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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거 같다.
사실 인문학보다 소설을 좋아하던 취향이었는데
언제가부터 소설을 덜 찾게 된다.
소설에도 철학책 못지 않은
알맹이가 심어져 있음을 아는데도.
스카페이스란 영화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 책을 만났을 때 이게 뭔 내용일까
의아해 하기 보다는 오히려
소설로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하지 않을까도 싶다.
스카페이스를 알 파치노의 영화로만 아는 사람도
동명의 제목으로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화가
시기를 달리해 2편이란 사실도
이 책을 읽기 전 알고 있다면 좋으리란 생각도 해본다.
왜냐면, 알 파치노가 주연한 스카페이스나
그보다 먼저 제작된 다른 동명의 영화도
아마 이 책이 원작일 듯 싶지만,
그래도 2편 중 알 파치노의 영화보다는
전에 만들어진 스카페이스가 훨씬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풍길거 같아서.
내용은 전형적인 갱들의 시대다.
무언가를 털어서 갱이 아닌
금주법 시대이자 알 카포네 시대.
주인공 토니는 어릴 때부터 거친 인생이다.
책의 처음은 첫 살인을 하게되는
토니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양심의 가책이나 스스로의 행동에 조마조마 하는
상식적 분위기란 없다,
그저 저지르고 안 잡히려는 노력만 존재할 뿐.
첫 살인을 저지른 토니가
사라지듯 군대에 입대하며 보여준 시간들이
어쩌면 이 책의 백미는 아닐까 싶다.
왼쪽 귀 밑부터 입술까지 이어지는
큰 상처가 생기게 되고
가족마저도 그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그 스카페이스가 생긴 곳도 군대에서 였으니까.
군대에서 토니의 적응력을 간접묘사한 부분들이
이 책이 묘사하는 많은 부분을 압축시킨 듯 했는데,
토니는 전쟁 상황 속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겁내지 않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거나
지휘계통에 있지 않음에도
그래야 할 상황이 됐을 땐 주저하지 않고
가장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그런 그의 모습에 주위의 선망이 쌓인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3인칭 시점에서의
토니를 평하는 모습은 매우 건조하다.
소설 속 문장에서 이 모습을 일컫는 바는
왜 이런 토니의 군대생활 모습이 이상하냐였다.
그의 성장과정을 안다면 군인으로써 그의 모습은
용기도 아니고 리더십도 아니었으니까.
항상 자신 혼자만이 자신을 위해 전력투구하던 그가
군대에서 아군의 엄호를 받으며
적진을 향해 달리는게 어찌 주저하고 겁낼 일이겠냐는 설명.
거기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고 희망적인 행동이었던 것들도
토니 스스로는 동물같은 본능이자
해야 하니까 해내는 완성의 의미정도의 일일뿐.
군생활 마지막 즈음 프랑스에서의 전투 중
사망했다고 소문이 났고 그를 기다리던
여자친구의 배신은 그를 살인으로 이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그 장면을 묘사치 않고,
살해 전, 자신을 애도했다는 그녀의 옷장에서
스트리퍼로써 야한 옷만 잔뜩일 뿐
상복하나 없음을 먼저 파악하고 화를 낸 것으로 나오는데
단순 우발적이고 배신에 무조건적인 다혈질 반응인
주인공은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묘사라 생각됐다.
이런 토니에게도 중요한 역할로써나
인간적인 면모로써 가족이 존재한다.
여동생과 형.
이 부분부터 어느정도는 영화의 스토리와
유사한 소설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소설의 틀은 유지하는 듯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알 파치노의 스카페이스에서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조직을 위해 필요한 인물을,
자신의 여동생과 사귄다는 이유로 총을 쏜다.
여동생에 대한 스카페이스의 애착이
영화에서나 원작소설 모두에 들어있다.
그러나 형의 모습은 매우 중요하지만
소설에서나 그걸 좀더 음미할 수 있는 듯 하다.
스카페이스 토니의 최후와 형의 연결점 때문에라도.
쓰여진 지 좀 된 소설이라 요즘 소설풍과 달리
읽어나가는데 명쾌한 맛이 있다는 것도 매력같다.
눈이 글을 따라가는게 어렵지 않은
눈가는 대로 잘 읽어지는 속도감이 있다.
소설과 영화 모두로 존재할 때
원작소설이 있지 않은데 소설로 등장할 때도 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영화인기를 업고
그냥 분량을 늘려 거의 시나리오 수준의 판박이 소설들.
그래도 이 책은 소설 특유의 구성을 다 가지고 있다.
즉, 영화는 영화, 소설은 소설 나름의
비슷한 듯 분명 다른 분위기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알 파치노의 영화 스카페이스를 봤던 이라면
이 책을 고르는데 그리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