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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보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볼 수밖에 없다.
가슴속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감정을 멀리서 느끼며 나는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36 페이지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무서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항상 그 시간에 TV앞에 자리 잡고
앉아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눈을 감거나,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 끝났 어, 지나갔 어 " 하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안보면 될 것을 굳이
무서움을 감수하고, 밤에 악몽을 설치면서 보는 이유는 뭘 까? 단순히
무서움을 즐기는 것일까?
"그렇게 얄팍한 게 아니야. 인간
사회에 숨어 있는 원초적 어둠과 근대 이후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실존 불안이 평행하다는 인식에서 태어난 뜻 이자 개념이지. 이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심연에
매료된 일부 사람들의 특권이야
137페이지
라는 말로 오랜 된 호려
및 공포물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전작 (보기왕이
온다 )에서 보여줬던 호러의 공포의 재연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야기는 오랜 된 도시전설을 취재하고 출판하는
회사에서 시작한다.
도시전설에 원고를 넘기지
않고 연락조차 안되는 작가 유미즈를 찾아가는 출판사 후지마와 알배 생 이와다.
벨를 눌러도 인기척조차
없는 집, 불안한 생각을 가지며 비상 열쇠를 찾아내어 들어간 집
입구에서 부터 나는 이상한
타는 듯한 냄새, 시체가 탄 냄새인가 아니면 또다른 무엇인가 하는 순간.
방바닥에 반쯤 타서 눌러
붙은 원고지와 천정을 향해 드러누운 시체 그리고 눈알이 빠진 시체의 모습.
후지마와 이와다는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고 출판사에 알리고, 장례식이 끝난 후 갑자기 찾아온 이와다.
그는 눌러 붙은 원고지를
몰래 훔쳐서 가지고 가서 그 내용들을 읽었다며, 후지마에게도 스캔한 원고를 건네며 읽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이상한 말 " 안에 있는 거 안 보여? 붉은 실 말이야." 라며 후지마에게 건넨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원고에는
리호라는 중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빠를 피해 어느 날 짐을 챙겨 엄마와 두동생과 함께 숨어서 사는
아이, 아빠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가끔 리호 학교를 찾아오고, 그러면
리호는 아빠를 피해 양호실로 숨는다.
이런 일로 인해 안 그래도
음침한 리호의 분위기 와 함께 학교에서는 왕따취급을 받는다.
특히 호러물을 좋아하는
리호는 학교가 끝나면 도서관에서 호러물 영상과 책을 찾아서 보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성향을 교환하는 노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책 (링 )에
대해 쓰게 된다.
며칠 후 자신이 쓴 노트에
글이 쓰여 있고, 그걸로 더욱더 호러물에 심취하게 된다.
교환노트가 왔다 갔다
하던 중 저주의 인형, 즈우노메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한편 이 원고를 맨 처음
읽었던 이와다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전화를 자꾸 걸어와서 후지마에게 빨리 원고를 읽으라고
말하던 중, 이와다의 부모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다.
그 이후 후지마에게 보이기
시작하는 검은 후리소데를 입은 즈우노메 인형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고, 알고 보니 작가 유미즈도 이와다도
즈우노메 원고를 읽은 후 사흘안에 죽음에 이른 것으로 밝혀진다.
이제 며칠 안 남은 후지마에게도
곧 몰려올 죽음, 그 죽음을 막을 방법이 정녕 그 원고에 있을 것인가?
책 속에 담긴 일본의
도시전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학교전설들의 여러가지 이야기와 비슷한 것들도 많고 즈우노메 인형이 죽음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그 대상에게
가까워지는 섬뜩함과 두려움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일으켜 시각적으로 다가왔다.
밤에 조금 읽기 시작하다가
무서워서 중단하고 밝은 대낮에 읽었지만 자꾸 어디 구석이나 내가 닺는 시선의 끝에 그 인형이 나타날 것 같아 두려웠다.
두가지 이야기를 절묘하게
각각 놓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면서도 오묘하게 비슷한 지점을 만들고 결국에서 가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호러라는 무서운 겉옷안에 숨겨진 비극적 슬픈 이야기.
호러라는 그 밑에 깔린
인간의 애처로운 감정과 분노, 원망, 외로움의 근원이라는
사실.
그래서 근원 없는 무서움, 근원 없는 호러는 없어 보인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귀신
이야기, 에이 말도 안돼 라는 이야기 인줄 알면서 읽다 보면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 같은 진짜
같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이 작가의 스토리의 힘. 무서워도 그래서 자꾸 읽게 만드는 인간의 원초적 어둠을
깊이 관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무조건, 무조건
읽을 작가가 될 것 같다.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보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볼수밖에 없다. 가슴속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감정을 멀리서 느끼며 나는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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