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같이 시골로 내려가 오두막을 지어 놓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요즘은 간단하지 않거나와, 홀로 단독의 삶이 아니고서 가치관이 다른 가족이라도 있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꼭 핸리처럼 빼다 박은 삶도 좁아터진 여기 이 나라 국토에서도 어렵다. 지형이 악조건의 험악한 산지가 아닌 담에야 원시의 자연 그대로인 곳은 드물기도 하다. 또한 굉장히 디테일하게 토지의 용도 구분이 되어 있어서 아무 곳에서 마구 오두막이라도 신고를 하든 허가를 받아야 집을 지을 수 없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슷하게나마 소로우처럼 자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 보기도 잠시나마 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부질없는 짓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1800년대 미국의 미개척지나 인접한 땅이야 원시적 자연림이 무지하게 넓은 땅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땅은 그에 비할 바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젠 약간은 시무룩해졌고, "의기소침이 아니라 의지의 소침이 된 원인"은 가장 토지 확보라는 큰 난관을 넘지 못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땅과 같이 무진장 넓은 땅에 지대가 싸거나 임차료가 거의 없는 땅은 우리나라엔 없다. 강원도 오지 산골로 들어갈까라고 해도 혼자가 아닌 담에는 어렵다. 근교에 적당한 부지는 아직 확보를 못했다. 가장 큰 문제가 땅이었는데, 경매도 찾아 보고 부동산도 다녀 보고 지역이 구석구석도 답사해보기도 했다. 각종 공부를 확인해보고 마음에 드는 적당한 부지는 아직 찾지도 못했고, 설령 조금 마음에 든다 싶은 땅은 여지없이 비싸서 내가 가진 자본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동산(아파트나 토지 중심으로)으로 자본적 욕심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고 보니, 토지가의 상승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과는 사뭇 양상이 전혀 다르다. 땅값은 끝없이 오르기만 했고, 내린 것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파트 가격이야 주택의 공급이나 수요나 혹은 경제적인 여러 변수에 의해서 오르기도 하고 때론 내리기도 하는 변동 폭을 보이기도 하지만, 토지는 일관되게 상승 곡선의 우상향이다. 토지시장이 얼마나 웃기냐면, 무슨 개발 계획 소문 하나만으로도 가격은 벌써 뛰기 시작하고, 이에 등달아 부동산 소개업자들이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는 꼴이다. 실 거래가격도 나날이 오르기만 한다.(요즘은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근연도부터는 가격이 대부분 오픈되어 있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아끼고 급여의 일부분을 차후 토지 대금으로 쓰기 위해 모았으나, 오르는 가격에 도저히 따라잡을 길도 없다. 은행에 이자는 나날이 줄어들고, 토지 가격의 상승은 반비례로 오른다. 월급쟁이가 모으면 얼마나 모을 거라고 꼴랑 몇천몇 억을 가져도 원하는 위치의 땅값에는 한참 못 미친다. 아 자동적으로 우울해지려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모자란 놈이 된거 같다. 토지는 토지 장사로 부를 축적하고 토지로써 치고 나가지 못했다는 거다. 이른바 땅투기를 하지 못한 탓이 제일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와이프가 "어떻게 학교에서 부동산 쪽으로 전공도 했고 평생을 건축 관련 땅에 관한 업무를 했는데 왜 미리 따져 보고 확보할 줄을 모르고 이제 와서 그러냐"라고 타박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단 속담이 나에겐 빈말도 아니다.


대부분 땅 투기하는 사람을 욕하기는 쉽고 시세 차액으로 부를 쌓는 걸 터부시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희들은 "실컷 욕해라. 나는 투기할란다" 이런 식이다. 그래 못한 놈이 바보고 욕해봤자 무슨 소용이라도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자본을 모아서 땅을 구입하려니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를 여실히 들어낸다. '나도 씨바 투기나 할걸. 뭐 잘 났다고 양심 따위에 공정함에 고민하며 투기꾼들을 비난했을까. 못한 놈이 바보'가 된 형국이다. 네가 뭐가 잘났다고 투기꾼을 욕하냐, 못했으면 못한 자신을 탓일 일이 곧 결론이 되어 버린 셈이다. 가고 싶은 지역의 부동산 중개 사무소는 더 이상 찾아가기도 싫다. 전부 도둑놈 같은 세끼들이고 어떻게 하면 복비나 수수료나 더 받아 처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까딱하다가는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골의 부동산에는 토지 거래 금액에 따른 중개 수수료 요율은 무의미하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꼴랑 법률상 정한 수수료 보고 부동산 사무소를 하는 사람은 시골엔 없다. 땅값을 비싸게 부르고 지주가 원하는 땅값의 이상의 금액은 부동산 중개자가 먹는 꼴을 심심찮게 보거나 혹은 과도한 수수료를 아예 대놓고 부르기 일쑤다. 도시 내에 아파트 거래와는 수수료가 전혀 다르다. 그러니 부동산을 거치는 게 자칫 수수료 분쟁의 소지가 될 수가 있는 이유이다. 결국 이세끼들이 부동산 가격을 들입다 올리는 꼴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대학병원이 이전 해왔다. 대학병원이 이전 해왔는데 지역 이외의 군 소재지 땅 가격도 오르는 이유가 된다니 얼마나 웃기는 짬뽕이냔 거다. 지하철이 갈 거란 소문과 고속도로가 통과되고 내륙 철도의 역사를 억지로라도 유치하려는 이유가 다 토지 가격 상승의 지대 상승 이론에 여지없이 들어맞는 현상을 그대로 보이는 꼴이다. 그야말로 개발 소재 소문 하나만으로도 평당 몇만 원이 들썩거렸다. 4-5년 전에 가격대를 알고 있던 토지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되는 현상을 보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시군 지역은 대도시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대도시 주변의 개발 정보는 시군 지역의 땅값의 동반 상승을 불러온다. 대구에 있던 지방 공항이 군위 의성으로 옮긴다는 소문 하나만으로 군위와 의성 땅값은 상승하고 있으며, 내륙철도와 고속도로 계획으로 성주군 땅값이 올랐다. 이 밖에 청도 영천 경산 이런 대구 주변의 땅값은 놀라울 수준이다.


