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구도 - 전면개정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시리즈
정승익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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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격 리뷰로 들어가기 전에 개략적인 사진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하죠. (편하게 이야기하듯이 구어체로 하죠.)


우연한 기회로 필연적으로 카메라를 잡게 된 시기가 딸아이가 3살 때였거든요. 그때부터 시작된 사진 생활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의지로 기댔던 게 사진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사진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면,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세상에서 버티질 못했겠죠. 기본적인 심리적 상태가 음울과 우울함과 비관적이었으니 그리 밝은 스타일도 아니었다. 이런 성격에 있어서 사진은 일종의 도피처였던 셈입니다. 모종의 결핍의 확인용이었고 갈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책이란 저변의 독서력이 잠재되어 있다가 사진으로 튀어나온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지도요.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잡았던 그때가 카메라가 '삼성 V3'라는 작은 똑딱이 카메라였습니다. 디지털 가격이 똑딱이 치고는 꽤 비쌌죠. 그런데 이걸 덜컥 구입하고 나서 디지털이 주는 매력에 끌린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필름 카메라가 있긴 있었습니다. '미놀타 x-300' 기종인데 80년도 산이었고 삼성에서 미놀타에서 라이선스 생산품이었거든요. 물론 정말 어쩌다 필름을 마운트하고 사진을 찍곤 했지만 그냥 사진일 뿐이었지 "사~~~진!!!!"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는데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부터 비로소 사진의 인식은 가슴 한가운데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계기가 되었었지만 그렇다고 꼭 이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사진 이유들이었습니다. 특히 아빠 사진사는 딸아이 때문에 카메라 들었다가 사진의 세계로 인도되는 경우도 꽤 많았고 의사분들은 자신의 진료 기록으로써 사진 찍다가 사진에 눈 뜬 케이스도 있고요.


그렇게 시작한 사진 생활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찍기 바쁘고 사진으로 놀기 바쁜 나날이었거든요.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보고,,, 그래서 어느 날부터 도저히 똑딱이로는 사진 이미지가 못마땅하고 해서 그 당시에는 거금을 주고 DSLR을 결재하고 카드 값에 늘 휘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격도 많이 내렸지만 그땐 엄청 비쌌거든요. 점점 사진에 빠져 가는 사진 병에 걸린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미친 듯이 사진 찍었죠. 절대로 새벽에 일어날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일출 사진을 찍으러 꼭두 새벽길을 혼자 달리고 있는 겁니다. 실로 사진은 스스로를 많이 변화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사진 찍기 전에는 뭔가 의기소침하고 기가 팍 죽어 있던 시간이었고 오갈 대 없이 서성이는 삶을 산듯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지역의 사진 동호회도 가입하고 나니 그곳에서는 먼저 많은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나가면 어기 저기 단체 출사도 나가고 소소한 번개 모임으로 사진의 주된 이야기들에 신났거든요. 그렇게 몇 년을 사진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돌아다니냐라는 이유가 회의감이 치밀어 올랐죠. 왜 사진 찍냐라는 왜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품? 놀이? 예술? 취미? 등등의 이유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이거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렌즈를 사고 카메라 보조 장비를 사며 늘 카드값은 휘달리고 이거 하나 사면 저게 사고 싶고, 소위 장비 빨에 늘 시달리는 게 정말 지금 생각하니 웃기기도 했습니다. 가랑이 찢어지는 줄도 몰랐죠. 그때 한 달 카드 값에 와이프도 모르 게 끙끙 앓았죠.ㅎㅎㅎ 지금 생각하니 미친 거였더군요. 마치 불나방이 사진이란 불에 맹목적 본능으로 달려들어 타죽을 만큼 미치게 새벽을 달리고 산에 올라 일출을 담고 야밤에 별사진 담겠다고 한겨울에 오들오들 떨고 ㅎㅎㅎ 그리고 산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말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매고 새벽길을 달려 등산을 하고 산에서 사진을 담았던 적이 꽤 됩니다. 지리산, 오도산, 주왕산, 비슬산, 언양의 가지산도 갔었고 하여간 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에는 고관절에 물이 차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동호회 사람들도 사진에는 별로 관심 없고 연애질이나 하고 술판이나 벌이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사진 때문에 모이고 만났으면 사진 이야기나 할 것이지 사진은 그저 친목 도모에 작은 소재 거리 밖에 되지 않는 것 보고 영 재미없구나 싶었고 점점 멀어지더군요. 게다가 사진을 찍을수록 첫 사진의 감동은 점점 희박해지고 사진이 찍기 싫어지더군요. 한때 그렇게 미친 듯이 찍다가 갑자기 호흡이 멈춘 것처럼 뚝, 정지된 공허가 찾아오더군요.


