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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진정한 마법적 변신은 미운 오리 새끼 앤이 백조가 된 변화가 아니라 마릴라에게 일어난 변화다. 앤은 딱딱하고 엄했던 마릴라로 하여금 자기 안에 오래 묻혀 있던 다정한 감정들을 결국 드러내게 하는 촉매제였다. 책의 시작에서는 앤이 맡아놓고 울었지만, 끝으로 가면서 이 역할은 마릴라에게로넘어간다. 레이철 린드 부인의 말처럼, "마릴라 커스버트가 말랑해졌어요. 바로 그거예요". (빨간머리 앤 서평 중에서)
타오르는 질문들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어렵겠지 했는데 , “왜 이렇게 재미있는거야”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어려움은 저멀리 날아가고 핵심을 파고 들면서 중간 중간 유머러스함을 읽지 않는 이야기들이라서 자꾸 내가 생각한 진도표보다 많이 읽게 된다.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대에 따라 분류했다. 그 시대에 그녀가 생각했거나 집중했던 책, 정치, 예술, 환경등에 대한 총체적인 모음집이다. 세계금융위기, 트럼프취임이후 여성인권의 후퇴,그리고 미투운동,코로나19로 인한 전체주의 확장등등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야기꾼인 그녀 답게 책이야기와 글쓰는 이야기 또한 빼놓지 않고 담겨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과 찰스디킨스 대한 글을 통해 내가 좋아했던 이유를 확인하고 내가 놓친 부분들을 각인 시켜 주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름만 알고 있는 앨리스먼로 ,리처드파워스 등등 서평을통해 “ 아 이렇게 멋진 작가들을 내가 놓치고 있었구나” 라며 그 작가들 작품을 읽고 이 서평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만든다.
'정신적 황량함'도 먼로가 상대하는 강적중 하나다. 먼로의 인물들은숨 막히는 관습, 남들의 독한기대, 부과된 행동 규범, 온갖 종류의 입막음, 정신적 압박에 맞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투쟁한다. 선한 일을행하지만 진정성도 감동도 없는 사람과 행실은 나쁘지만 자기 감정에충실하고 자신에게민감한 사람 중에서 선택하라면 먼로의 여성은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전자를 택할경우도 그녀는 나중자신의 약삭빠름과 교활함과 간교함과 요망함과 사악함을 논한다.
먼로의 작품에서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 아니다. 정직은 방책 자체가아니다. 정직은 공기 같은 필수요소다. 그녀의 등장인물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적어도 어느 정도는 확보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침몰을 예감한다.
앨리스먼로의 짧은 평론중 169페이지
책이 두껍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마 편집자도 그녀의 에세이를 간추리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이 책이 안 읽는 시대에 에세이집으로 600페이지를 넘는 출판을 하는 것, 분권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출판한 것을 보면그녀의 이런 멋진 글이 대중들에게 빨리 읽히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공상을 해본다.
순서대로 읽지 않았도, 순서대로 읽었도 아무런 제약과 연관성이 없는 독립된 에세이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 ,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다루었기 때문이다.
애트우드는 작가로서 역할,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책들이 태워진 역사들을 이야기하며 그녀가택한 그녀의 질문들과 답변들에 대한 모음이라고 말한다. 친화적인 말보다 상투적 스피커의 역할이 아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같이 타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보물상자이다.
세상에는 한 번 읽는 책도 있고, 너무 맛깔나서 여러번 읽게 되는책도 있고, 또 여러 번 읽어야 하는책들도 있다. 파워스는 세 번째 범주에 든다. 두 번은 통독해야 처음에 질주하듯 읽으며 플롯을 따라가느라 놓쳤던 숨은 보물찾기 단서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다. 파워스의 플롯은 강력해서 우리를질주하게 만든다.
에코 메이커 ) 리처드 파워스 평론중에서
그녀가 평한 리처드 파워스 책처럼 그녀의 책도 너무 맛깔나다는 표현이 딱이다.
한번도 안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 같은 그녀의 타오르는 마음과 문장들이담겨 있는 보석상자같은 책을 꼭 만나길 바란다.
이것들은 지난 20년 동안 내가 남들에게 받았던, 그리고 스스로 던졌던 타오르는 질문들 중 일부다.
이 책에 내 답변들이 있다. 아니, 답변의 시도들이라고 해야 할까?
에세이란 결국 그런거니까. 시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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