매번 비슷하게 떠나질 않더군요. 어느 날 와이프가 묻더군요. 왜 사람이 다 죽어가는 것처럼 힘이 없어 보이냐고. 어디 아프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픈 것도 없고 어디 탈난 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와이프는 느꼈겠죠.

카메라 하나 사라. 열심히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 때가 차라리 보기 좋았다고 하더군요. 사는 것처럼 활기차게 좋다고, 뭔가 전반적인 침울한 기운을 옆 사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가 보더군요. 그때 마침 회사에서 업체의 견적 작업에 참여하고 보기 좋게 떨어져서 미역줄기 타고 탈락되었거든요. 금액이 130얼쯤 되는데 공사 수주에서 떨어졌었는데 견적에 참여했던 작업 수고비를 30만 원 주더군요. 그때 사장이 회사에 카메라가 한 대 없다고 하니 회사로 받은 수고비를 카메라 한대 사라 하더군요. 그런데 30만 원짜리는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30만 원 더 보탤 테니 제가 가질게요라고 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구매를 결정했고 다시 카메라를 사고 렌즈를 사서 사진을 찍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슬럼프 이전의 사진과 이후의 사진은 좀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사진에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찍을 때 감상을 사진과 함께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그동안 사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사진만! 찍었구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진이 뭔지도 모르고 카메라 질만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사진 글이 딸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느낌만 가지고 사진을 찍기에는 사진에 덧붙일 글은 뭘 써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고 그럼 사진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했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독서였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읽기보다는 사진에 글을 붙이고 한참 뒤부터 사진 책을 손에 잡게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사진을 하면서 알게 된 사진 고수들은 정작 고수는 아니었더군요. 카메라 질의 장비 빨의 무식쟁이 들었더군요. 아는 것도 없이 카메라 기술 따위가 사진의 전부라고 떠벌리는 놈들이 사진판이라는 강호에서 입지를 굳힌 것은 아니었던가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첫 디지털카메라 이후부터 카메라의 발전 속도는 가히 광속급으로 기술이 쌓이고 소위 사진 판에 디지털 바람이 불었습니다. 무수한 기종들이 쏟아져 나오고 너도 나도 개나 소나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동호회 사이트를 비롯해서 사진 갤러리 사이트, 카메라 기종 별로 만들어진 사이트, 카메라 회사 사이트 등등 디지털 바람은 태풍급으로 휘몰아쳤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메라 인구 천만 시대라는 근거 없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 태풍에서 카메라 들고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은 예술가 급으로 올라섭니다. 예술론 한번 접하지도 않고 작가로 나와 예술을 부르짖는 시기였습니다. 잘 찍은 사진이란 것의 힘은 사람을 미혹시키기에 딱 좋았죠. 어느 사진가는 주말마다 거의 500km를 달리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급기야 중국도 가고 인도도 가고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물론 해외여행 자유화의 바람도 있었지만 너도 나도 국내는 더 이상 사진 거리가 없으니 해외로 나갑니다. 그때부터 여행 수기 같은 책들이 쏟아집니다. 여행 일정 스케줄의 단순 나열된 사진은 낯선 타국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기 갔고 저기 갔다는 증명용 사진이 넘쳐납니다. 지금도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보면 가히 사진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된 것이었지요. 스마트폰의 열풍이 서서히 불면서 핸드폰에 고성능 카메라가 달리기까지 합니다. 가히 카메라 전성시대가 된 거예요. 일상생활의 사진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사진이 찍히는 량이 무려 20억 장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통계까지 그럴싸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태풍은 사진계가 망가지는 늪인지도 몰랐죠. 잘 찍은 사진의 감동은 화려한 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니까요. 현란함은 그리 오래가지를 못 합니다. 사진의 봄은 사진의 여름을 거쳐 가을로 꺾이고 점점 겨울로 치닫습니다. 여름 한 창 때 열었던 사진 갤러리 사이트에 피었던 사진 꽃은 일장춘몽이 자 일장 하몽같이 가을의 낙엽같이 시간의 바람에 쓸쓸히 나부끼는 꼴이었습니다. 이내 겨울이 닥치니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유저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소수들만 남아 자신의 사진을 자위하고 있습니다. 가짜는 가고 이제 진짜만 남은 셈입니다.