이젠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안 가면 그만이지 반드시 가야 할 이유보다 자본은 부족하다면 포기하는 게 맞다. 특히 토지는 대출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준이 안되면 포기하는 게 맞다. 그래 가지 말자. 땅값 상승은 기존에 거주하는 소유자들에겐 좋은 호재이겠지만 결국은 유입인구를 막는 꼴이다. 시골 한번 갈려니 몇억은 우습게 들 바에는 차라리 대구 도심 내의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를 하나 더 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골 주변으로 인구 분포를 보면 70대 80대 노령층의 급격한 상승과 유입인구가 없이 유출인구만 있을 때 과연 시골의 땅값이 유지는 될지는 모르겠으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듦으로써 발생하는 토지이용이 되지 않을 경우 지역은 급격히 쇠락한다. 지역이 활성화되지 못할 때 유출 요인은 강력해지고 유입인구를 더 막는 꼴이 발생한다. 토지의 지대가 계속 상승할수록 역설적으로 유입인구가 차단될 때 결국 지역의 쇠락은 가속화되는 역설을 막을 방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없다. 토지공개념으로써 토지가 공공적 성격의 수단의 인식보다는 여전히 개인 사유화에 의해서 자본적 욕망의 수단이라면 답은 뻔하다. 마음 같아선 강원도 오지 산골로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너무 좁다는 게 답답했으나, 뭐 까짓 거 이것도 포기하면 된다. 기필코 가야 할 이유라도 있으나, 반드시 가야 할 목적도 그 가능성의 희박함에 염두에 둘 뿐이다. 자급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결국은 자본의 힘 앞에서는 불가능한 시대에 1800년대의 소로우가 살았던 그 시대가 참 부럽다고 해야 할까 여기게 된다.


땅값이 올랐다고 해서, 원하는 땅값이 올랐다고 해서 무지하게 화날 것도 없다. 인간의 욕망에 열난다 해서 뭐 달라질 것도 없다. 아무리 툰베리가 트럼프에게 불화살 같은 눈빛을 쏜다 한들, 다수의 자본은 눈도 끔쩍하지 않을 뿐이다. 지구가 망해서 흡사 봄베이 화산이 터져서 불덩어리가 떨어져서 그제서야 화들짝 놀랄 때까지는 인간의 욕망은 거침이 없고 멈춤이 없을 따름이다. 시골 땅이 아무리 올랐다 해서 내가 화나지 않는 이유이다. 안 가면 그만이고 갈수 없어서 포기하면 그만일 뿐이다. 안 간다 해도 내려놓음 되고 갈 수 없음에 애달파 복장 터져 죽을 일도 아니다. 못 가면 안 갈 것이고 안 가면 여기서 또다른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찾으면 그만이다. 인생이란 의외로 짧다. 못해서 애걸복걸한 마음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하면 편하다. 인생 뭐 별거 없다. 여기가 거기라면 된 거라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욕망으로 현대에까지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결국 이 욕망으로 발전된 지금의 문명으로 종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도 없다. 방사능이 아무리 뿜뿜해도 사소한 것에 호들갑 떨어도 치밀어 오르는 암덩어리에는 감각을 못 찾다가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화들짝하는 게 우매한 욕망의 몽매일 뿐이다. 아무리 선구자 같은 혜안을 가진 선지자 같은 작가들이 죽어라 부르짖어도 욕망의 터닝 포인트는 못 찾을 따름이다. 각성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의 종말을 감지할 순간에서 찾아오더라도 올 때까지 신호등은 켜지지 않는다. 후회와 각성은 항상 늦게 찾아오는 뒤늦음의 후회만 남길 따름이다. 희망은 늘 있는 착각으로 사는 것이라 믿는다. 내일이 또 있다고 여겼기에 오늘이 있다. 우리는 스피노자처럼 위대한 인간은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졸지 마. 소주나 한잔 콸!~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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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2-14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도 몇년 전 도로명 주소 이름지을 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역 이름이 도로명에 나와야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에 결국 주소도 바뀌는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yureka01 2019-12-14 09:07   좋아요 1 | URL
가격 올리고 싶어서 하는 주장이 때론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죠..
무슨 꼬투리 하나라도 잡으면 오를 심리..