​​이때가 첫 번째 사진 슬럼프였더군요. 카메라도 팔고 장비도 렌즈도 구입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반값 똥값에 다 팔아 버리고 다시는 사진 안 찍겠다고 선언해버렸죠. 그러나 몇 해는 그럭저럭 일도 바쁘고 하니 살았는데 한 3년쯤 지나니 뭔가 삶의 기력이 없는 것입니다. 다시 사진 찍기 전 상태의 침울함과 의기소침함, 마치 병이 걸린 듯이 기분은 늘 축축 처져 있고 학교 다닐 때 니힐리즘의 허무는 매번 비슷하게 떠나질 않더군요. 어느 날 와이프가 묻더군요. 왜 사람이 다 죽어가는 것처럼 힘이 없어 보이냐고. 어디 아프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픈 것도 없고 어디 탈난 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와이프는 느꼈겠죠.

카메라 하나 사라. 열심히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 때가 차라리 보기 좋았다고 하더군요. 사는 것처럼 활기차게 좋다고, 뭔가 전반적인 침울한 기운을 옆 사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가 보더군요. 그때 마침 회사에서 업체의 견적 작업에 참여하고 보기 좋게 떨어져서 미역줄기 타고 탈락되었거든요. 금액이 130얼쯤 되는데 공사 수주에서 떨어졌었는데 견적에 참여했던 작업 수고비를 30만 원 주더군요. 그때 사장이 회사에 카메라가 한 대 없다고 하니 회사로 받은 수고비를 카메라 한대 사라 하더군요. 그런데 30만 원짜리는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30만 원 더 보탤 테니 제가 가질게요라고 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구매를 결정했고 다시 카메라를 사고 렌즈를 사서 사진을 찍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슬럼프 이전의 사진과 이후의 사진은 좀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사진에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진 찍을 때 감상을 사진과 함께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그동안 사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사진만! 찍었구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진이 뭔지도 모르고 카메라 질만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사진 글이 딸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느낌만 가지고 사진을 찍기에는 사진에 덧붙일 글은 뭘 써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고 그럼 사진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했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독서였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읽기보다는 사진에 글을 붙이고 한참 뒤부터 사진 책을 손에 잡게 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사진을 하면서 알게 된 사진 고수들은 정작 고수는 아니었더군요. 카메라 질의 장비 빨의 무식쟁이 들었더군요. 아는 것도 없이 카메라 기술 따위가 사진의 전부라고 떠벌리는 놈들이 사진판이라는 강호에서 입지를 굳힌 것은 아니었던가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첫 디지털카메라 이후부터 카메라의 발전 속도는 가히 광속급으로 기술이 쌓이고 소위 사진 판에 디지털 바람이 불었습니다. 무수한 기종들이 쏟아져 나오고 너도 나도 개나 소나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동호회 사이트를 비롯해서 사진 갤러리 사이트, 카메라 기종 별로 만들어진 사이트, 카메라 회사 사이트 등등 디지털 바람은 태풍급으로 휘몰아쳤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메라 인구 천만 시대라는 근거 없는 소리가 거짓말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 태풍에서 카메라 들고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은 예술가 급으로 올라섭니다. 예술론 한번 접하지도 않고 작가로 나와 예술을 부르짖는 시기였습니다. 잘 찍은 사진이란 것의 힘은 사람을 미혹시키기에 딱 좋았죠. 어느 사진가는 주말마다 거의 500km를 달리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급기야 중국도 가고 인도도 가고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물론 해외여행 자유화의 바람도 있었지만 너도 나도 국내는 더 이상 사진 거리가 없으니 해외로 나갑니다. 그때부터 여행 수기 같은 책들이 쏟아집니다. 여행 일정 스케줄의 단순 나열된 사진은 낯선 타국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여기 갔고 저기 갔다는 증명용 사진이 넘쳐납니다. 지금도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보면 가히 사진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된 것이었지요. 스마트폰의 열풍이 서서히 불면서 핸드폰에 고성능 카메라가 달리기까지 합니다. 가히 카메라 전성시대가 된 거예요. 일상생활의 사진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사진이 찍히는 량이 무려 20억 장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통계까지 그럴싸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태풍은 사진계가 망가지는 늪인지도 몰랐죠. 잘 찍은 사진의 감동은 화려한 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니까요. 현란함은 그리 오래가지를 못 합니다. 사진의 봄은 사진의 여름을 거쳐 가을로 꺾이고 점점 겨울로 치닫습니다. 여름 한 창 때 열었던 사진 갤러리 사이트에 피었던 사진 꽃은 일장춘몽이 자 일장 하몽같이 가을의 낙엽같이 시간의 바람에 쓸쓸히 나부끼는 꼴이었습니다. 이내 겨울이 닥치니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유저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소수들만 남아 자신의 사진을 자위하고 있습니다. 가짜는 가고 이제 진짜만 남은 셈입니다.

