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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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자기분석에 해당하는 내용으로써

책 내용중 고민을 분석하는 3가지 축은 

전체를 봤을 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각자가 지닌 고민의 사연들이야 다양하지만

이 3가지 축으로 고민하는 주제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되집어보다 보면,

기질적으로 본인이 어떤 생각을 

무한루프처럼 반복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이해한 후 그 관점을 변하게 해줄 

간단하고 확실한 도구가 정리될 수 있기 때문.


그 첫번째는 통제.

통제라는 말을 언뜻 떠올리면 사람 아닌 상황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관리하거나 휘하에 두는 걸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통제는 상황으로 바라봐 보는게 더 적절하다.

책에서 다루는 통제의 의미를 유연하게 풀어봤을 때 

좁게는 하고 싶은 일을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걸 더 와닿게 고쳐 말해본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상태까지 포함되는

통제의 획득 Vs 통제력 박탈이다.

획득이 아닌 박탈에 가깝다면,

이로인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거고 점점 더 불안해 질거다.

그러나 해결된다면 안심되니 

기존에 유지되던 불안과 스트레스는 소멸됨.

이걸 효과적으로 가시적으로 이해하고 그려보기 위해선 

'카라섹 모델'이라 불리는 4사분면 그래프로 그린

직무 스트레스 모델을 활용하면 좋았다.

y축은 일처리의 재량권, x축은 일로 인해 부과되는 요구사항.

예를 들어, 1사분면은 재량권과 요구사항이 모두 높고,

정반대인 3사분면은 재량권도 낮고 요구사항도 적은 업무로

수동적 태도를 갖게 하는 반복되는 단순작업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프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식 전환은 결국,

같은 강도의 일을 하더라도 재량권으로 대표되는 

통제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불안 아닌 만족감이 

대담해 질 수 있는 마음을 채워주는 원동력 된다는 논리.

이렇게 통제이론을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생각패턴에 현실적으로 통제를 적용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살아나고 실제 행동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순차적 변화 가능성을 얘기한다.


둘째, 시간축.

고민하는 일이 있다면 될 수 있는 한 

구체적인 숫자로써 해당 사실을 인지해보라는 충고다.

그냥, 누구한테 배신을 당했어, 누구에게 사기를 당했어가 아닌,

정확하게 벌어진 시점을 명시할 수 있는 화법을 써야 한다는 뜻.

1년이면 1년, 10년이면 10년이라 정확히 계산해 말했을 때라야

지나버린 사실에 대한 시간적 인식이 분명해지고

과거를 마치 현재처럼 말하고 이해 받으려는 자신에게

지금 괴롭게 느껴지는 사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실제가 아닌 것을 따져볼 수 있게 해준다.

예전 일을 지금처럼 인식하며 은연중 말하고 있다면

과거시점으로 현재를 사는 자신이기에

그 사실을 스스로 들여다 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렇게 현재를 살게 됐을 때, 그때 그 시절에 그랬던거고

'지금은 지금'이란 처한 처지에 알맞는 화두를 갖게 된다.


셋째, 자기축.

이건 좀 이해를 필요로 할 종류의 축인데

고민의 대상이 자신인지 타인인지에 대한 분별능력이면서

그 고민거리의 덩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이 능력의 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자신 이외는 없고 

타인은 바꿀 수 없다는 명제에서 출발됐음을 알아야 한다.

고민대상이 나인지 타인의 일을 내 일처럼 

대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온것인지를 잘 따져볼 줄 알아야 하겠다.

백분률로 수치화 해보고 자신의 타자화 수준을 체크해

결국 나를 위해 사는 삶인지 저울질 해볼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바라는게 불가능 한건지 아닌지

그 성공률까지 곰곰히 따져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만약 타인의 일이더라도, 본인의 개입과 함께 타인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면

고민해결은 내적인 심리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성으로 해결해야 될 일이 될 수도 있고.


3가지 축들 중 가장 자신이 오용하고 있는 

하나를 취사선택해 올바른 관점으로 끌고 올 수 있다면

이제까지의 괴로움은 사라질 수 있다는 기본원리를 보여준다.