결국 소유한 것만으로도 이익을 보는,
불로소득이 토지시장입니다.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
이광수 지음 / 알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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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직장 다니면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다가, 무슨 바람 불어 오지랖같이 평범하지 않게 사진을 찍으며 살아온지 햇수로 꽤 지났다. 그동안 밥 먹고 일하며 월급 받으며 주어진 업무와 지시에 어김도 없을 정도로만 살았으나, 이 삶에서 특별히 차별화되는 비범은 전혀! 없었다. 다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허기와 결핍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운을 타고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부족함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려 했던 이유였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삶이란 시작부터 일정 부분의 운과, 이 영향과 놓여진 상황에 따라 선택이 종속된 채로, 시간과 공간은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진은 바로 그 가운데에서 내 삶의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 그게 전부가 돈의 목표를 삼았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적어도 그 대열에서 열외자이거나 낙오자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주류의 낙오이거나 메이저에 끼지 못한 마이너였다.



사진을 시작하고부터 너무나도 잘못 알아버렸다.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사진의 초보 시절에는 한 번쯤 격는 오류라든가 불합리부터 배우게 되는 게 많았다. 일면 사진이나 일류 사진을 쫓고자 했던 의욕의 과잉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들이 기존에 작가들처럼 떠들었던 것이 사진인양, 인문학적 바탕이 미천한 채로 시작된 얄팍한 명성과 칭송에 눈이 돌아갔던 잘못됨이었으며, 그리고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 마치 자신의 실력 인양 착각하던 철부지 같은 사진을 찍겠다고 설레발을 쳤던 과오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고도 수치스러워진다. 사진은 특히 예술이란 사진은 소위 사진 협회류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그런 게 사진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 버렸다는 점이다. 늘 오류는 항상 늦게 발견되는구나 싶었다.



예술로서의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이 서재에 변변한 사진 책이나 사진 작품집 하나 없거나 감성을 쫓는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시집 한번 보려 하지 않는, 그 인문적인 얇음과 깊이없는 피상적인 것들의 사진에서, 명예욕과 돈독이 잔득 들어간 목적의 사진을 사진 예술인 것처럼 호도하는, 소위 주류들의 사진 추종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일 년에 통틀어 사진 에세이집을 비롯한 사진적 인문학에 대한 책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 회사가 매출을 걱정할 정도로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소비하지도 않는다. 다 한때의 바람같이 유행가 가사처럼 사라져 버린 사진가들은 카메라를 내려놓았고 사라져 버리고 사진을 버렸다. 사진의 인문적인 심성 발달없이, 소위 일면 사진을 바라던 사람들의 사진은 더 이상 흥미도 없다. 그렇게 많았던 동호회도 폐업했고 유행처럼 번졌던 사진 갤러리 사이트들도 빛바랜 추억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방문객이 없는 빈 사진 갤러리는 그렇게 문을 닫았던 것도 사진이 유행으로 번진 후의 쓸쓸함만 남았다.



