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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평점 :
한계레인터뷰의 내용에 모두들 놀라게 했던 분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라는 이야기를 하신 분이다.
한겨레 인터뷰를 읽고 이분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효함학원 이사장이면서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학교를 누비시면서 선생들과의 교류로 스스럼없는 분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동참하고 " 사회의 잘못된 이야기에 늘 관심을 두는 분
부자집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를 나와고 탄광사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돈은 벌수록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는데 이분은 그렇치
않았다.
민주화운동에 자금을 대주고 피신처를 제공하고, 탄광사업이 번창하던때 사고가 일어나서 광부가 매몰되자 그들의 보상을 해주려고 회사계열사까지
처분했다고 한다.
많은 재산가,사업가들이 재단을 만드는 것은 재산의도피나 세금을 적게 내려는 묘수가 숨어있는데
채선생은 그렇치 않다. 재단관련하여 친인척을 쓰지 않고 자식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재산은
" 자기 개인 재산이란 게 어딨나? 다 이세상거지. 공산당 애기가
아니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
뿐이다.그럼
세상에 나눠야 해. 그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데..."
이처럼 이책은 그의 생각과 사상들이 3부의 형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돈,인생,노인, 산다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속에서 " 책 쓰는 것은 뻔뻔한 일" 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것을 쑥스럽고 송구스러워했다고 한다. 전기작가를 통해 자신의 자서전을
쓰는 세상에서 모두들 괜찮다고 떠받들면 그런 오만에 빠지기 쉬운데 극구 사양하면서 인터뷰형식을 통해서 다른사람의 눈으로 그를 그리는 것에
찬성했다고 한다.
" 나는 비틀비틀 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또 비겁하게도 살아왔다. 어디를 내놓을게 없는
사람이다.
내가 뭘 이룬게 있다면 그건 나혼자서 한게 아니다.
여럿이서 다 같이 함께 한것이다."
아름다운노년, 경륜을 가진 노인이 되는 법은 지금 세대들의 노인들의 잘못된 선택을 똑똑히 지켜봐야 젊은 세대들이 실수하지 않은 다는 일침을
준다.
힘든세상을 건너온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는 마땅히 해야하지만 , 지금가진 집한채 지키기 위해서 건강한 보수를 택하지않고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건강하지 못한 보수로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의 이야기속에 녹아 들어있다.
"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런 늙은이가 된다. 저사람들 욕할 게 아니라
저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수 없었던 걸,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떻게 경륜과 해안을 가진 노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 청춘들에게 하는 이야기들, 직장, 임금, 방황, 인생의 우선순위 등등에 대한 것들이다.
특히 임금의 노예가 되지마라.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인생의 우선순위? 부분의 장들이 시선을 끈다.
땅콩회황사건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울때 채선생은 사무장의 죄는" 부모가 재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고 한다. 이처럼 월급쟁이의 비애를
더욱더 잘 알기에 이런 말을 하신분이 임금의 노예가 되지말라니 앞뒤가 안맞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가 말하는 노예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명품을 가지기위해, 더좋은 차를 타기위해, 자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물려주기위해서 , 오로지 돈이 목적인 노예생활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결국은 그노예생활이 자신의 영혼을 가장 크게 다치는 부메랑이 되는것을 우리모두는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적 나도 돈이 있으면 좋은차, 좋은집,좋은것들로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하기 싫은 일보다 돈이 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니까 물질적인 것은 한때의 즐거움이고 자꾸 위를 쳐다보게 되고 남보다 더많은 것을 가지려면 더 많은
나쁜짓을 해야 함을 알겠다.
그래서 채현국의 선생의 " 정말 선의가 있는 사람들은 악마처럼 부지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밖에는 선의를 지킬 길이 없다." 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또한 직업을 선택하거나 공부를 할때 남에게 눈물을 주는 직업보다는 도움을 주는 직업, 사람의 불행을 먹고 사는 장의사적인 직업이 아닌 ,
아기를 낳을때 도움을 주는 산파처럼 이웃하고 행복하게 살려는 사람이 되는 산파적 직업을 택해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물질만을 중요시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 세상을 점점더 물질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느냐의 몫은 앞으로 남은 세대들의
올바른 선택이 세상을 바꿀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침묵하는 자들이 많은 세상은 점점 힘든 미래의 모습만이 남겨질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다.
책속의 어떤 블로그가 채현국 할아버지를 만나고 난후의 소감을 밝힌 대목이 있는데 나의 공감도 그와 같았다.
" 채 할아버지는 내가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젋었다. 가장 젋다는 건, 뭣도 모를
때나 가질 수 있을것 같은 호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이 팔순 청년에겐 " 어쩔수 없는 일" 따위란 없어 보였다"
3부는 그의 성장배경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누구를 돕고 누구의 아들보다 그의 사상과 생각들이 더 궁금하고 그의 팔순청춘에
대한 감사가 더욱 뚜렷해지는 지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노년의 청춘이 계속되기를 , 그래서 노년의 청춘이 꽃피는 자리에서 또다른 노년의 청춘들이 자라기를 기대하면서 , 나도 어떻게
안될까?라는 작은 염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