끝날지모를 일들에 막연하게 계속 잠식만 당하고 있다면

이 3가지 축 중 자기에게 가장 잘맞는 하나를 도구로 써써 

자신의 생각패턴을 긍정적으로 재구축 해내는데 성공한다면

효과적인 관점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설명으로 이해하면 된다.

말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구체화 능력이 결국 

많은 부정적 자동사고들을 변화토록 할거란 

그런 이야기 구조이기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읽다보면 한번쯤 비슷한 얘기를 

살면서 들어본 듯한 주제정리가 너무 많은데,

그 비슷한 걸 특별하게 정리해 보여주는게 

이 책만의 가치였다고 본다.

말로 끝내는 정리가 아닌 실행가능한 대안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접근법을 다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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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 트레이닝 & 스트레칭 - 100세까지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토다 요시타카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딩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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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건강에 관해 환자 입장에서의 필요한 접근을 

쉽고 편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일본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무릎질환을 도울 셀프케어에 위주로

실내에서 해보기 쉬운 운동처방적 요법들을 

근육과 움직임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릎관련 외과 치료의 실태도 살짝 들려주는데,

가감없고 시사적인 부분이라 좋았던 부분이었다.

특히나, 무릎 인공관절 수술건수의 

수치적 증가률은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에서 행해진

인공관절 수술건수는 대략 70만건으로,

역으로 추산되는 현재 누적 건수는 

대략 106만 건으로 짐작된다 했다.


106만건...


이 숫자 자체가 내겐 너무 크게 다가왔다.

필요해서 했을거란 관점에서만 본다면

명목상의 이 수치 자체로 꼭 놀라야 될 이유는 없지만,

저자가 얘기하는 행간의 의미로 봤을 땐

해당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조사 이전 이 수술 건수가 적었다는 해설도 붙었으니까.

저자가 봤을 땐, 이런 치환술이 필요했을 환자수는 

생각보단 적다고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수술이란 것도 해당 의료기술이 존재하고 사업화 됐으니

누군가는 수술을 해야하고 누군가는 받아야 될테니 

이런 시장구조로 결국 팽창됐었어야 됐겠구나란 식으로.


후반부에 나오는 이런 내용들까지 읽을 쯤엔

자신의 무릎으로 건강하게 유지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하고 큰 신체적 자산이라 보여졌다.

특히, 건강하지 못한 무릎을 가졌다면 더욱 더.

변화할 수 있는 시점, 변화될 수 있는 상태의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될 내용 같기도 했다.


발로 수건을 웅켜잡는 운동의 반복은

발바닥 쪽 횡아치 힘을 기르게 하는 운동,

12시 4시 8시 방향으로 한쪽 다리를 뻗어보는 건

뒤로 넘어지지 않는 균형 테스트,

앉은 상태에서 무릎 밑에 지지대를 받치고

체중의 80%정도 힘으로 누르는 연습은

펴지지 않은 무릎을 반대힘을 줌으로써 해보는 운동이다.

매우 많은 운동 가짓수가 실려있는 건 아니지만

필수적이고 실행하기 용이한 것들 위주로 다뤄졌다.

모두, 왠만하면 보조자 없이 

혼자서 무릎질환을 개선해 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운동법들 같았다.

그 중, 무릎을 직각높이까지 드는 운동과

발에 고무튜브를 감고 외반각도를 위한

근력을 만들어주는 운동은 특히 좋은 운동 같았는데,

보통, 걷는 것만으로 다리 근력운동이 부족한 이유는

무릎을 허리선까지 들리지 않는 동작이기 때문으로,

여기서 소개된 양쪽무릎을 번갈아

직각높이까지 올리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이해해보고

규칙적으로 진행시켜 보는 건 매우 중요해 보였다.


여러 운동 얘기만큼이나 주목되던 부분은,

무릎관절 내 히알루론산과 스테로이드의 

주사주입을 통한 도움관련 부분이었다.

의사라 주사로써 치료를 권하는 부분은 절대 아니었고

운동이 더 효과적이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써

주사가 도움줄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말한 것인데

예상 밖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매우 컸다.

평소 스테로이드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컸는데,

경구용이 아닌 주사로써 관절 부위에

3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사용되는 주사는, 

스테로이드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 소개됐다.

