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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좇는 의료 풍경, 임상시험
앨릭스 오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책이란 생각에,
지레 학구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은이의 뜻밖의 저널리스트적 직업특성 탓인지
그리고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최대한 반영한 탓인지
소설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정보와 함께 시사하는 바를
생동감 있는 문체로 담고 있어 여러면에서 대리 경험하듯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남의 불행이 어찌 제3자로써 가늠할 수 있겠냐마는
저자 본인의 얘기나 사이에 등장하는 많은 사례들을 비춰 본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될 건강한 많은 독자들은
스스로 조금은 병약할 지라도 등장인물들보다 건강하고 여유있는
자신들의 생활에 감사해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은 임상실험의 실상 안팎을 두루 들여다 본 내용임에도
왠지 전하는 사실들과 독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적 다리 사이엔
여러 개의 의도치 않던 교감이 형성될 듯도 하다.
저자는 특이한 당뇨병 환자로 살아왔다.
한마디로 혈당수치가 간헐적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저혈당 무감지' 증상을 지닌 흔치않은 환자.
간질과 유사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던 경험들,
어린 시절부터 당뇨환자로 살아왔기에 스스로의 건강에
어느 의사보다 완벽히 나름 대처해 가며 살아도 왔고,
달리기를 통한 여러가지 성취감에 기대어
여러가지를 극복하고 자신을 환기시키며 살아온 사람이기에
임상시험에 자신을 내놓을 수 있었던 스스로의 배경이 됐다.
그런 그가 오랜 자신의 지병을 고쳐줄 수 있을지 모를
'임상시험'의 한 지원자로 우연히 참여하게 되면서
임상실험 전반에 대한 역사나 그로 인한 폐해와 소득을
책을 통해 고루 소개함으로써 자신 스스로도 배우고
독자에게도 알리는 작업을 시도해 놓은 형상이 되었다.
책의 시작은 저자 본인이 임상실험에 거는 기대와 첫과정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스릴러 영화의 도입부 같기도 하면서도
뭔가 인간승리를 다룬 드라마의 감동마저도 선사해 줄 듯
기적적 결말을 예상토록 만드는 글 속의 힘이 느껴졌다.
그에게 일어난 추후 결과는 책후반부 쯤 더 자세히 소개되는데
소설같은 실화란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으로 다룬
임상시험이란 소재의 한 사례로써 자신 또한
하나의 소중한 소재로 이용했다는 진실함과 현실감을 전달 받았다.
책에선 말한다.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되는 많은 대상자들은 많은 사연을 가졌지만
지원하는 상당수가 자신의 병이 완치에 대한 기대보다
과정 중 겪게 되는 부가적 불편함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던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초기에 가졌던 완치목표가 희미해지면서
점차 누군가에게 자신이 혜택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무감이나 미래에 대한 또다른 희망을 품게 된다고.
물론 임상시험 전체의 얘기가 아닌 일부의 얘기다.
어느 시점까지가 임상실험이냐를 놓고 벌이는
의료진과 지원자 측의 시각을 보여주는 얘기 속에선
의료절차의 적법성을 떠나 냉정함과 냉철함 사이의
경계에 대한 정의가 혼돈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의료에 국한된 사항들만이 아닌
삶의 희노애락을 모두 맛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건
어쩌면 이 책이 전하는 팩트와 필링 사이의
묘한 피할 수 없는 울림이라 여겨진다.
간혹 매스컴에 등장하는 숨겨진 명의 얘기나 기적 등도
넓은 의미에선 스스로를 임상시험에 던지는
절박한 이들의 사연들로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거 또한
책이 내게 주었던 또 다른 세상보기였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