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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해석 - 사랑은 계속된다
리사 슐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일므디 / 2021년 7월
평점 :

책은 보통 필요할 때 읽는다.
필요한 주제에 맞춰 조언을 사람이 아닌 책에서,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공통주제를 공유해 놓은
한권의 책 안에서 찾고 싶은 것을 찾거나
알고 싶은 것들을 향해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하나가 더 있다.
과연 필요한 시기 그 때에 그 시기에
그 필요한 책을 읽어내는게 적기일까란 점이다.
사랑을 잃고 허탈감에 책을 찾는다면,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잃고나서 괴로울 때
그 심정을 해결해 줄 한권의 책을 만난다면
과연 그 책이 진짜 해결책을 전해줄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그건 책 탓이 아니다.
책의 만남이 필요할 때가 되었을 때
바로 그때가 적기인 만남도 있겠지만,
어떤 책은 적기인 듯 보이지만 결코 적기도 아니고
필요하고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내용의 책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독자의 상황이란게
아이러니하게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죽음, 사랑, 파산 등.
이런 주제의 책들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과연 그 당시가 됐을 때 만나야 할
운명의 책들이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책의 잘못도 아니고 자신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미리 만났더라면
아님, 아주 후에 만나게 된다면
아쉽지만 그런 식으로 만나는게 맞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이 책의 밝은 기운들과
옳은 조언들을 읽으면서 확신이 들었다.
간략하게 이 책은,
남편의 죽음을 경험한 이의 조언을 담고있다.
부부 둘다 의사였고 동료였다.
저자의 당시 경험의 정리는 일기였다.
스스로 그냥 그 일기를 회고록처럼
그대로 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최종적으로 이 책이 가진 형식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감정적인 것들을 좀더 이론적으로 정리해보면서
과정을 적었고 의학적 정리를 더했다.
극한의 슬픔, 그러나 그냥 슬픔이란 단어가 아닌 비탄.
그녀는 자신의 비탄을 이리 표현했다.
자신과 같이 있을 날이 얼마 안남았기에 더 다가가고 싶어도
정작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남편이 원한 그 거리를
차마 좁힐 순 없어서 느껴지던 감정들,
그런 것들이 저자가 정의내린 당시의 비탄이었다.
비탄은 의학적, 학술적으로도 정리된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이 책에 약간 저 싣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순간순간 울컥했다.
눈물이 날 정도의 슬픔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서양인들 특유의 내 일은 내 몫이란
서양식의 개인주의적 사고가 바탕이 됐지만
그 바탕 위에서 지나쳐갔던
슬픔과 회복 그리고 그리움들이 오히려,
나 아파요하는 도움을 청하는 듯한 손짓보다
더 정직하게 느껴지고 안타까워서였다.
일기나 쪽지같은 부분들이 많이 실려 있다.
그녀가 우연히 소지품 안에서 발견한
죽은 남편이 의도했을거라 보이는 쪽지 하나가
책의 중간쯤인가 실려있다.
"보고싶어, 다 잘될거야. 사랑해"
비탄과 우울의 사이를 논한 부분들에서 보다
큰 울림과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전달되어 왔다.
떠난 이의 정신적 성숙도. 아마도 그걸 느꼈는지도 모르고
그걸 이해하는 남은 이의 성숙함 또한 느꼈을지 모르겠다.
미리 읽거나, 비슷한 경험의 누군가는
조금 미뤄뒀다 읽었으면 어떨까 싶은
소중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깔끔하고, 온유하며, 감정을 휘젓는 누군가의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