즉, 아픈데 억지로 하는 운동을 권하는게 아니라

무릎 안좋은 이에게, 운동초기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좀더 수월하고 가동성 있는 재활을 가능케하는 보조수단으로써.


운동을 통해서나 병원에서 주는 도움과 더불어,

도구를 이용해 안좋은 무릎쪽 중심선을 몸 밖으로 

이동시켜줄 수 있는 '족저판' 활용법은,

저자가 알려주는 수제 제작법으로써 사용해 본다면

고가의 의료기구로 맞춤제작 할 필요없이

매우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직접 해보는 방법이면서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다.

새끼 발가락 쪽에 발판을 두어 높이를 교정하여

보행을 보조하고 중심선을 이동시키는 방법.


생각보다 내용이 단순하다 느끼며 읽다가

점점 유익하여 빠져들듯 읽게된 내용들이 많았다.

무릎은 한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관절이란 걸 잊고

발목이나 고관절처럼 움직일 수도 있는 관절.

남의 몸처럼 무릎을 쓰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무릎에 관한 의학적 상식을 쉽게 잘 정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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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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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이야기 해주려는 책 같이기도 하다.

쉽게는 소통방식이라 말해도 될 부분같다.

거기에, 영국의 심리상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진 책이다.

그냥 들어주고 입장을 이해하는 상담이 아닌

변화를 이끌어내는 CBT방식에 가까운 듯.


전문적인 용어사용이 매우 적다는 점도 신기했는데,

수동공격적이나 편집적이라 표현될 수 있는 묘사들도

굳이 해당용어를 사용해 함축시키려 하지 않았고,

상황적으로 이해시키고 사례로써 들려주려는 

특별한 노력들도 많이 느껴지던 내용들.


예를 들어, 수동공격을 2가지로 나눠 

자기를 향한 것과 타인을 향한 2가지 분류로

수동형 태도에 대해 들어볼 수도 있었는데,

자신을 향한 소심한 수동공격에 비해

타인을 향한 수동공격처럼 표현된 부분은,

사실 그게 누군가의 현실이 됐을 땐 

얼마나 해결곤란한 괴로운 일들이 될지 가늠조차 안됐다.

간단히 말하면, 당하는 사람이 스스로 인지 못하게 

친구인 듯 행해지는 해꼬지라 보면 되는 일들 같았다.

험한 표현이 별로 없는 책 속 표현들 중에서

이 유형에 대한 정의만큼은 '돌려까기'형의 수동형이란

부정적 표현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그 수단들을 한번 살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공격적 회피하기를 사용하지만, 수동적 방식이 아니라

회피를 공격목적과 의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상대의 요구를 묵살하는 방식에선 

상대를 향한 무성의한 반응 또한 의도적인데,

영혼 없는 반응으로 일관함으로써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상대를 투명인간 추급하는 건, 

이를 한국식 용어로는 은따라 부를 수도 있을텐데

은근하게 따돌리며 끼워주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하기다.

칭찬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가짜처세인데

실제로는 비난을 숨긴 가시 돋친 칭찬인 걸 상대는 모른다.

주변에 불리한 여론 형성도 한몫하는 심리적 기술로

하소연인 듯 잘 둘러대듯 꾸며낼 수 있지만 

결국 상대를 향한 여론몰이를 

처벌처럼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인 것이다.

상대를 향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 또한 

잘못 이용되는 나르시스트적인 면이라 느껴지는데,

우월한 위치에서 내려다 보듯 상대를 자기기준에서 평가해서다.

동정심, 죄책감을 줌으로써 상대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있고.

자신의 기대를 깨뜨리지 못하게 하는 노하우도 있는데

여기까지 보다보면 이걸 과연 수동형이라고만 봐야할지도 의문이 든다.

쉽게는 알려진 가스라이팅이 떠오를테고

좀더 들어가면 성격장애나 편집적 원한에 가까운 모습들 같았다.

특히, 특이한 특성 중 하나는 

'배고픈 사람 앞에서 잔칫상 차리기'라 표현된 특성이었는데, 

상대방의 불행과 고통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과한 위화감을 조장시키고자 만든 잔치상이란 뜻.