일례로 동호회 시작했을 무렵부터 최대 가입인원이 300명도 넘었고 한번 출사 갈 때마다 관광버스 대절까지 내야 할 정도로 인원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전부 사진 안 찍습니다. 아마 그때 알게 된 유저분들이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경우는 나 혼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한때의 빛나는 사진도 다들 빛 바래지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진은 한때 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었거든요.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꾸준한 항상성과 자기 연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자신의 철학적인 관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터득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하더라도 여전히 사진의 그 본질에는 다가설 수 없습니다. 더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지속적 적일 따름이요, 근접하고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중도에 하다가 만다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사진과 책을 읽고 찍고 쓰기까지 오늘까지 이어진 힘은 결핍이었죠. 부족함이 나를 끊임없이 채우려 들어야 했으니까요.. 비움과 채움은 곧 사진의 비움이라는 빼기와 삶의 덧셈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적인 삶의 갈망에 가장 손쉽고 간단한 도구는 카메라였거든요. 사진을 찍음으로써 미쳐 내가 보지 못한 사유를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사진의 힘이었습니다. 어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영광이 생겨 명성을 얻어 가는 것도 아니라 이 삶의 허무에 저항하는 힘이 내 삶을 예술적으로 포장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진 말고는 없기 때문이었거든요. 허루 하루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감옥에 있는 죄수처럼 허무하기 이를 대가 없습니다. 뭔가 하나라도 매달리고 붙잡고 자신에게 채근시키고 자신에게 자존감의 힘을 심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사진을 찍어 대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일단 와이프에게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일요일 멀리 사진 찍으러 나갈 때는 전날에 항상 아부성 요리랍시고 해주었고요. 일요일 아침에 나가려고 아침밥도 차려 놓고 나가기도 했고요. 와이프가 일하러 나가는 직장인이다 보니 가급적이면 설거지도 하고 딸아이 밥도 챙겨주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 최선은 다 못하더라도 그나마 마음에 들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사진 찍으러 나갈 때 잔소리 듣기 싫었기도 했습니다. 해달라는 거 다해주고 나가는데 굳이 다른 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에는 집안일에 너무나도 태무 심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진으로 인해서, 편하게 사진 찍으러 나가고 싶어서 미리 싫어하는 것들을 가림막으로 하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겠지요. 남자가 자신의 취미를 하는데 있어서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혹은 무관심하게 내팽개쳐 둔다면 이것도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만큼 스스로가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거든요. 그래야 내가 찍는 사진에 있어서 정갈하고 정당한 가치를 수긍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일상에서 이런 일들이 전부 사진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사진은 정당한 가치와 양심으로 찍어야 하고 또한 스스로가 자신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술 먹고 개판치고 헛소리 해대며 자신의 행동이 개차반으로 저질러 놓고 예술가임네 행색 하는 모순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사진은 정적인 운동이거든요. 심리적으로 깊은 고찰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스포츠처럼 과격하게 움직이지 않고 정적이 감도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동이 필요한 활동이거든요. 사진은 요란하게 찍을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침묵하고 조용하고 과묵하게 셔터를 날려야 되는, 셔터 누를 때 숨을 참지 않으면 사진은 흔들리게 되거든요. 마찬가지입니다. 숨을 참듯이 일시 호흡을 정지해서 우리의 삶을 잠시 잠깐을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관조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인생살이 개차반으로 살며 부대끼고 소란스럽게 카메라 들면 그게 사진은 재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몇 해간에 사진 찍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은 아닐 것입니다. 역시 사진은 그런 기본적인 삶이 행태적인 소양이 반드시 따라 나와야 가능한 이유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소양을 가지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내재화시켜야 결국 사진으로 도출될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고 넓힐 수 있어서 이것이 다시 깊게 볼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일 년 가도 시집 한 권 본 적이 없는 자가 사진 찍는 것은 그런 사진은 하나도 안 믿습니다. 그런 건 사진이 아니라 이미지일 뿐입니다. 시심이나 심상은 시의 기본적 매뉴얼의 중요한 요소이듯이 사진의 심상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대체 이런 것도 가지지 않고 카메라 들고 셔터만 누른다고 다 사진이 예술적으로 고도화될리도 없습니다. 소위 사진 잘 찍고 싶다면서 사진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까막 눈가지고 무얼 보고 무얼 찍을 것인지 정녕 모를 일입니다. 일차적으로 누구나 다 보이는 것들만 찍어 대서는 사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진은 사진가의 심리적인 해부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지 누구나 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 사진의 철학 부재를 증명하는 짓일뿐입니다. 모르는 것을 자랑삼아 사진 찍는 짓은 안 찍는 것만 못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고 이것을 내심으로 가져와서 이입시켜야 비로소 사진가의 자격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진 구도라는 책도 이런 사진 작업의 일환이자 그 연장선상에서 읽은 것을 리뷰로 쓰게 된 것이니까요.. 자 그럼, 책 리뷰로 들어가 보죠. 사전 사설이 참 길었습니다.


