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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평점 :

나만 안갖춘 지식일 수 있지만,
나에게 고전 상당수는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접한게 많다.
톨스토이의 명작 들 상당수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도의 단편들을 제외하면 못읽었고
쇼펜하우어의 주요 저작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쇼펜하우어 같은 인물은 익숙하다.
그건 심리학책에서 한 사례로써 등장하는
그의 인생분석 등을 통해서 때문이리라.
모성의 왜곡과 결핍이 그의 재능발산을 도왔다는
심리해석을 보면서 불행했던 인생과
그가 남긴 상반되는 업적으로 쇼펜하우어를 기억해왔다.
그랬다가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지적편력의 소유자들 중
쇼펜하우어를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형이상학으로써 정리한 철학자다.
부정할 수 있기에 살아가는 것으로
소멸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 인간을 받아들인다.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정리되는 의지로의 표상을
저자는 모순으로 정의내린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여기저기
수없이 모순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된다.
그만큼 철학의 과정 속에서 도출된 대답들은 모순적임을
그걸 정리한 저자이자 철학자 스스로
독자에게 일견케 하고 있다.
의지를 부정하는데 의지를 표상하는 과정을
생각으로써 풀어내는 걸 철학자 자체가
모순으로써 지적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원칙론적인 결론으로써의 논리전개는 수긍하는 듯 하다.
삶에서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대답과
고통이 곧 목적이라는 쇼펜하우어적 결론은,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왜 살아야 하냐는
대전제에 대한 답들 중 하나이다.
저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
결국 경계까지 몰리게 되고,
이런 고통이 나름 목적이 있다고 보는 거라 설명하고 있다.
이어 등장하는 키에르케고르를 평하는
저자의 첫마디는 난해함이다.
케에르케고르의 화법은 우회적이고, 난해하며, 심오하다.
모순적인 논쟁을 즐기고 철학자조차 이해하기 까다롭다.
젊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늙을수 없다하고
이미 늙었기 때문에 젊을 수가 없다한다.
비슷한 의미로, 어떤 의미에서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에 죽을 수 없고
어떤 의미에선 이미 죽었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말장난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철학적 가치를 찾는 이가
분명 있기에 철학자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으니
정리한데로 일단 후세는 받아들이고 해석해 보는 것 뿐.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 뜻을 아는 사람들은 이외로 적다.
더이상 인간이 신을 믿지 않는 세상이 도래했기에
우리가 알던 신의 가치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자체가 죽은게 아니라, 믿지 않게 된 인간들로 인해
타살 식의 죽음이 신에게 내려진 것으로 보는 걸게다.
너무 지쳐서 죽을 수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모순적 이론전개는 역시나 니체의 말들속에서
저자가 재차 정리해 들어갔다.
톨스토이편을 가장 읽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약간은 아쉽다.
해석이 붙었을까 기대했던 제일 좋아하던 작품은
이 책 속에선 빠져 있었기에.
톨스토이란 한 사람의 인생사를 보자면
그는 불행할 뻔 했으나 결코 불행할 수 없었던
행복이 보장됐던 사람같기도 하다.
일찍 양친을 여의고 친척 손에 자라났지만
학대받는 가족구성원이 아니었다.
나름의 행복한 가정환경으로 책은 그린다.
하지만, 해석 말미에도 나오지만 원론적 결핍 때문이었을까,
궁극적으로 삶의 목적을 찾아가려 노력하면서
찾아도 찾아지지 않는 무엇, 특히
찾는 특유의 성취감을 추구함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자신의 현재로써는 충분치 않다는 감정에 시달렸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나태했다.
대학은 중퇴했고, 젊은 시절엔 성에 탐닉했다.
그랬지만 스스로 글재주가 있음도 알고
이를 인정받게 되는 과정도 저자는 살짝 언급한다.
톨스토이는 규율을 따르는데도 미숙했기에
사회란 단체의 보편적 구성원으로써의 삶은 없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 고백록 속에서,
삶이란 뛰어난 사기꾼으로 묘사된다.
삶이란 사기꾼은 온갖 유혹을 통해 삶 자신이
숨기려 애쓰는 건 바로 죽음이란 진실이라고.
결국, 실생활에서 인간인 톨스토이에게도 노년은 왔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그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삶이란 몇몇의 후기작품을 통해 분석된다.
이 책에선 특히 소설 '부활'의 등장인물로써
그 의미정리를 시도한다.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보편적 사랑 때문이라고.
공감, 연민, 용서. 죽음 말고는 답이 없다고도
소설 속 인물의 나레이션을 빌려 대신한다.
하지만, 정작 그 답은 이 문장에 있지 않고
그 마지막 짧은 몇개의 단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도덕군자 같은 문장의 말미에 그는 말한다.
이리 말하고는 있는데 현기증을 느낀다고.
스스로 답같지 않은 답을 내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가 느끼는 톨스토이의 삶에 대한 답은
결국 찾지 못한 것으로 느꼈다.
이 정도도 책의 5/1정도나 될까.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철학책임에도
쉽게 읽히는 건 다뤄지는 인물들 덕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주요사상들을 두루 앍고 있진 않더라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원작을 알고 해설을 읽는 것과의 가치는 매우 다를 것 같다.
기본 지식이 있다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책이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