일례로 동호회 시작했을 무렵부터 최대 가입인원이 300명도 넘었고 한번 출사 갈 때마다 관광버스 대절까지 내야 할 정도로 인원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전부 사진 안 찍습니다. 아마 그때 알게 된 유저분들이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경우는 나 혼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한때의 빛나는 사진도 다들 빛 바래지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진은 한때 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었거든요.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꾸준한 항상성과 자기 연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자신의 철학적인 관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터득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하더라도 여전히 사진의 그 본질에는 다가설 수 없습니다. 더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지속적 적일 따름이요, 근접하고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중도에 하다가 만다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사진과 책을 읽고 찍고 쓰기까지 오늘까지 이어진 힘은 결핍이었죠. 부족함이 나를 끊임없이 채우려 들어야 했으니까요.. 비움과 채움은 곧 사진의 비움이라는 빼기와 삶의 덧셈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적인 삶의 갈망에 가장 손쉽고 간단한 도구는 카메라였거든요. 사진을 찍음으로써 미쳐 내가 보지 못한 사유를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사진의 힘이었습니다. 어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영광이 생겨 명성을 얻어 가는 것도 아니라 이 삶의 허무에 저항하는 힘이 내 삶을 예술적으로 포장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진 말고는 없기 때문이었거든요. 허루 하루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감옥에 있는 죄수처럼 허무하기 이를 대가 없습니다. 뭔가 하나라도 매달리고 붙잡고 자신에게 채근시키고 자신에게 자존감의 힘을 심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사진을 찍어 대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일단 와이프에게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일요일 멀리 사진 찍으러 나갈 때는 전날에 항상 아부성 요리랍시고 해주었고요. 일요일 아침에 나가려고 아침밥도 차려 놓고 나가기도 했고요. 와이프가 일하러 나가는 직장인이다 보니 가급적이면 설거지도 하고 딸아이 밥도 챙겨주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 최선은 다 못하더라도 그나마 마음에 들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사진 찍으러 나갈 때 잔소리 듣기 싫었기도 했습니다. 해달라는 거 다해주고 나가는데 굳이 다른 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에는 집안일에 너무나도 태무 심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으로 인해서, 편하게 사진 찍으러 나가고 싶어서 미리 싫어하는 것들을 가림막으로 하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남자가 자신의 취미를 하는데 있어서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혹은 무관심하게 내팽개쳐 둔다면 이것도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만큼 스스로가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거든요. 그래야 내가 찍는 사진에 있어서 정갈하고 정당한 가치를 수긍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일상에서 이런 일들이 전부 사진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사진은 정당한 가치와 양심으로 찍어야 하고 또한 스스로가 자신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술 먹고 개판치고 헛소리 해대며 자신의 행동이 개차반으로 저질러 놓고 예술가임네 행색 하는 모순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사진은 정적인 운동이거든요. 심리적으로 깊은 고찰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스포츠처럼 과격하게 움직이지 않고 정적이 감도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동이 필요한 활동이거든요. 사진은 요란하게 찍을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침묵하고 조용하고 과묵하게 셔터를 날려야 되는, 셔터 누를 때 숨을 참지 않으면 사진은 흔들리게 되거든요. 마찬가지입니다. 숨을 참듯이 일시 호흡을 정지해서 우리의 삶을 잠시 잠깐을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관조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인생살이 개차반으로 살며 부대끼고 소란스럽게 카메라 들면 그게 사진은 재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몇 해간에 사진 찍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은 아닐 것입니다. 역시 사진은 그런 기본적인 삶이 행태적인 소양이 반드시 따라 나와야 가능한 이유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소양을 가지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내재화시켜야 결국 사진으로 도출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고 넓힐 수 있어서 이것이 다시 깊게 볼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일 년 가도 시집 한 권 본 적이 없는 자가 사진 찍는 것은 그런 사진은 하나도 안 믿습니다. 그런 건 사진이 아니라 이미지일 뿐입니다. 시심이나 심상은 시의 기본적 매뉴얼의 중요한 요소이듯이 사진의 심상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대체 이런 것도 가지지 않고 카메라 들고 셔터만 누른다고 다 사진이 예술적으로 고도화될리도 없습니다. 소위 사진 잘 찍고 싶다면서 사진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까막 눈가지고 무얼 보고 무얼 찍을 것인지 정녕 모를 일입니다. 일차적으로 누구나 다 보이는 것들만 찍어 대서는 사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사진가의 심리적인 해부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지 누구나 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 사진의 철학 부재를 증명하는 짓일뿐입니다. 모르는 것을 자랑삼아 사진 찍는 짓은 안 찍는 것만 못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고 이것을 내심으로 가져와서 이입시켜야 비로소 사진가의 자격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진 구도라는 책도 이런 사진 작업의 일환이자 그 연장선상에서 읽은 것을 리뷰로 쓰게 된 것이니까요.. 자 그럼, 책 리뷰로 들어가 보죠. 사전 사설이 참 길었습니다.