이는 상대적 박탈감, 분노, 열등감을 조장하며 

이를 바라보면서 우월감을 느낀다는 태도.

언행불일치라 표현된 부분에선, 

괜찮다고 말하지만 풍기는 느낌은 싸늘하기에

분위기상 상대가 눈치보게 만들며 

이를 이용해 응근히 요구를 관철해 낼 줄 안다.

배려하는 듯 보이면서도 종국엔 공격성 탓에 불일치인 것.

이런 모든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바를

책은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수동적 행동이라 불렀다.

상대에게 적의를 그대로 들어내지 않기에 수동형인 것이고

그 적의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하기에 위험해 보였다.

한국 정서라면 배신이나 적반하장 등으로 표현될 말 대신 

저자는 '돌려까기'표현으로 이 유형을 설명한다.


여기까진, 읽은 부분 중에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내용을 다뤄봤고,

반대로, 152~153p에 실린 요약된 '감정단어 사전'은

책 전체를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유용한 정보로 추천한다.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모두를 다루면서

말로 표현되기에 한정적인 표현들을

같은 카테고리로 모아 읽는 이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해당행동을 매치시켜 볼 때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는 말들을 정리해 놓았다.

화, 죄책감, 수치심, 외로움, 불안함 등의 부정적 감정표현들과

유쾌함, 기쁨, 의욕, 활력, 만족, 감사, 안정감 등 긍정적 표현들을,

유사한 뜻의 다른 다양한 형용사들과 엮어

상황별 느끼게 될 감정이 어떤 분류인지

단어로써 알아볼 수 있게 표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이해와 동시에 행동수정을 유도하는 책이라

읽고 지나치지 않고 현실대입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자신의 문제점도 이해해 보면서 

사회구성원으로써 필요한 자질 향상도 도와주는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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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칭 더 보이드
조 심슨 지음, 김동수 옮김 / 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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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이야기로만 이 실화를 접한다면

조난, 생존기 정도로 회자될까봐 안타깝다.

읽는 내내, 나랑 다른 관점을 지닌 조의 생존기는 

처음엔 적응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조의 상황판단과 행동들은

여지껏 살아오면서 봐왔던 방식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것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등반하지 않은 설산의 한쪽 면을

두 친구는 알파인 방식으로 등반하기로 한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초면인 리처드에게

자신들의 베이스 캠프와 짐을 부탁하고

아래는 여름, 위에는 겨울인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와 사이먼.

이 둘은 산을 몇일을 두고 올라간다.

알파인 방식이란게 후퇴나 쉼은 없는데

그저 오르기로 한 그 지점까지 계속 

오르는게 다인 전진방식이라서다.

아무도 오른 적 없는 그 빙벽을 용케 성공해 낸 둘.

등반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하산길은 더 위험할 수 있기에 둘은 만전을 기한다.

그러다 결국, 미끄러지게 된 조.

한쪽 다리 골절을 입는데 정도가 매우 컸다.

조의 자력으로는 하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둘이 가진 로프를 하나로 길게 묶어, 

조가 먼저 아래로 내려가면

사이먼이 위에서 버티면서 

조의 하산을 돕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조는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심했고

사이먼은 눈벽을 파고 로프를 잡고 버터준다.

한번 내려가면, 준비해 다시 내려가는.


그러다, 결국 조에게 다시 사고가 생긴다.

미끄러지면서 허공에 매달리게 된 것.

지지할 곳이 없는 조로써는 할게 없었다.

위의 사이먼까지 50m 가까이 되는 수직거리라

밑의 상황이 위에 있는 사이먼에게 전달되지 못한채

느낌만으로 둘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란 걸

결국 사이먼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왜냐면, 계속 진행되던 하강느낌이 아닌,

자신의 버티는 힘을 넘어서는 중력으로

아래로 딸려 내려가듯 끌려가게 돼 버려서.

결국, 둘은 무언의 그 상황인식을 공유했다.

둘을 이어줬던 로프가 끊어져야 한명은 살 수 있다는 인식.


머뭇거리고 괴로워 해야하는 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고립된 공간.

짧은 고민 후 사이먼은 로프를 끊었고 조는 추락한다.