왜 이런 책이 이제서야 나왔을까 너무나도 아쉽다. 카메라가 유행처럼 번질 때 너도 나도 큰 D-slr 카메라를 매고 작가들이 된 것처럼, 사진을 찍을 무렵에 이런 사진 인문학적인 책이 나왔더라면 사진의 유행을 사뭇 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도 물론 나조차 사진의 인문적 사색과 존재의 모색에 깊이가 없었던 이유였다. 그런 이유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진을 잘못 배운 탓도 크다. 그래서 살롱에나 걸린 사진이라며 비하하는 식의 사진을 그것도 못 찍어서 안달 내던 구태적이고 진보없이 알려주는 거짓된 정보를 통해 교과서처럼 받아먹었던 탓도 크다. 그래서일까 일러준 대로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도 사진을 찍어도 허기지는 이유도 몰랐으며, 사유할 계기를 마련할 책도 부족했다. 사진 책은 나오기 힘드니 누가 책을 낼 엄두도 못 냈을 테고 차라리 지금과 같이 사진 책부터 찾았더라면 아무래도 사진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사진 책이라는 게 겨우 카메라 작동법이라는 사용법의 교과서로 배운 사진은 그저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잘 찍은 사진들만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도 모르면서 사진을 찍겠다고 몇 백만 원씩 카메라와 사진 장비에 투자하도록 만든 장비 제조업체들과, 장비 제조업체의 스폰서가 된 영업맨의 작가들이 사진의 소비와 생산 방식을 천박하게 만든 원인이었고 깊이 없이 부화뇌동한 호기심의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의 권력의 반론 없는 추동과 설레발이었다. 하루에 500킬로 이상 달리며 전국 방방곡곡의 풍경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며 자기 자랑과 사진 사랑이 고작 이동 거리와 비례한다고 떠들어 대던 그들은, 대체 지금도 500킬로를 달리며 일면 사진을 찍겠다고 다니지는 않는다. 사진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분야이지 물리적인 스포츠가 아니다. 운동경기와 예술이 특별한 재능을 요구하지만 그 양상과 방식과 대하는 태도는 방법이 다르다. 스포츠처럼 등수를 매기려 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진 예술관은 지금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인 문과 관해 대비해 보면 얼마나 사진을 터무니없고 어처구니 없이 사진을 호도 시켜 버린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두렵다. 그 책임이 바로, 사진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따름이고 단순한 흥미의 인구는 언젠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사진의 소비층을 없애 버린 현상을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문학이 아무리 불모지같이 황무지라고는 하나 일 년에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작품 수만 보더라도 사진보다는 낫다. 그런데 사진을 그렇게 찍어 대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야무야 한때의 사진에 대한 추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많았다. 유행은 변했고 다들 카메라를 잡을 때는 카메라 작동법이란 책이 나왔듯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게 되니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이란 책이 나오기까지 한다. 사진이 겨우 작동법같은 사용설명서를 책으로 접한 그런 사진은 과연 잘 찍기야 하겠지만, 그 또한 역시 오래가지는 못하는 걸 너무나도 쉽게 예측되고도 남는다. 남들이 카메라 메고 자구촌 오지를 돌아 나니는 여행작가를 하니 너도나도 배낭에 커다란 카메라를 매고 돌아다니며 스쳐가는 피상적 풍경이 진실인 양 사진을 보여주기 바쁜 것도 유행이었다. 그래서 나온 여행 책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것도 한때의 광풍처럼 번졌다. 인도를 가니 인도 여행이 유행이 되고 일본을 가니 일본 관광지의 풍경이 일면 사진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와 다를 바는 없었다. 낯선 풍경도 계속되면 익숙에 젖어 들게 되고 흔해 빠지게 되는 것도 인간의 심리적 지루함이 가져다주는 상수이다.  익숙한 것에서 자신의 낯선 시선은 찾기가 어려운 만큼 낯선 풍경의 새로움도 다들 그렇게 찾는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그 한 장에 인문학적인 자신의 고뇌를 담겠다는 사진 철학적인 자세의 확립 없이, 일부 예술가들의 전유물처럼 소수에 국한될 뿐이고 그래서 사진 이력은 단명으로 그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유행병처럼 흘러가버린 사진가들에게 무어라 할 말은 없다. 인간의 사유는 여전히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를 향할 뿐이고 멈추지 않는 지긋한 열정은 땅속에서 고요히 흐르는 지하수처럼 단비는 내리는 것이다. 한때의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슬퍼할 일은 아니다. 사람의 기호 식품으로 전락한 것도 수요는 늘 변하기 마련이라 사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왜 사진으로 자신의 삶에 인문을 결합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사진을 통해서 사유의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을 끊임없이 진행시켜 나가는 것. 사실 인문이란 결국 인간성의 문제로 귀결되는 분야가 아니겠는가. 인간다움의 이 다움이란 결국 자신이 속해버린 이 세계의 시선의 관조를 이루는 작업일 것이다. 사람의 고통과 즐거움과 기쁨과 슬픔의 본질을 추구하는 인간다움의 그 다움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시선. 그게 우리는 보려 하는 과정이 사진이 매게가 된다면 도구란 좀 더 이용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것. 이게 사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삶이란 늘 유한하다. 유한성은 결국 유한적인 변화의 하나하나의 과정의 연결된 끝없는 사슬을 이루는 속에 내가 있다. 무언가 더 특별할 것도 없이 장구한 시간 속에서 일정 부분에 걸친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머물고 또다시 그 어떤 물질로 분해되고 흩어져 가는 연속성의 과정만 있을 뿐이다. 이 과정이 무위 무상 같은 삶의 유한적 의미를 찾는 것. 그럼으로써 지금 나와 나의 관계된 모든 것들의 정렬과 질서를 찾아가는 것. 진정 이 우주의 카오스가 어떤 작은 우연적 관계에서 필연이란 의미를 가질 때, 나의 존재적 본질을 사색하고 삶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사진이 사진의 보는 것으로써 그 임무를 다했다 해도 슬퍼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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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2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12-02 0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전혀 모르지만 사진에 대한 애정과 그 하나 만으로도 긴 마음 생각 풀어놓으실 만큼 인 것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yureka01 2019-12-02 08:50   좋아요 1 | URL
애증의 교차라고나 할까요..^^... 감사합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02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결이 있어요. ^^ 먹어도 배고픈 결핍과 허기 때문인가봐요. 사진 좋아요.

yureka01 2019-12-02 10:17   좋아요 1 | URL
상황과 맥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9-12-02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위 사진 보니까 엊그제 본 영화 <와호장룡>이 생각나네요.
대나무숲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대결을 펼치는데 가히 압권이죠.
사람 같지는 않지만.ㅎ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진 정말 쥑여요.^^

yureka01 2019-12-02 16:20   좋아요 1 | URL
맨 위 사진은 청송에 유명한 저수지인 주산지입니다.
10년전쯤 되니..이젠 저런 풍경 담기 어렵더군요.
많이 변했어요..
물도 줄어 들었고, 나무들도 줄었고..

세월이 변하는건 시간만이 아닌가 봅니다....^^..