사진에 있어서 교과서는 없어도, 참고서는 있습니다. 이 책 사진 구도는 사진의 구도에 대한 다수의 예제 사진을 통해서 실제 이론을 설명한 참고서입니다. 특히 참고한 사진의 정률적인 구도를 알아가고 응용하다 보면 결국은 자신에 걸맞은 구도를 찾으라는 의도가 이 책의 핵심 요지입니다. 사진에 있어서 구도는 그 사진의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주장하는 의미와 표현이 사진의 사각형 형식에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시선을 배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일 테니까요. 따라서 구도가 안정적이며 자신의 표현과 사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준이 사진의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구도가 사진에 적절히 이입된다면 이미 잘 찍는다는 대열에 반쯤은 걸 터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소설로 치면 전체적 줄거리이자 뼈대가 사진에서는 구도이며 사진을 전체적인 스토리 텔링의 심층구조이자 뼈대를 이루는 형식이 되는 것이니까요.

사진의 출발 또한 회화의 구도에서 출발하였기에 구도의 중요성은 필수적이며 결정적인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의 뼈대를 이루는 구도는 오랜 기간 연습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진에 배치되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구도도 역시 안정의 논리이거든요. 왜 이렇게 그렇게 배치했는지 물었을 때 자신의 사진에 자기가 머뭇거리게 된다면 이 또한 사진은 내가 찍었으되 내 사진이 아니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찍은 사진이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구도인 까닭입니다. 그만큼 사진에 있어서 구도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메라를 매고 나가서 직접 사진을 찍어 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처럼 구도가 의식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찍고 나서 구도가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처럼 체질화되지 못한다면 사진에서 응용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이유입니다. 마치 바이올린 연주자가 현을 짚어가는데 일일이 현을 짚는 자리를 보고 나서 짚어가는 연주는 오래 할 수가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건반을 일일이 봐가며 연주하는 것도 연주가 삐걱거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연습으로 눈을 감고도 피아노 건반 자리에 손이 저절로 가도록 자신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건반을 손으로 익혔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되는 부분이거든요.