그 자리에서 홀로 남아 눈구덩이에서 비박을 하게 된 사이먼과

빙벽 틈새로 떨어진 조는 순간 운명이 갈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얘기는 지금부터다.


조는 살아남았다. 

기적이라던지 놀라움의 순간도 없다.

옆으로 떨어졌다면 더 깊이 빠졌을 상황에서

우연히 살아남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곤

사이먼도 불러보지만 결코 들리지 않을 깊이.

빙벽용 도끼로 기어올라 보지만 그것도 실패.

아픈다리를 이끌고 기어오르는 대신, 

반대로 줄을 타고 내려가기로 선택하는 조.

깊이를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말이다.

불가능한 오르기 대신 차선의 길로써 선택된

미지의 하강코스.


이 실화가 한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고 느끼게 하는 건,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그 후로도 이어지는 

조의 끝모를 하산기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잘 해냈지만, 

그게 성공했을 땐 또다시 

다른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물들이 

계속 그의 앞에 놓여져 있었으니까.


이 스토리를 읽는다면 누구나

계속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보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들이나 자신의 모습 중

그 어떤 것도 조의 결정과 행동에서 공유되는게 없을테니까.


조는 모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화를 내기도 하지만 타인을 향한 탓은 아니다.

자기 혼자만 남겨뒀다고 울부짖거나,

하나의 시련이 끝나니 다른 시련이 

또 등장했다고 몸서리치거나,

신을 원망하지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았다.

크레바스에 처음 빠졌을 때 스스로 생각해보며

독실한 신자 집안 출신이지만 신을 찾지않는

스스로를 느끼게 된다, 이런 순간일 때

신을 찾을지도 궁금했었던 그였다.

죽을 수 있게 된 상황임을 인지하지만

그냥 내생은 없는 현 존재의 끝만을 인식한 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지만을

자신의 방식으로 궁리해 본다.


위로? 원망? 생각? 이유? 후회? 


그런건 조에게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책의 말미에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언급하면서,

현실에서 이 용어가 쓰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전쟁의 상황 이후에도 살아낸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용어를 쓰지 않고도 잘 살아낸 역사가 있는데, 

되려 현시대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런 용어로

힘듦을 표현하듯 사는 걸 이해할 수 없으며

자신에게도 이런 평가가 내려지는 걸 수긍 못한다.


강하고 담대한 조의 이야기는 

오히려 뭉클함을 넘어서는 극한이 존재한다.

전혀 다른 관점을 느껴볼 수 있는 삶이란게 뭔지를

실화로써 몸소 보여주는 이야기였기도 하고.

단순히 불굴의 의지나 용기를 다룬 책이 아니라,

자신을 오로지 스스로 책임진다는게 어떤 건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사를 띄고 있기 때문같다.


하물며, 줄을 자른 사이먼조차 느낀 점은 또 있다.

예를 들면, 정말 너무 괴로웠다거나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이나 책임이 다가 아닌

자신이 조와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그또한 수용했을거란 것을 인간됨에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다른 듯 같은 둘의 솔직함과 담대함을

누군가는 인정머리 없다고 할까?


현실같지 않은 현실을 겪었던 20대의 조.

그도 지금은 60대가 되어있다.

전설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써야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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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이 즐거운 92세 총무과장 - 66년째 한 회사,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총무과장
다마키 야스코 지음, 박재영 옮김 / 센시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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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현역, 여성, 최고령 총무과장.

그냥 듣기에는 여성, 총무과장이란 단어보다

92세란 단어에서 연상되는게 더 많을 수 있다.

흔히,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에게서 들으려는 건

대부분 경험과 통찰이지 않을까.

'관조'하듯 느긋하고 여유도 있고

살아온 인생의 기간만큼 '통달'해 

많은 것에 적절한 답을 내주는 이로써,

고령의 긍정적 단면을 상상하고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 그런거.


우선, 이 책은 92세 할머니의 

자전적 삶의 에세이가 주가 아니다.

정확히는, 자기계발서이며 직장인으로써의 노하우가 담겼다.

