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란 닉네임이 뜻하는 바가 뭔지를 안다. 아니 느낀다. 참 백수인 정청래. 컷오프 정청래. 그의 정치 이력이 말해주듯 스타급은 스타급이다. 어느 종편에서 인터뷰를 시도하는데, 대뜸 "난 조선이랑 인터뷰 안 합니다"라고 단방에 잘라 버릴 줄 아는 정치인이다. 나도 종편이라면 거의 경기하는 수준으로 혐오하는데 앗싸. 이거 봐라. 보통 정치인이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서 똥인지 된장인지 가리지도 않고 나오려 아둥바둥할 텐데 이 냥반은 아니네? 오. 신선해.

 

그리고 지난번 국정 사상 최장기간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평생 국회방송이라는 걸 한 번도 시청해본 적이 없던 내가 이걸 시청하고 있을 줄이야 나도 몰랐다. 그 가운데 뚜렷하게 각인된 정치인이 정청래였다. 물론 요즘도 가끔 김어준의 시사토크인 파파이스를 자주 들었고 또 지난 대선 전에는 4명이 나오는 나꼼수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이름을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지난번 민주당(더 민주_ 이름이 하도 못이 박혀서 잘 바뀌지 않아서 민주당이라고 하죠.) 국회의원 후보에서는 당연히 등록할 줄 알았는데 전혀 뜻밖의 의외로 컷오프 되었고, 이에 반기를 들고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얼마든지 당선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는 컷오프를 수용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컷오프 당하고 조올라 울었을듯한데 그는 지역구에서 오히려 지역구 지지자들과 술을 마시며 반대로 지지자들을 위로하고 다녔다고 한다. 왜 모르겠는가 자신은 속으로 얼마나 부글부글했을 것이며 얼마나 울었겠는가. 보통은 억울하다, 내가 뭘 잘못했냐, 나 절대 수긍 못한다, 자칫 자신의 정치 생명이 쫑 날 수도 있는데 이걸 받아들이라니. 씨바 소송 갈란다. 당사 앞에서 도끼 놓고 이판사판 죽자 사자 머리띠 두르고 시위라도 해야 하는 등등 반론을 제기하는 게 그동안 우리들이 봐 왔던 정치인이었다. 게다가 국회의원 임기 동안에 우수 국회의원상을 몇 번이나 받은 우수 국회의원을 떨어뜨리는 것이 상당히 의외였고 억울한 일이지만 그는 다시 심기일전하고 울분을 삭이면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컷 유세단'이란 단체를 만들고 같은 당 후보들의 선거 유세단을 꾸린 것이다. 자신은 떨어지고 다른 후보를 도우려고 발버둥 친다는 것. 자기희생과 자기 헌신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에서 그의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물론 지난날의 과와 오가 그 역시 정치인으로서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뭔가 점점 가치가 밝아지는 유형이랄까, 적어도 개 꼴통소리는 안 나오겠구나 싶었다.

 

보통 정치인을 믿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정치인을 믿어서 지지하는 경우보다 정치인과의 이해타산적인 부분이 맞아 떨어지거나 정치인과 힘이라는 권력 구조를 믿을 뿐이지 인간적으로의 정치인으로서 믿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긴 하다. 그래서 정치인의 정치력에 대한 문제는 일정한 인간적인 부분은 거의 제외되어 있는 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냥반은 뭐랄까 조금은 인간적인 구석의 믿음이 약간은 혼재되어 있는 것 때문에 호감을 가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냥반 좀 웃긴다. 그런데 그 아재 개그에 썰렁한 유머 코드가 있고 그 속에 썰렁함과 어설픈 유머에서 바른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인상은 상당히 날카롭고도 강하며 근엄한 얼굴에 반해 그의 정치적인 이미지는 상반된 웃끼는 반전이 있다.

 

여기서 그는 선거 시즌이 끝나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지만 시즌의 이후에 보니 책을 두 권 출간했다. 어어, 그럼 이젠 이 시대 참 저술인 정청래가 되는 건가? 싶은 빙그레 웃음이 묻어 나온다. 그렇다면 안 읽을 수는 없다. 그의 경력상 무슨 책일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어떤 내용인지 사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려는 궁금함이 생겨서 주문하게 된다.

