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습기 속에서 읽은 책들, 책들이 습기를 머금으며 그 특유의 냄새에 조금더 부풀어 오른 느낌?!
먼저
블론드 1
금발의 대명사 마릴린 먼로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총 3부작중 1부를 읽었다.
3권 다 읽고 쓰려다가 간략하게 정리할까한다.
미쳐버린 엄마와 가난, 불안정한 환경, 고아원, 위탹가정.
가난한고 불운한 가정에서 천사처럼 예쁜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먼로의 어린시절, 불안정한 엄마와 먼로를 진정으로 사랑한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더럽고 벌레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헐리우드의 허상에 젖어 사는 엄마는 언제나 꿈을 꾸는 듯 하다. 거기다 독한 화학약품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술과 약에 의존한다. 그어느날 살이 익을 듯한 온도의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자신을 넣으려는 엄마를 피해 벌거벗은 몸으로 살기 위해 뛰쳐나간 어린 먼로에게 주어진 곳은 고아원이다. 엄마는 포박당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천사같은 외모로 몇 번이나 괜찮은 가정에 입양갈 수 있었지만 매번 엄마의 거절로 좌절되고, 위탁가정에선 소녀가 된 먼로를 엉큼하게 바라보는 남자들이 지뢰처럼 깔려있다. 16살 쫓기듯 선을 봐서 한 결혼도 먼로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주진 못했다. 그녀가 쓰는 운율없는 시는 흔들리는 그녀의 일기다.
아무도 아니 본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일기.
그녀가 겪는 일들이, 남자들을 미치게 하는 먼로의 탓이라고?
버림받지 않으려 언제나 착한 아이, 어떤 일에도 웃음을 보이는 아이가 되어버린 먼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공황으로 인한 가난과 2차대전, 답답하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미국, 광적인 애국심에 사로잡힌 청년들의 모습, 헐리우드의 성삽납의 실태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현재와 2차대전 사이의 시간여행이야기다.
첫문장 "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그리고 음....
뭐 그런거지의 이유있는 106번!
몸이 붙어서 태어난 애녹과 아길라 이야기다.
잘모르겠다. 일단 두 아이 중 하나라도 살려야 하기에 건강한 아이를 선택한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 처음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잉태되어, 죽어야 할 아이가 살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
죽어야 할 아이 즉 자신이 선택되지 못했기에 그래서 하반신을 가지지 못함을 알게된 아길라의 급발진같은 악마화.
희미한 문장들, 뚝뚝 끊어지고 어색한 느낌.
왜 이렇게 인물들이 매력은 없고 문장들은 뚝뚝 끊기는 걸까. 주인공들이 내겐 장마철 종인인형처럼 흐물거리기만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까 고민하다가 온통 별 다섯개라 나같은 사람도 있음을 ㅎㅎㅎ....
나도 늙은건가.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건가 싶은 마음에 몇 줄 적어봤다.
그리고 운명의 딸.
한 줄을 읽자마자 기억이 났다.
이 책!! 5년전쯤 읽은 책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재미있게.
역시 소설은 이렇게 첫 시작과 끝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면서 재미가 있어야 된다며 흐뭇했던 책.
그런데 이놈의 망할 기억력!
폴스타프님이 극찬하는 리뷰를 읽곤 나! 운명의 딸 , 영혼의 집 다 갖고 있는데 왜 안 읽었지? 하며 집어들었는데....
역시나 그렇다...뭐라고 한 줄 적지 않으면 모르는거다.
재독하면서도 여전히 즐겁고 새로웠다. 이 망할 기억력..ㅎㅎㅎ
내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가 초원의 집 시리즈다.
초원의 집이 개척민들의 모습을 목가적이고 아름답게 그렸다면, 운명의 딸은 개척민들 즉 황금광 시대의 미국의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오로지 숙녀가 되는, 금지된 것들만 오만오천가지가 넘는 칠레의 나름 상류사회에서 자란 엘리사가 남장을 하고 사랑하는 남자 호아킨을 찾아 헤매지만, 마지막엔 결국 진짜 사랑인 타오 치엔의 손을 잡고
"나는 이제 자유로워요."란 말을 한다.
호아킨의 품에서 단 한번도 완벽하게 행복을 느끼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 그저 그는 첫사랑의 환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엘리사를 키운 로즈 소머즈는 테너가수와의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인물이지만, 그것을 글로 치유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엘리사, 나는 남자들과 똑같이 자유를 누릴 수만 있다면 내 인생 절반이라도 뚝 잘라서 주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자고 지긋지긋 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나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걸 이용해서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는 거란다."
이 책엔 로즈 소머즈, 그리고 탁월한 사업감각과 사랑을 위해 야반도주도 감행한 파울리나, 무시무시한 조, 온갖 주문과 비법에 능한 마마프레시아, 바지를 입고 말을 타며 자유를 느끼는 엘리사 등 시대를 앞서가는 혹은 멘토같은 여자들이 등장한다.
각각 다른듯 색다른 매력이 있어 한 명 한 명 모두 애정이 간다.
이들 모두가 각자의 운명을 손에 쥔, 운명의 딸이 아닐까.
칠레의 기후와 풍경, 꽉 막힌 상류사회 모습 등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있다. 거기다 미국으로의 이민열풍과 유색인종을 몰아내는 모습과 금이 불러온 잔인한 폭력등이 박진감있게 그려져 있다.
칠레에서 버려진 아이로 태어난 엘리사가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가는 여정, 미국에서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모든 역경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헛된 건 아무 것도 없어. 인생에는 도착점이 없어. 엘리사, 그냥 걷기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