사진에 있어서 이처럼 자신의 시선이 사진적인 구도에 자신의 구도로써 자연스럽게 접목이 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가 그렇게 어려운 난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표현이 구도에 이유를 붙일 수 있는 사진의 체득, 체질화가 되었을 때 겨우 사진은 자신의 스타일이 나오게 되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구도는 일이 년 사진 가지고는 턱도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심호흡으로 화두 하나 겨우 잡을 입문하기 위한 조건이 마련된 것이니까요.

사진에 있어서 색감은 디지털카메라에 있어서 상당히 카메라의 기본적인 성능에 따라 좌우됩니다. 물론 현실상의 빛이란 각도와 세기에 따라 색감은 달라지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카메라의 프로그래밍된 기계적 성능에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색감을 제어할 색의 감각도 탁월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카메라의 본 바탕의 색 재현력 카메라에 구속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사진의 구도는 순수하게 카메라에 의존하지 않고 사진 찍는 사람의 촬영자의 제어에서 관장되는 부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구도에서 주는 작가의 철저한 시선의 산물이었으니까요.

 

김홍희 사진작가는 자신의 저서 "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에서 필름 카메라를 다섯 번 셔터 박스를 갈아 치울 만큼 사진을 찍었다고 술회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시선의 감각을 가지고 예리하게 날을 세워서 수도 없는 셔터의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셔터박스의 셔터 보증이 30만컷입니다. 5번 교체했다면 150만컷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어마어마한 사진 컷 수입니다.) 구도는 역시 사진을 구도를 염두에 두면서 찍은 그간의 연습입니다. 어느 시인이나 소설가는 등단하기 전에 무수한 습작의 시간을 훈련하고 거쳤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진작가는 이 습작의 시간을 거쳐야 하거든요. 그래야만이 자신이 추구하는 사진의 철학을 구현 해내는 찍기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사진에서 천재는 없죠. 발상의 천재는 있어도 사진적인 천재는 없습니다. 그러나 깊은 내면과 철학이 사진을 천재화시키게 담아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구도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은 사진의 반 이상 차지한다 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책, "사진 구도"는 작가가 구도라는 주제로 책을 내기까지 구도에 대해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는지 나타낸 증명서와도 같고 사진에서 구도를 배치하는 사용설명서와도 같습니다. 그만큼 사진의 구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 사진 구도에 아주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특히 사진을 좀더 깊이 즐기고자 한다면 이 책은 카메라와 더불어 꼭 읽어 봐야 할 필수 서적임에 틀림없습니다. 모쪼록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사진의 진한 느낌을 가꾸려는 아마추어 작가나 지망생들은 꼭 한 번쯤 일 독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네, 사진은 구도(求道)입니다.


---글은 아주 오래전에 적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합니다. 하여간 책 읽어도 리뷰가 참 너무 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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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27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오늘도 퀴즈 보러 오세요.^^ 오늘은 아주 쉽습니다.^^

yureka01 2016-09-27 20:51   좋아요 2 | URL
넵넵,,, 이미 퀴즈보고 옵니다.^^..

쿼크 2016-09-27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입니다... 카메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시네요.. 부러워요.. ^^

yureka01 2016-09-27 22:46   좋아요 1 | URL
살아갈 수 있는 의미라고나 할까요 ^^..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6-09-27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동받았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사진찍으러 다닌 게 다 부질없었다. 사진에 글을 달기 전까지는~
사진기술이 있는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구조와 풍경도 책 읽기 없이는 한낱 `기술`일 뿐이라는 고백들이 진심으로 느껴집니다.
3살 딸아이를 둔 저로서도 가사노동이라는 현실적 일과를 쳐내야만 주어지는 취미시간(전 책읽기예요ㅎ)이라 와이프한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삽니다ㅎ
사실 충실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둘러댈때도 간혹 있지만 말입니다.
전에 제주도 갔을때 들린 갤러리에서 사온 김영갑님의 <그섬에내가있었네>가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밤이네요!!



