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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스캔들 -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몰락 ㅣ 서돌 기업 다큐멘터리 시리즈 1
베서니 맥린.피터 엘킨드 지음, 방영호 옮김 / 서돌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01년에 벌어진 사건을 책으로 새삼 과감히 독자에게 선보였을 땐
분명 그만한 확신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불의에 대해 더 확실한 교훈을 줘보고자 하는 신념이나
책으로써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자신감일거란.
내가 볼 때 이 책은, 이 2가지 모두를 지혜롭게 품은 작품이다.
좀더 정확히 평가해 본자면, 교훈과 재미만을 놓고봤을 때
재미쪽에 좀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어느 한쪽이 못하단 뜻의 점수가 아니라
우월한 것중에 어느 것이 더 뛰어나냐는,
즉 99점이냐 100점이냐의 구분이 되겠다.
작품 자체도 좋고 번역도 좋다.
엔론의 역사는 영욕의 역사였다.
포춘지 선정 최고의 기업이기도 했다가
영화 '보일러룸' 같은 작품등에 지저분한 모델로써
인용되기도 했던 극과 극이란게 뭔지 보여준 기업이다.
사기란 한마디론 완벽한 설명이 어려울
큰 규모의 경제적 충격을 동반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여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기존의 회계기준을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됐지만
엔론의 경우는 그 개론적인 사실을 넘는 매우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다.
책으로 읽는 내내 느껴지던 안타까움은
이런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잘써진 한편의 기사같기도 한 이 얘기가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이었다면 좋았을거란 점이었다.
거대한 탁한 강물에 지위고하나 능력의 구분없이
휩쓸려 떠내려가 버린 듯한 허탈감을 주니까.
자살로 좌절을 모면한 이나 살아남아 치욕스런 삶을 살게 된 이나
모두 엔론이란 그 이름 두자가 인생 내내 발목을 잡을 거 같았다.
가장 화려했을 시간을 그 속에서 보냈고
앞으로는 그 추억과 아픔을 곱씹으며 살아야 할것 같으니 말이다.
입지전적 인물이란 사람들을 보며
존경과 부러움 그리고 인생의 모델같은 감명을 받는데
이 중에도 분명 그 규모 차이는 있겠지만,
'엔론'과 같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 인물이 있을거란
비관적 추측을 안해볼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예전 잊혀진 이야기를 이렇게 화려한 필력으로
재밌게 그려낸 저자들이 대단하다.
읽는 재미를 위해서 전개방식이나 도입부 등에
무척 신경을 썼을거란 상상이 든다.
공들여 만든 책, 잘 써진 책 이 책을
잊혀져가는 예전 사건으로 누굴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질의 독서란 걸 한번 느껴보는 계기로써 한번 사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