강옥 2019-12-02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다 나간 글을 오후에 돌아와 다시 읽네요
컴터 켜놓고 나갔더니 까만 모니터 속에서 이 글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유레카님만큼 사진을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같은 막샷꾼들은 그 심정 모를 겁니다
나름 사진을 배운다고 배웠어도 테크닉 혹은 메카니즘만 알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아요.
비싼 카메라로 돈지랄하는 것만 보고 배워서 무엇이 될꼬 하니, 입니다 ㅎㅎ

yureka01 2019-12-02 16:55   좋아요 0 | URL
사람에겐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잖아요..
유열의 노래가 떠 오르더군요.

˝사랑하는 그대
더이상의 말도
더이상의 눈길도
원하지 않아
내겐 필요치 않아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주오.

저도 그 사랑에 사진도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그대로의 사진으로 남았으면 하거든요~~~^^..

2019-12-04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6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06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차가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yureka01 2019-12-07 08:43   좋아요 0 | URL
추울땐 그저 따습한게 감기예방이죠..
그래도 운동은 꼭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9-12-1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 님 사진 좋아요. 특히 주산지 사진이 황홀하네요. 늘 고민하고 자문하며 나아가는 모습도 좋습니다. 우리를 응원하며^^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한 했던 경험으로 눈에 관한 트라우마의 이야기가 많다. 강원도의 눈 이야기는 과장을 좀 섞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런 눈이었다. 물론 괜찮은 눈도 아니고, 더더구나 "참" 괜찮지도 않다. 지겹고도 지겹게 내렸고 눈을 보고 있으면 우울증에 빠져도 전혀 문제라고 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하염없어서 괜찮지 않은 눈이었으니까 말이다.

 

눈이란 어느 장소에 따라 어느 위치와 분위기에 따라 눈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어느 리조트의 스키장의 눈이라면 반가웠을 것이고 게다가 시간 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내리는 눈이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타이틀로 분위기를 살리는 현상이 일어나곤 하지만 복무한 부대에서의 눈은, 방한모를 땀으로 푹 젖어들도록 만드는 노동의 눈이기도 했다. 특히 춥고 배고픈 시절이라면 눈은 단절과 원망을 투사시키는 기후적 현상으로 전락하고 위급한 상황에 따라 이동이 목적이라면 미끄러운 눈으로 왕래가 끊긴 도로라면 역시나 원망의 눈이 되어 버린다. 배고픈 시절의 눈도, 군 복무 중에 땀띠 나도록 치웠던 눈도 봤지만 역시나 눈은 강원도에서 만난 하염없는 눈이었다. 가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첫눈이 내리는 날 어느 장소에서 우리 만나 자라는 이루지 못할 약속은 철 지난 레퍼토리 같아도 여전히 첫눈의 추억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괜찮은 눈일지도 모르는 일인 것처럼, 눈이 내리는 날에 벌어진 일상의 애환이나 슬픔이나 혹은 기쁨이나 즐거움 등은 눈으로써 더 선명하고 분명하게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나야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당장 카메라를 들쳐 매고 뛰어나가고 싶게 만드는 것 역시 눈이라는 기상 현상의 흔하지 않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확신한다.

 

눈이 내릴 때면 사그락 거리며 고요하게 눈은 주로 밤에도 하염없었다. 보통 아침이 되면 겨울 햇살에 산이 온통 눈이 푹 덮인 반사광은 눈을 못뜰 지경으로 시야를 잃게 만들었다. 눈부심의 휘광, 역광, 그리고 반사광까지 온 천지를 하얗고 환하게 바꿔 버렸다. 그리고 빛은 노란빛으로 염색하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밝은 빛은 시력을 점점 잃게 만들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선 글라스가 지급되지 않는 건 왜? 병사들의 시력쯤이야 뭐 대수냐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눈은 가려움이다. 눈이 왜 가렵냐?라고 반문하겠지만, 맞다. 눈은 피부의 가려움과는 전혀 관련도 없다만은 공간의 조건과 환경이 눈과 추위와 만나면 가려움이 될 수 있다는 특별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한 이중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였고 백암산이 보이고 분단 휴전선 내에 있는 가드 포스트, 즉 GP였는데, 산 등선을 따라 있으니 산 정산에 위치한다. 산 꼭대기의 집이라니 가장 큰 문제는 식수이다. 계곡에서 물 펌프장에서 정상까지 펌핑하는데 겨울철에는 강원도 산의 추위는 땅속까지 얼게 만들고 수도 베관도 얼어 버리니 단수되기 일쑤였다. 눈이 내려 보급로가 끊기고 식수도 나오지 않고, 식수조차 부족해지면 먹을 물이야 눈을 녹여서라도 마련하지만 씻지를 못한다. 일주일 정도 머리를 씻지 못하고 감지 못하면 냄새는 물론이고 가려움이 밀려든다. 빨리 씻어라는 신호인 건 다 알아도 물이 없으니 씻을 수가 없다. 아 가려움.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가려움이란 고통은 어느새 눈에 투사시킨다. 눈을 보면 가렵다. 눈을 보면 가려움의 원인이 되는 일종의 분비물을 연상한다. 땀이다. 눈내리는 날에 왠 땀인가라고 할 것이다. 제설작업이 오로지 삽이나 눈 가래, 싸리비로 치우는 인력이라면 하염없이 내리는 눈은 그야말로 제설작업이라는 노동을 확정 짓는 순간이기도 하다. 요즘은 경운기 한대만 있어도 눈이야 치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휘리릭 도로가로 뿌려 버리면 되지만 군대에서는 오로지 노동력으로만 가능한 제설작업이니까 말이다. 한 겨울 삭풍이 차라리 시원한 바람처럼 느껴질 때의 땀은 씻지 못해서 잔여 분비물은 곧 가려움으로 치환된다. 땀을 진탕 흘리고서도 씻을 수 없는 그 찝찝함은 모두 눈 때문이었고 추위 때문이었다. 때로 고즈넉하게 내리는 눈을 보고 더이상 치우지 않아도 되는, 의무감이 사라진 눈은 그저 소음을 제거한 평화의 고요나 다름없다. 환경이란 어떤 조건에 따라 눈도 대하는 방식은 이렇게 차이를 보인다.

