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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나는 그날 그일로, 내속에서 분노가 불길처럼 일어날 때마다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눈동자의 빛을 끄는 훈련을 시작했는지도 몰랐다.
몸속의 전원을 빼버리는 것 처럼. 뜻하지 않은 분노가 나를 발견하기 전에 몸을 숨기듯이 쟤빠르게 눈동자의 빛을끄고 , 어둡고 적막한 내 안으로 침잠해서 남은 전류로 분노의 원인을 찬찬히 되짚어보며,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이 적확하게 손아귀에 잡힐 때까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 누나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그렇지 않으면 떠났던 사람들은 모두 다 돌아왔겠지. 하지만 오지 않는 사람이 더 많잖아. 그사람들도 모두 돌아오고 싶었을거야. 하지만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니까 못 돌아오는 거겠지. 그렇게 누구나 다 한번 떠나면 사정이 생기게 되어 있어. 누나 떠날땐 금방 다시 돌아올 수 있을것 같아도 막상 그때가 되면 돌아오지 못할 이유로 가득할 거라고 . 그래서 나는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는 거 믿지 않아요. 다시 돌아올수 있는 일이면 떠나지 않고도 할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여기서 떠나고 싶지 않아 .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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