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본 영화 '쇼생크 탈출'을 더 좋은 영상으로
한장의 디스크에 담아 소장까지 가능케 해준
그 기술적 발전이 내심 기쁘기도 하지만,
원작이 있던 이 작품을 소설로는 너무 늦게 만났단 사실이
아무래도 원작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나에겐 무척 큰 아쉬움이 되어 다가온다,
혹, 책을 먼저 읽었었다면 영화에 대한 느낌은 많이 줄었었을까?...
물론 이 모든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이 자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앤디 듀프레인(Andy Dufresne)...
영어발음도 어려운 '듀프레인'이란 성은 책 중간쯤
프랑스 등에서 유래된 성은 아니었을까로 잠깐 소개된다.
영화 속 '앤디'가 보여 준 모습과 실제 책은 많이 달랐는데,
우선, 안경을 썼고 키가 작다는 책속 앤디의 모습부터
19년을 살다 탈출하게 되는 영화 속 상황과
30년쯤 살다 탈출하게 된다는 책의 내용까지
어찌보면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중심내용들이 눈에 많이 띤다.
이런저런 둘의 차이가 먼저 들어오면서도 읽어 들어간 원작엔
읽기에 속도가 붙게 될 즈음 점차 그 어색함은 사라지고
'쇼생크 탈출'이란 본 작품이 담은 진정한 재미가 들어 있었다.
쇼생크 탈출이 실린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도 그러했지만
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들은 각각의 특색들이 분명하면서도
어떠한 그의 작품을 읽게 되더라도 결국 그만이 주는
묘한 향취를 느끼게 되는 경험을 선사 받는듯 하다.
쇼생크 탈출이나 미저리 모두 내겐 그랬던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
영화에선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Every man has his break point.(누구에게나 한계는 있지)'라는.
레드의 대사로써 절망한 앤디의 자살을 걱정하는 장면 속에 등장한다.
이런 영화적 갈등설정이 책에는 딱히 없는 동시에
특히,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를 들으며 모두 일시정지된 듯 한 장면이나
가석방 후 자살하는 브룩스의 인생 등과 같은 나름 의미있는 장면들도
책 속엔 영화처럼 크게 묘사돼 있지 않다.
헌데, 더 재밌는 사실은 이런 영화 속 명장면들과 책과의 불일치보다
담담히 써내려간 레드의 3인칭 시점이 오히려 소설 '쇼생크 탈출'을
더욱 울림있게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영화도 결코 억지스럽지 않은 명작이지만
책은 담담함으로써 감동포인트를 유도해 내는 매끄러움이 존재한다.
픽션이면서도 사실인 듯 빠져읽게 만드는 독특한 서술의 힘이
오히려 눈에 보이는 영상은 줄 수 없을 독서적 상상력을
100% 장점으로써 발휘되게 만든다는 점이
무엇보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큰 줄거리는 어찌보면 책과 영화가 같을진 모른다.
하지만, 도리어 그런 큰 스토리의 연관성 보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에서
작게는 재미를 크게는 인생 속 선택이란 것들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들어있었다.
오랜 기간 벽에 구멍을 뚫고 탈출시기를 가늠하고 기다렸겠지만,
교도소 설계도까지 연구하거나 타의에 의해 방이 바뀔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마저 30년 가까이 인고해 낸
'앤디 듀프레인'이 만든 단순 기적이 아닌 그 결과가
더 큰 재미로 읽히는 책이 바로 쇼생크 탈출,
'Rita Hayworth and Shanwshank Redemp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