나이를 감안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오히려 중간 관리자들이 할 수 있는 류의 말들과

30~40대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연령대 직장인이

업무상 겪은 걸 가볍게 정리한 책이라고도 보일 정도다.

그정도로, 저자가 살아온 시대나 나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고

직무를 떠나 실용적 측면이 강조된 조언들이 심플하게 담겨 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등도 없다.


같이 사는 여동생이 자신의 식사를 챙겨주고

자신은 가장으로써 생활비를 벌어다 준다.

몇십년째 아침마다 30분 모닝루틴의 

요가를 빼먹지 않고 살고 있으며,

반야심경을 읊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BMW를 타고 출근 하는 일상.

여기서의 BMW란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

반대로 퇴근할 땐? 역순으로 WMB를 탄다고 말하는 그녀.

이정도가 개인적 이야기의 전부.

대부분 내용엔 총무과장으로써의 인생관이 담겼다.


지금의 회사에 정착하기 전,

3년간 보험회사를 다니다 그만뒀었고

이후 들어간 방적회사는 합병으로 인한 이전으로

출퇴근 거리상 계속 다닐 수 없었다던 저자.

생계를 어릴때부터 짊어졌기에 일은 해야했지만

젊은 시절 그녀에게도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던 일에선

하기 싫었고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도 전한다.

그러다,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친척이 배부른 소리 한다며 꾸짖는 말에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차리듯 계속 다닌 직장이 지금의 일이 됐다.


거의 일적인 이야기로만 구성된 책이기에

개인적인 사담은 거의 없는데,

근속 중인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는 좀더 들려준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여겨지던 일들이

본인에게 쏠리는 것에 견디기 어려웠다는 회상.

사무직인데 직원들의 식사도 준비했어야 됐다는 걸 보면,

직급과 업무에 상관없이 필요한 일을

누군가는 해야하던 시기에 회사 초년생으로써 근무하며

자질구래한 일이 매우 많던 환경 같았다.

그런 환경에서 젊었던 그때 그녀의 선택은,

내 일이 아니야에서 구성원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하고

작게 나뉜 책임감을 따지기 보다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가치를 스스로 두기 시작한게

지금의 92세 최고령 총무과장이란 타이틀을 만들어 낸거 같았다.


지나온 인생을 빨리 돌려볼 수 있다면  

세월의 큰 변화들과 맞물려 있어 보인는 순간들도 보인다.

수기로 작성하던 모든 것들이 전산화 되어가고

50대가 되어 배워야 했던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과 컴퓨터가 일상이 되기 시작하던 시기.

그 시간들 속에서 망설여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배워가는게 재밌었다는 능동적 자세의 모습은 교훈적이었고.


일 얘기가 가장 많았지만 삶 자체나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조금 다른 발상이자 좋았던 일화로는

개근에 대한 의무감이 사라졌을 때의 회고.

원체, 좋은 시작과 마무리를 중시하는 습성이 있어서

회사에서 장려하던 개근제도 또한 스스로에겐

자연스레 따라야 했던 습관같은 제도였다.

그러다, 개근을 의무화 하던 내규가 없어졌을 때

오히려 그런 변화를 반길수 있었다던 이야기였다.

피치못한 일로 인해서는 결근할 수도 있단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근 자체를 위해 출근하고 나와있는 건 

과연 어떤 결과를 낼까라는 작은 질문.

본인에게도 마이너스고 코로나 시대를 겪은 이후엔 더욱

주변 동료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도 해봤다는.

어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일이 아닌 쉼을 얘기도 한다.

잘 쉴 수 있는게 잘 일하는 것이라는 조언.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을 더 자려해야 하고

컨디션이 안좋다면 식사의 질을 높이려 해야 한다는 정도의 조언.

별거 아닌 듯한 내용이 의미있게 들릴 수 있는 건

이 쉬운 것도 못하는 스스로를 알고

그걸 지속적으로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쉬운게 마냥 쉽게만 느껴지 않는다는 반증 같기도 했다.


늘어지는 대목이 없고 모두 깔끔하고 잘 와닿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이를 떠나서 그냥

누군가가 들려주는 좋은 얘기로써 들어 본다면

저자의 92세란 나이 자체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고 

귀담아 들어둘 좋은 내용들이 더 와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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