 

어쩌면 눈은 일단정지, 혹은 일단 쉼표를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길거리에 눈이 내리면 모든게 느리거나 멈추어야 한다. 눈이 내려 미끄러워지며 마찰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느리거나 멈추게 한다는 역설이 눈에 담겨 있는 셈이고, 마찰력이 낮아지니 속도가 빨라지는 게 아니라 느려지거나 멈추게 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브레이크가 먹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멈추게 한다. 눈 내릴 때만큼은 느리거나 잠시 멈추고 강원도에서 만났던 그 하염없던 눈이 그리울 지경이다. 매일 바쁜 일상에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인생에서 한번쯤 멈춤이나 일단 쉼표를 찍는 여유는 왜 가지질 못할까. 가을날이 와도 단풍 구경을 억지로 가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욕구에서 시간을 억지로 내서가 아니라 여유롭게 가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눈이 그리워지는 쉼표나 떠 올리는 걸 보면, 오늘도 쌓여 있는 눈이 아니라 쌓여 있는 서류 더미를 보니 내 눈깔이 빠져 버릴 것만 같다. 이거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라고 자문해봐도, 자식아 아직 멀었어.라고 하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착각에서 벗어날 때가 올까.

 

오늘 일기 예보를 보니 벌써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강원도 눈이 참 괜찮게 내리나 보다. 그나저나 책 이야기 대신에 눈 이야기나 하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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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9-11-29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원도 원통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1월군번이라 신교대때부터 눈치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눈쌓인 향로봉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죠.....

yureka01 2019-11-29 09:12   좋아요 2 | URL
저는 인제 원통 옆 동네 화천이었죠..햐..겨울의 강원도 눈은...땀구멍이 열리는 계절 ^^..

빵굽는건축가 2019-11-29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은 가려움이다. ^^ 읽고보니 공감이 가요

yureka01 2019-11-29 14:49   좋아요 1 | URL
이젠 강원도의 눈이 추억이 되었네요..^^..

강옥 2019-11-2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낭만의 대상으로 여겼던 눈이 현실적으로는 온갖 애환의 산물이었군요
눈을 보면 가렵다는 말은 완전 파격인데요 ㅎㅎ
요즘도 군대에서 그 고생을 할까요? 설마! 큰일나겠죠 -
겨우내 눈 한번 오지 않는 남부지방에 살다 보니 눈이 그립기조차 한데
유레카님은 눈이 징그럽기도 하겠습니다 ㅎㅎ
인간은 경험으로 학습하잖아요~~~

yureka01 2019-11-29 15:05   좋아요 0 | URL
남부지방은 제설작업 장비가 변변찮거든요..
어쩌다 눈 한번 내리면 도시는 올 스톱되어 버리거든요.
차라리 그때 쉬어가는 여유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네 저도 눈이라면 징한 경험.~~~~

2019-12-04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5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6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술에 대한 발랄한 이야기를 쓴 에세이 책이다. 역시나 술 이야기는 술의 비책을 적은 글이 아니더라도, 술에 얽힌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담았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술에 관한 이야기 정도는 다들 가지고 있다마는, 문제는 그런 술에 대한 경험을 술책처럼 공유하려 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자주 술자리를 만들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술을 자주 접하는 거야 시내 저녁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흔히 만나는 모습이다. 때론 하루의 회포를 풀거나 쌓인 감정의 골짜기의 계곡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우리의 익숙한 일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의 술에 대한 경험론에 담긴 술과 삶의 의미를 적절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의 묘사가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다시 한번 읽고자 책을 폈는데 잠부터 온다.)처럼 알듯 모를듯한 애매하고 모호하게 보이는 글은 전혀 없다. 역시 술 이야기는 진지와 코믹이 적절하게 배합비율을 따르듯 가볍게 읽었다.

