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이 즐거운 92세 총무과장 - 66년째 한 회사,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총무과장
다마키 야스코 지음, 박재영 옮김 / 센시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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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현역, 여성, 최고령 총무과장.

그냥 듣기에는 여성, 총무과장이란 단어보다

92세란 단어에서 연상되는게 더 많을 수 있다.

흔히,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에게서 들으려는 건

대부분 경험과 통찰이지 않을까.

'관조'하듯 느긋하고 여유도 있고

살아온 인생의 기간만큼 '통달'해 

많은 것에 적절한 답을 내주는 이로써,

고령의 긍정적 단면을 상상하고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 그런거.


우선, 이 책은 92세 할머니의 

자전적 삶의 에세이가 주가 아니다.

정확히는, 자기계발서이며 직장인으로써의 노하우가 담겼다.

나이를 감안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오히려 중간 관리자들이 할 수 있는 류의 말들과

30~40대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연령대 직장인이

업무상 겪은 걸 가볍게 정리한 책이라고도 보일 정도다.

그정도로, 저자가 살아온 시대나 나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고

직무를 떠나 실용적 측면이 강조된 조언들이 심플하게 담겨 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등도 없다.


같이 사는 여동생이 자신의 식사를 챙겨주고

자신은 가장으로써 생활비를 벌어다 준다.

몇십년째 아침마다 30분 모닝루틴의 

요가를 빼먹지 않고 살고 있으며,

반야심경을 읊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BMW를 타고 출근 하는 일상.

여기서의 BMW란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

반대로 퇴근할 땐? 역순으로 WMB를 탄다고 말하는 그녀.

이정도가 개인적 이야기의 전부.

대부분 내용엔 총무과장으로써의 인생관이 담겼다.


지금의 회사에 정착하기 전,

3년간 보험회사를 다니다 그만뒀었고

이후 들어간 방적회사는 합병으로 인한 이전으로

출퇴근 거리상 계속 다닐 수 없었다던 저자.

생계를 어릴때부터 짊어졌기에 일은 해야했지만

젊은 시절 그녀에게도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던 일에선

하기 싫었고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도 전한다.

그러다,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친척이 배부른 소리 한다며 꾸짖는 말에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차리듯 계속 다닌 직장이 지금의 일이 됐다.


거의 일적인 이야기로만 구성된 책이기에

개인적인 사담은 거의 없는데,

근속 중인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는 좀더 들려준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여겨지던 일들이

본인에게 쏠리는 것에 견디기 어려웠다는 회상.

사무직인데 직원들의 식사도 준비했어야 됐다는 걸 보면,

직급과 업무에 상관없이 필요한 일을

누군가는 해야하던 시기에 회사 초년생으로써 근무하며

자질구래한 일이 매우 많던 환경 같았다.

그런 환경에서 젊었던 그때 그녀의 선택은,

내 일이 아니야에서 구성원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하고

작게 나뉜 책임감을 따지기 보다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가치를 스스로 두기 시작한게

지금의 92세 최고령 총무과장이란 타이틀을 만들어 낸거 같았다.


지나온 인생을 빨리 돌려볼 수 있다면  

세월의 큰 변화들과 맞물려 있어 보인는 순간들도 보인다.

수기로 작성하던 모든 것들이 전산화 되어가고

50대가 되어 배워야 했던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과 컴퓨터가 일상이 되기 시작하던 시기.

그 시간들 속에서 망설여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배워가는게 재밌었다는 능동적 자세의 모습은 교훈적이었고.


일 얘기가 가장 많았지만 삶 자체나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조금 다른 발상이자 좋았던 일화로는

개근에 대한 의무감이 사라졌을 때의 회고.

원체, 좋은 시작과 마무리를 중시하는 습성이 있어서

회사에서 장려하던 개근제도 또한 스스로에겐

자연스레 따라야 했던 습관같은 제도였다.

그러다, 개근을 의무화 하던 내규가 없어졌을 때

오히려 그런 변화를 반길수 있었다던 이야기였다.

피치못한 일로 인해서는 결근할 수도 있단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근 자체를 위해 출근하고 나와있는 건 

과연 어떤 결과를 낼까라는 작은 질문.

본인에게도 마이너스고 코로나 시대를 겪은 이후엔 더욱

주변 동료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도 해봤다는.

어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일이 아닌 쉼을 얘기도 한다.

잘 쉴 수 있는게 잘 일하는 것이라는 조언.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을 더 자려해야 하고

컨디션이 안좋다면 식사의 질을 높이려 해야 한다는 정도의 조언.

별거 아닌 듯한 내용이 의미있게 들릴 수 있는 건

이 쉬운 것도 못하는 스스로를 알고

그걸 지속적으로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쉬운게 마냥 쉽게만 느껴지 않는다는 반증 같기도 했다.


늘어지는 대목이 없고 모두 깔끔하고 잘 와닿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이를 떠나서 그냥

누군가가 들려주는 좋은 얘기로써 들어 본다면

저자의 92세란 나이 자체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고 

귀담아 들어둘 좋은 내용들이 더 와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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