 

이 시대 참 저술인 정청래? ㅎㅎㅎ 그렇다면 정치인 경력으로 저술가를 떠올리면 바로 유시민 작가가 떠오른다. 정치를 은퇴하고 나서 유시민은 활발한 활동에 못지않은 책을 펴냈다. 아닌 게 아니라 참 저술인은 정청래가 아니라 유시민일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의 글의 전체적인 모양새와 정청래의 글의 모양새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다. 아시다시피 유시민의 해박한 지식과 해설, 거침없는 그의 문장실력, 다부지게 똘똘 뭉쳐진 지성, 그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눈매에서 나오는 평안한 글에서 보이는 그의 사유들이 유시민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들이라면 과연 정청래는 어떤 아재 개그형으로 나올 것인가라는 것에서 기대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제 대놓고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시대 잘린 참 백수인 정청래. 잘렸다는 비애가 웃음으로 전환 시켜낼 수 있는 정치인. 그리고 평당원. 그런데 한편으로 조금은 걱정이긴 하다. 이 시대 참 백수인으로 살아도 더 재미난 백수인이 되어 책이 너무 많이 팔리면 아예 유시민처럼 정치 은퇴 선언도 하지 않고 계속 저술활동과 기타 원외의 정치에 바쁘게 쫓아 다니게 될 것이고 나중에 아예 국회로 들어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노파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의 정치에서 국회 내의 전투력은 남다르게 치열한데 이런 전투력을 상실한다는 것도 민주당으로써는 손해나는 일이 아닐 수 없기도 하다. 백수일 때만 책을 내시고 나중에 다시 들어가야 할 텐데 이게 더 재미나면 여기서 안주해버릴까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대게가 정치인의 자서전도 믿을 게 못 된다. 물론 대부분 직접 쓴 글보다는 대필 작가의 글로 인터뷰해서 작가가 정리해서 옮겨 적은 경우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나 정치인이 쓴 책에서 그동안의 행보를 미화시키거나 업적 홍보 수단. 또는 출판기념회 등으로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모금하는 사례들이 많았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정치인이 쓴 책이 나중에 정치적인 행보와 맞지 않을 경우에도 정치인의 책은 거의 쓰레기 급으로 추락하는 사례도 있기에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정치인의 자서전은 그래서 판매용이라기 보다는 선물용으로 돌려지고 누가 읽기나 읽고 독서 감상문조차 나오기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정청래의 책에서는 무엇이라 말할 것인지. 그의 참이라는 참깨처럼 고소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그래서 기대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그의 정치적인 행보가 어떻게 이어나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도 없고 누가 보증하는 것도 없다. 다만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를 통해서 우리가 그를 바라볼 때 웃을 수 있는 참 행동인 정청래를 만나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실망만이라도 시키지 않는 정치인이 이 시대는 요구하고 정치인은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너무 어렵다. 이는 전부가 다 정치 때문은 아니겠지만 결정적일 때가 정치와 관련이 많다. 노무현은 정치가 아무리 뒤처지더라도 외면하지 말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삶이 보루로 삼아야 하는 것이 결국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치관이 확고한 정치인을 원한다. 군림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같이 뒹굴고 더불어 서로가 맞대고 애환을 주고 받으며 함께 공감하고 이에 여론이 자연스럽게 수렴되어서 실천되는 정치인이 그래서 더 그리운 법이다. 사리사욕 때문에 머리띠 두르고 도끼 내놓고 도끼파 양아치처럼 공천장 안 준다고 떼나 쓰는 아이 투정 부리는 것이 정치인의 모습은 정녕코 아니라는 것은 다 안다.

 

이번 기회에 두 권 다 주문했는데 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지역 당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꼭 만나서 비록 못 마시는 소주지만 대접 한 번 하고 싶다.

 

아울러 정치인의 자서전 중에는 대통령의 자서전도 있다. 빼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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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5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 알라디너 유레카 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ㅎㅎ

yureka01 2016-10-05 13:49   좋아요 0 | URL
헉 무슨 말씀을...
언제 곰발님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내시길...
참알라딘인은 곰발님이죠..
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ㄷㄷㄷㄷ

2016-10-06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05-0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