사진에 있어서 교과서는 없어도, 참고서는 있습니다. 이 책 사진 구도는 사진의 구도에 대한 다수의 예제 사진을 통해서 실제 이론을 설명한 참고서입니다. 특히 참고한 사진의 정률적인 구도를 알아가고 응용하다 보면 결국은 자신에 걸맞은 구도를 찾으라는 의도가 이 책의 핵심 요지입니다. 사진에 있어서 구도는 그 사진의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주장하는 의미와 표현이 사진의 사각형 형식에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시선을 배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일 테니까요. 따라서 구도가 안정적이며 자신의 표현과 사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준이 사진의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구도가 사진에 적절히 이입된다면 이미 잘 찍는다는 대열에 반쯤은 걸 터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소설로 치면 전체적 줄거리이자 뼈대가 사진에서는 구도이며 사진을 전체적인 스토리 텔링의 심층구조이자 뼈대를 이루는 형식이 되는 것이니까요.

사진의 출발 또한 회화의 구도에서 출발하였기에 구도의 중요성은 필수적이며 결정적인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의 뼈대를 이루는 구도는 오랜 기간 연습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진에 배치되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구도도 역시 안정의 논리이거든요. 왜 이렇게 그렇게 배치했는지 물었을 때 자신의 사진에 자기가 머뭇거리게 된다면 이 또한 사진은 내가 찍었으되 내 사진이 아니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찍은 사진이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구도인 까닭입니다. 그만큼 사진에 있어서 구도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메라를 매고 나가서 직접 사진을 찍어 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처럼 구도가 의식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찍고 나서 구도가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처럼 체질화되지 못한다면 사진에서 응용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이유입니다. 마치 바이올린 연주자가 현을 짚어가는데 일일이 현을 짚는 자리를 보고 나서 짚어가는 연주는 오래 할 수가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건반을 일일이 봐가며 연주하는 것도 연주가 삐걱거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연습으로 눈을 감고도 피아노 건반 자리에 손이 저절로 가도록 자신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건반을 손으로 익혔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되는 부분이거든요.

사진에 있어서 이처럼 자신의 시선이 사진적인 구도에 자신의 구도로써 자연스럽게 접목이 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가 그렇게 어려운 난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표현이 구도에 이유를 붙일 수 있는 사진의 체득, 체질화가 되었을 때 겨우 사진은 자신의 스타일이 나오게 되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일이 년 사진 가지고는 턱도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심호흡으로 화두 하나 겨우 잡을 입문하기 위한 조건이 마련된 것이니까요.

사진에 있어서 색감은 디지털카메라에 있어서 상당히 카메라의 기본적인 성능에 따라 좌우됩니다. 물론 현실상의 빛이란 각도와 세기에 따라 색감은 달라지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카메라의 프로그래밍된 기계적 성능에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색감을 제어할 색의 감각도 탁월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카메라의 본 바탕의 색 재현력 카메라에 구속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사진의 구도는 순수하게 카메라에 의존하지 않고 사진 찍는 사람의 촬영자의 제어에서 관장되는 부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구도에서 주는 작가의 철저한 시선의 산물이었으니까요.

 

김홍희 사진작가는 자신의 저서 "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에서 필름 카메라를 다섯 번 셔터 박스를 갈아 치울 만큼 사진을 찍었다고 술회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시선의 감각을 가지고 예리하게 날을 세워서 수도 없는 셔터의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셔터박스의 셔터 보증이 30만컷입니다. 5번 교체했다면 150만컷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어마어마한 사진 컷 수입니다.) 구도는 역시 사진을 구도를 염두에 두면서 찍은 그간의 연습입니다. 어느 시인이나 소설가는 등단하기 전에 무수한 습작의 시간을 훈련하고 거쳤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진작가는 이 습작의 시간을 거쳐야 하거든요. 그래야만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진의 철학을 구현 해내는 찍기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사진에서 천재는 없죠. 발상의 천재는 있어도 사진적인 천재는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내면과 철학이 사진을 천재화시키게 담아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구도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은 사진의 반 이상 차지한다 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책, "사진 구도"는 작가가 구도라는 주제로 책을 내기까지 구도에 대해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는지 나타낸 증명서와도 같고 사진에서 구도를 배치하는 사용설명서와도 같습니다. 그만큼 사진의 구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 사진 구도에 아주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특히 사진을 좀더 깊이 즐기고자 한다면 이 책은 카메라와 더불어 꼭 읽어 봐야 할 필수 서적임에 틀림없습니다. 모쪼록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사진의 진한 느낌을 가꾸려는 아마추어 작가나 지망생들은 꼭 한 번쯤 일 독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네, 사진은 구도(求道)입니다.


---글은 아주 오래전에 적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합니다. 하여간 책 읽어도 리뷰가 참 너무 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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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27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오늘도 퀴즈 보러 오세요.^^ 오늘은 아주 쉽습니다.^^

yureka01 2016-09-27 20:51   좋아요 2 | URL
넵넵,,, 이미 퀴즈보고 옵니다.^^..

