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3차 접종을 하고 나서 어, 괜찮은데? 하며 빵이며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었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서 몸살이 시작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며칠이나 지나있다. 요즘 애들말로 며칠이 순삭된 것. ㅎㅎㅎ 주변에선 괜찮다는 이야기만 들어서 방심을 했는데, 사람마다 다른가 보다.
그때 읽고 있던 책이 <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가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들과 그 당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릴 적 그림책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오남매에 시부모까지 모셨던 바쁘다는 걸론 모자란, 거의 철인같았던 엄마가, 외국영화에서 본 것처럼 밤이면 머리맡에서 그림책을 읽어줄 시간도 없을 거다. 초등2학년때부터 혼자서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나는 신데렐라도 팥죽할멈 이야기도 그림책이 아닌, 삽화가 조금 들어간 저학년용 이야기책으로 접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사주면서 내가 더 즐거웠다. 아름다운 그림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이랑 같이 읽으며, 어쩌면 내가 더 신났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소개된 마스다 미리가 어릴 적 읽었다는 그림책은, 내게는 아이랑 읽은 책들이다. 바바빠빠부터 다양한 그림책들이 소개된다. 작가는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그 책들이 작은 진주알처럼 가슴속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냐고 묻는다. 그랬다. 그 시절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행복하길, 웃기를, 즐겁기를, 신나기를, 감동받기를, 따뜻함을 배우기를 그래서 훗날 나이가 들어 좀 더 힘든 삶이 다가왔을 때, 마음 속 깊은 곳 작은 진주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잘 살아나가길. 언제가 헤어지는 날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 소중하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것들을 주고 갈 수 있길 바랐던 거 같다. 그래서 성급했고 조급했던 일들도 있었지만.
작가의 추억이 담긴 그림책을 찾으러 체코 여행을 떠나는 내용도 담겨있다. 추억의 그림책이라면 아이와 나에겐 <달님 안녕>이다. 아마 정말 수만번을 읽어줬을 책, 그저 달에게 달님 안녕 인사만 하는 책인데도 아이는 그 책을 정말 좋아했다. 나 또한 그냥 그 그림책이 마냥 좋았다. 아이는 자랐고, 누구보다 달의 실체를 잘 알면서도, 어린 시절 달에게 인사하던 그 추억을 기억하며 그림책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가 동화책 속 메구미짱이란 이름이 참 예뻐서 부러웠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메구는 경상도 사투리로 여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