 

술, 즉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이미 알코올은 발암물질이라고 밝혀졌다. 많이 마시면 반드시 독성의 효과가 나타난다. 어쩌다가 인간이 술을 발견하고 술을 만들려고 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알코올의 증상을 좋아했다. 마취제나 최음제나 흥분제로도 쓰였다. 독이라는 것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약으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인간이 만든 모든 물질은 약이자 독이라는 이중성인 형태를 가진다. 완전한 독은 있지만 완벽한 약은 없다. 독도 쓰임이 있고 약도 쓰임이 제각각 가진, 일종의 합목적성을 동시에 띈다. 알코올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오늘도 인간 사바세계는 술 때문에 벌어지는 희로애락 오욕 칠정의 바다 한가운데를 허우적거리며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취기가 오르면 평소 말수가 없던 사람도 대화에서 무수한 말을 내뱉는다. 술이 말의 생산력이야 비슷한데, 의외로 혼술을 하다 보면 취기로 인한 건지 취기 때문인 건지 음주 글을 쓰곤 한다. 물론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지만, 음주 글을 쓰다 보면 말이 많아지듯이 글도 많아진다. 다음날 술을 깨고 진한 숙취로 컨디션이 다운되어 깨보니 전날에 취한 채 내뱉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음주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웃기는 글에서부터 이상한 너무 터무니없는 말들의 잔치처럼 문자들이 난무한다. 난잡하고 조잡한 글들이 너무 많다. 그런 글처럼 말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알콜이 얼마나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인지,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인지, 때론 과도하게 웃음으로, 때론 심각한 울음으로 표현되는 일종의 착각의 증폭제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술 먹고 꽐라된 사람을 업고 허우적이며 걸어 본 적이 있는가? 나도 몇 번있다. 반대로 내가 꽐라되어서 고주망태로 업힌 적은 단!~한 번도 없다. 자고로 술에 자기제어력이 없는 사람은 술을 입에 대지는 말아야 한다. 제어력이 작동할 수 없는 사람의 취기이라면 거의 십중팔구는 주사파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사파 가족이 몇몇 있어서 어릴 때부터 주사파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주사파는 일단 한 대 쥐어 터져도 잘~ 모른다. 내가 왜 터저있지를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정도의 주사파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너무 주사파는 어느 누구라도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의 주사파에게서 받은 상처는 내가 나이 먹을 만큼 먹어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나의 심연에 도사리는 쪽팔림과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다. 부끄럽게도 [***]이라고 불렀던 인간이 주사파 중 하나였고 [***]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알코올 중독자로 매일 술이었고 취한 상태의 행폐는 지긋지긋하고 너무너무 오랫동안 지쳤다. 어떻게 가족 중 하나가 알콜 중독이면,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을 만들고 증오를 만들고 악의를 만들어 내는지 당사자는 전혀 고쳐지지가 않았다. 고주망태로 취한 상태의 모습에서 화가 나고 짜증을 돋우다가 깨고 나서 미안하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치밀어 오르는 허탈감과 울분. 그리고 화남 허탈 울분의 반복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쌓여가는 인간의 환멸과 증오, 그리고 모종의 깊어가는 우울증. 자고로 우리 인생을 법구경을 그렇게 설명하였다. 만나고 싶은 자는 못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자는 항상 만난다는 인연의 고통까지. 술은 어쩌면 여기서 악연의 충동질이었던 셈이다. 역시나 당사자 또한 정상적이지는 못했다. 인생에 멀정하게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성공도 어려운 마당에, 취한 상태로 인생을 잘 살았을 경우가 희박하듯이, 당사자들은 이미 추락하고 외면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술을 감당하지 못한 것도 역시 자신의 인생은 떳떳하게 감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그 주사파로 해방되었지만 여전히 알코올에 절은 그들에게서 받은 트라우마는 내 평생에 떨칠 수 없는 오점이 되고야 말았으니까 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술이 취하느냐, 알콜에 오염되었냐 이 차이는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주사파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찌들은 내면의 상태로 이 책을 만났을 때 모종의 기쁨이랄까 술의 미학이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술의 음미하는 감각의 쭈뼛하게 서는 감수성의 깊이를 알게 해준다. 술의 상황의 맛에 따른 그 미묘한 차이를 느낌으로 감각의 감수성으로 느껴 가는 저자의 술에 대한 자기 감성이 참 일반적이지만 글로써 표현됨의 정서를 느끼며 술 한잔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주사파들과는 그 수준과 격을 달리하는 품격의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신선하기까지 한다.

 

얼마 전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훗날에 한적하고 고적한 시골 산중으로 내려가면 꼭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술이다. 특히 한 겨울철에 불을 지핀 따뜻한 아랫목에서 뽀글뽀글 거리며 올라오는 효모의 섭생으로 끓어오르는 기포로 익어가는 술맛을 맛보고 싶다. 천천히 익어가며 화학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제조한 형편없는 맛이 아니라 시골 땅에서 나는 향신료 맛나는 효소를 넣고 내가 만든 술맛을 맛보고 깊어가는 겨울밤의 밤새 울어 대는 그 소리에 젖어 보는 것도 한 인생 마감하는 기념적 술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펜을 들고 서서히 오르는 술기운에 무슨 글이라도 바람같이 쓴다면 무슨 글을 써야 할지는 술이 결정할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지인이라도 찾아오는 날이면 근사하지만 소박한 밥상에 올려낸 직접 만든 술맛의 평가도 받아 보고 싶다. 아이야 동동주 내어 와라라고 할만한 아이는 없어도 눈을 해치고 마당에 심어 놓은 독에 차갑게 쿨링 된 청주 몇 잔에 긴긴 겨울밤은 잠들지도 못할 것만 같다. 하기야 환경이 만들어 내는 술맛은 장소에 따라 다르고 누구냐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겠지. 그래 그런 날을 기리는 의미에서 오늘도 소주나 한잔 당기도록 하자.