쿼크 2016-09-27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입니다... 카메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시네요.. 부러워요.. ^^

yureka01 2016-09-27 22:46   좋아요 1 | URL
살아갈 수 있는 의미라고나 할까요 ^^..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6-09-27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동받았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사진찍으러 다닌 게 다 부질없었다. 사진에 글을 달기 전까지는~
사진기술이 있는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구조와 풍경도 책 읽기 없이는 한낱 `기술`일 뿐이라는 고백들이 진심으로 느껴집니다.
3살 딸아이를 둔 저로서도 가사노동이라는 현실적 일과를 쳐내야만 주어지는 취미시간(전 책읽기예요ㅎ)이라 와이프한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삽니다ㅎ
사실 충실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둘러댈때도 간혹 있지만 말입니다.
전에 제주도 갔을때 들린 갤러리에서 사온 김영갑님의 <그섬에내가있었네>가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밤이네요!!



yureka01 2016-09-27 22:47   좋아요 2 | URL
네 사진 뿐만 아니라 독서도 비슷하고..문학은 말할 것도 없겠구요...
뭔가 하나 정도는 삶에 지주로 세워진 자기만의 뭔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삶을 지댕하는 힘. 견딜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빌어 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오래전에 고 김영갑님의 책 리뷰 남긴거 있을 겁니다..책 리뷰 금방 찾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9-27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도 구도죠. 그러고보면 세상에 구도 아닌게 없네요. 독서도 구도라고 믿습니다 ^^

yureka01 2016-09-27 22:48   좋아요 1 | URL
네,,일하느라 아둥바둥 살아도, 결국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길....이게 도라고 믿습니다..
네 독서가 구도에도 아주 좋은 길이기도 하죠^^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6-09-27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엄청 길었어요~ 책도 그래요. 알라딘에 남은 분이 몇 안 되거든요. 살기 바뻐 그러는 거겠죠. 몇년 전에 사진은 광풍이 분 거 같더라구요. 어느 순간 썰물 빠지듯 사진에 관한 블로그들이 사라지긴 했어요. 참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데 이상하게 친목으로 변질되죠!

yureka01 2016-09-27 23:58   좋아요 1 | URL
두서 없이 쓰다보면 늘 글이 길어집니다.ㅎㅎㅎ
인터넷시대에 짧아야 하는데..글이 다소 긴 것도 좀 자제해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사진 겔리리 레이소다가 문닫은 걸 보고 느꼈죠. 다 떨어져 나갔구나...라는 뭔가 공허감이랄까요...
네...꼭 사진판 뿐만아니라 뭐든 떼거리가 되면 페거리로 전락하는 게 일상반사죠..
사진은 단체로 하는 축구가 아니니까 말입니다.ㅎㅎㅎ

나와같다면 2016-09-27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왜 yureka 님의 사진이 마음을 건드리는지 알것 같아요
저번에.. 흘러가는 강물앞에 놓인 푸른 소주병 사진 기억해요..

yureka01 2016-09-28 00:00   좋아요 1 | URL
네 그 소주..처음처럼이라는 소주..
글씨가 고 신영복 선생의 추모성격이었드랬죠..
기억해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8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의 내면을 채워주는 것이 독서를 통한 사색이라면, 이를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사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9-28 08:54   좋아요 2 | URL
독서를 통한 사색을 사진으로 연결^^ 이런 선순환 구조..괜찮죠? ㅎㅎㅎ

아는 거 없고 느낄 수 없다면 사진은 일단 못찍거든요.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9-28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슬 일상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시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취미를 가져보았으면 합니다만...현실은...다른 얘기지만, 요즘 사진이 넘치는데, 도대체 사진여행인지 여행인지 알 수가 없어요...제 생각이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과 보통의 여행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장비도 없지만, 폰 하나 들고 어디론가 출사를 떠난다면 꽤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yureka01 2016-09-28 09:30   좋아요 1 | URL
뭐라도 한가지 좋아하는 것 하나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많아요.ㅎㅎㅎ

네 작은 카메라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단 좀 자세히 관조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사진을 담으면
사진이 훨씬 달라 질 거예요.^^.

보통 여행이 여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으로 끝나는 이유이겠지요..주마간산처럼 흩고 자나치는 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었으니까요.

2016-09-2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6-09-29 0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다 서두가 마음에 드는데요. 무엇보다 진솔하니까요 ^^*
사진하면서 거치는 과정이 다 비슷한가 봐요.
지금도 그 과정은 계속되고 있고, 그 행태도 비슷합니다.
유명 출사지에 떼지어 몰려다니고
사진 핑계로 자연훼손을 예사로이 저지르는 몰지각 등등.
사진도 인문이다. 혹은 인문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절대 아니고요 ㅎ

yureka01 2016-09-29 09:00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사진도 인문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죠..
너무나도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

사진뿐만아니라 인문..즉 휴머니즘이 없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어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