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서 4월이다.
학창시절에 4월 1일은 어떻게 선생님을 골려먹을까 고민하는 날이었다.
수업시작 전 몽땅 옥상에 가서 숨기도 했고,
옆반 애들과 반을 바꾸기도 했다.
혹은 수학시간에 체육복을 입고는, 수학선생님에게 배구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장단을 맞춰주시는 선생님도 계셨고, 혹은
“너네 입시가 얼마 남았다고 이 난리야?”
하며 길고 긴 설교를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럼에도 우린 학생이니까, 좀 더 발랄하게 유쾌하게 신선하고 기발하게 장난을 치고 싶어 며칠씩 학급회의를 하곤 했다. 야자시간에 그것도 몰래. 그런 것들이 용인되었던 나이였다.
코로나 전엔, 대학신입생이었던 조카는 고등학교교복을 입고 클럽을 간다고 했다. 맞지도 않은 교복을 구겨넣고 클럽가서 신나게 술마시고 춤출거라고...그래서 그렇게 교복을 소중히 간직한 거였니?
그리고 좀 커선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날이었다. 그의 영화를 보며 소주 한 잔 홀짝이는 날.
장국영이 거짓말처럼 떠나간 날.
그리고 나에게 4월 1일은?
자아비판하는 날이다. 난 왜 이렇게 책을 사댄거지? 왜 읽지는 않은거지?
4월엔 꼭 읽을 책만 살거야. 그래놓고 온갖 이유를 들어 책을 살 핑계를 만든다.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착한 나를 위해 이유없이 나를 아끼고 싶어서.....
똘망이에게 읽어주고 싶어서.(이 핑계는 남편의 분노를 산 적이 있어서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친구들이랑 삼성연구소에 붙잡혀 있는 외계인친구를 구하러 떠나요. 절 찾지 마세요.”
그래서 답을 보냈다.
“그 외계인....네 아빠다.”
왜 답이 오지 않는걸까.
4월에 난 여전히 똘망이와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언제가 읽을거란 명목으로 책을 사겠지.
북플님들 따뜻한 댓글에 감동하며, 가끔 울기도 하고(갱년기라 그렇다.크크) 웃기도 하고....그렇게 위로받고, 나 또한 위로가 되고 싶어 애쓰며 보내겠지.
모두들 4월의 첫 날~~행복하세요
<나는 모두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당신의 일상은 이미 몸에 깊게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누가 읽어주겠냐고 그것을 옮겨 적지 않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 당신만이 길어올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무엇이다. 나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당신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김민섭 작가님의 글이다. 나는 쓰는 사람은 자신없지만, 읽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