 

(개인적인 치부를 들어내는 거 같아서 무척 망설이는 글일지라도 글은 솔직해야 한다는 신념이 나의 부끄럼까지 더 태워지니 또 우울해지려고 한다. 이해 좀 해주시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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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6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19-11-15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꽐라˝라는 말을 평생 처음 봐서 더 흥미진진, 읽었습니다. ^^

yureka01 2019-11-16 09:36   좋아요 0 | URL
주사파 중에서도 특히 길바닥이 안방이 되어 누워 버린 걸 꽐라라고 보시면 됩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1-15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혼술을 하다 보면 취기로 인한 건지 취기 때문인 건지 음주 글을 쓰곤 한다.는 고백에 마음이 한표 가네요. 저는 집에서 누룩으로 막걸리 바로직전의 쉰다리를 만들어 먹어요. 아주 쉽고 그래요 샘은 담번에 막걸리 담아 드세요. 시골이 아니어도 될 정도로 가볍게 할 수 있으실거에요.

yureka01 2019-11-16 09:38   좋아요 1 | URL
창의력 높은 작가들이 음주글에서는 명문장이 나오거든요..환각이 예술의 매게도 하니까요..
언제 도전 한번 해보겠습니다.막걸리..만들어 봐야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11-15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에 술이 맞지 않아 안 마시고 있습니다만, 술을 적절하게 즐기시는 분들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yureka01 2019-11-16 09:39   좋아요 2 | URL
아예 전혀 못하시나 봐요..아고..이걸 수양적 체질이라고도 합니다..
술 전혀 입에 못대는 체질도 타고 나거든요.
알콜 알러지 반응은 술 먹음 바로 증상이 나타나거든요..

초록별 2019-11-15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싯적엔 주신이었는데~~^^

yureka01 2019-11-16 09:40   좋아요 1 | URL
아 주당은 넘어 주신이셨다니 오!~^^..

초록별 2019-11-16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처럼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친구가 한명있어요~~^^ 술은 참 좋은데~~ㅎㅎㅎ

yureka01 2019-11-16 20:14   좋아요 1 | URL
독처럼 마시느냐 약처럼 마시느냐...이 차이겠지요..
술은 장소에 따라,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차이도 크더군요...
특히 책 좋아하고..사진 좋아하는 분과 마시는 술은 약이더군요..

강옥 2019-11-1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술 넘어간다고 술이라면서요? ㅎㅎ
친정 아버지가 애주가셨지요. 도에 넘칠 정도로 ㅎ
길바닥에서 주무시기도 했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길바닥에 누운 아버지를 보고 피해 달아났던 아픈 기억이 있네요

오늘 오후엔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몇 시간 보내고 왔네요
문학사상 11월호, 보보담 가을호, 펜문학... 서너시간 금방 가버렸네요

yureka01 2019-11-16 20:16   좋아요 0 | URL
아고 지우당님 부친께서 애주가 셨다니요...
아무래도 술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으셨지 싶습니다...

책 읽으면요..시간 순삭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심심하다는 사람 이해가 안되더군요.
책보면 시간 금방이거든요..

2019-11-22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3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5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년전쯤에 찍었던 사진들입니다.

그간 사진 참 많이도 찍었더군요.

지나간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천천히 감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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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11-10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 저 순간을 잡기 위해서 유레카님께서 흘리신 땀이 느껴집니다.

yureka01 2019-11-11 08:47   좋아요 2 | URL
넝마같은 카메라인듯해요..돌아다니지 않으면 사진을 못찍으니까요..많이 다녔습니다..

강옥 2019-11-1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햐~~~
이런 서비스를 ㅎㅎㅎ
처녀시절 입사한 회사에 사보가 생겨서 멋모르고 니콘 필카를 잡았지요
행사사진, 인터뷰사진, 인증샷.... 되는대로 찍다보니 카메라가 익숙해졌고 -
어제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제 사진이 너무 틀에 박혀있다고.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처음 사진이 지금까지 굳어버린 게 아닌가 싶네요 ㅎ

yureka01 2019-11-11 15:05   좋아요 0 | URL
사진에 틀이 어디있겠습니까요..자기만의 틀이 중요하잖아요..^^..
지금도 글쓰고 사진 올라오는 사진에 감성은 살아 있는걸요..
저도 늘 잘 보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9-11-13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서비스 정신을 좋아합니다. 덕분에 제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yureka01 2019-11-13 20:57   좋아요 1 | URL
수능한파라고 시험치는날은 왜 추워질까요..ㅎㅎㅎ
늘 건강하시고요..^^..

초록별 2019-11-23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감사드려요 ~~^^

yureka01 2019-11-23 14:03   좋아요 1 | URL
사진도 언어의 일종이죠..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사진이 보충해주는 매체라 좋아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