yureka01 2016-09-27 22:47   좋아요 2 | URL
네 사진 뿐만 아니라 독서도 비슷하고..문학은 말할 것도 없겠구요...
뭔가 하나 정도는 삶에 지주로 세워진 자기만의 뭔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삶을 지댕하는 힘. 견딜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빌어 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오래전에 고 김영갑님의 책 리뷰 남긴거 있을 겁니다..책 리뷰 금방 찾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9-27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도 구도죠. 그러고보면 세상에 구도 아닌게 없네요. 독서도 구도라고 믿습니다 ^^

yureka01 2016-09-27 22:48   좋아요 1 | URL
네,,일하느라 아둥바둥 살아도, 결국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길....이게 도라고 믿습니다..
네 독서가 구도에도 아주 좋은 길이기도 하죠^^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6-09-27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엄청 길었어요~ 책도 그래요. 알라딘에 남은 분이 몇 안 되거든요. 살기 바뻐 그러는 거겠죠. 몇년 전에 사진은 광풍이 분 거 같더라구요. 어느 순간 썰물 빠지듯 사진에 관한 블로그들이 사라지긴 했어요. 참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데 이상하게 친목으로 변질되죠!

yureka01 2016-09-27 23:58   좋아요 1 | URL
두서 없이 쓰다보면 늘 글이 길어집니다.ㅎㅎㅎ
인터넷시대에 짧아야 하는데..글이 다소 긴 것도 좀 자제해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사진 겔리리 레이소다가 문닫은 걸 보고 느꼈죠. 다 떨어져 나갔구나...라는 뭔가 공허감이랄까요...
네...꼭 사진판 뿐만아니라 뭐든 떼거리가 되면 페거리로 전락하는 게 일상반사죠..
사진은 단체로 하는 축구가 아니니까 말입니다.ㅎㅎㅎ

나와같다면 2016-09-27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왜 yureka 님의 사진이 마음을 건드리는지 알것 같아요
저번에.. 흘러가는 강물앞에 놓인 푸른 소주병 사진 기억해요..

yureka01 2016-09-28 00:00   좋아요 1 | URL
네 그 소주..처음처럼이라는 소주..
글씨가 고 신영복 선생의 추모성격이었드랬죠..
기억해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8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의 내면을 채워주는 것이 독서를 통한 사색이라면, 이를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사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9-28 08:54   좋아요 2 | URL
독서를 통한 사색을 사진으로 연결^^ 이런 선순환 구조..괜찮죠? ㅎㅎㅎ

아는 거 없고 느낄 수 없다면 사진은 일단 못찍거든요.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9-28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슬 일상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시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취미를 가져보았으면 합니다만...현실은...다른 얘기지만, 요즘 사진이 넘치는데, 도대체 사진여행인지 여행인지 알 수가 없어요...제 생각이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과 보통의 여행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장비도 없지만, 폰 하나 들고 어디론가 출사를 떠난다면 꽤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yureka01 2016-09-28 09:30   좋아요 1 | URL
뭐라도 한가지 좋아하는 것 하나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많아요.ㅎㅎㅎ

네 작은 카메라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단 좀 자세히 관조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사진을 담으면
사진이 훨씬 달라 질 거예요.^^.

보통 여행이 여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으로 끝나는 이유이겠지요..주마간산처럼 흩고 자나치는 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었으니까요.

2016-09-2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6-09-29 0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다 서두가 마음에 드는데요. 무엇보다 진솔하니까요 ^^*
사진하면서 거치는 과정이 다 비슷한가 봐요.
지금도 그 과정은 계속되고 있고, 그 행태도 비슷합니다.
유명 출사지에 떼지어 몰려다니고
사진 핑계로 자연훼손을 예사로이 저지르는 몰지각 등등.
사진도 인문이다. 혹은 인문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절대 아니고요 ㅎ

yureka01 2016-09-29 09:00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사진도 인문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죠..
너무나도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

사진뿐만아니라 인문..즉 휴머니즘이 없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어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