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평점 :

좋은 내용을 많이 담은 책이란 생각을
참 많이하며 읽고 쉬다를 반복했다.
너무 좋은 내용이라 쭉 읽어내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굳이 좋다는 말을 이 심리학 책에 붙이고싶은 이유는
우선 쌍방향의 시각을 모두 담으려 한 심리서여서다.
영향을 준 자 그리고 받은 자 모두의 관점을 담은.
그리고, 좋은 본내용 못지않게 독특했던 점은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 실은 다른 심리상담가들이
축사 겸 이 책이 다루는 내용들을
각자 바라보는 방식을 담은 글들에서 였는데,
책내용 못지않게 좋은 시각들이 많아 놀라웠다.
기껏해야 5페이지 내외일 분량이고
또 2명이 따로따로 논해보는 지면이라
형식상 얼마 안되는 쉽게 볼 수도 있는 첨부문들이지만,
읽다보면 그 깊이가 새삼 좀 놀라울 정도로 깊다.
어찌보면 지인 책에 그냥 좋은 책 냈다는 축하 코멘트라 보기 어렵고
단순 의견개진 정도를 넘어선 심리적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넓고 함축하는 바가 깊은 내용들을 실었다.
책의 본내용을 이해한대로 그냥 설명해보기 앞서
사실 이 책을 좀더 유용하게 읽어내기 위해서라면
좀더 선지식이 있을 때 받아들이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왜냐면, 보웬의 이론이나
투사 또는 투사적 동일시 같은 차용된 이론들이
책 전반적에 기본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데,
저자는 굳이 이 부분들을 명목적으로 설명하고 있진 않다.
이는 책의 부족한 부분이라고 혹 오해가 될 부분이기도 해
나름 부연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보통의 심리학책이라 불리는 대중서들은,
사실 단순 심리학책이라기 보다는
상담심리학의 분류에 가깝다.
즉, 사례로써 심리 전반을 '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굳이 보웬의 이론이라 말할 필요도
어떤 것이 투사고 어떤 것이 투사적 동일시인지
굳이 설명을 안해도 되는 구조다.
정서적으로 미분화되어 독립적인 성인이 되지 못한 것을
보웬이 매우 구체적인 이론을 성립했는데
이를 이런 상담심리학 책들에선
개개의 사례로써 훌륭히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고,
투사나 투사적 동일시 역시도
누군가로부터 다른 누군가를 향한 미움의 발산 그 자체를
극한의 서운함을 표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 상대 또한 그렇다면 나도 삐뚤어질테다가
한쪽은 투사며 다른 한쪽은 투사적 동일시임을
굳이 용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냥 상황자체로써 보여주고 이해시켜주고 있는게
상담심리학 범주의 책임을 우선 이해해 두면 좋겠단 설명이었다.
그럼 이제 책내용으로 들어가 보겠는데,
책의 내용 중엔 매우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던,
신생아를 돌보는 한 간호사의 냉담한 성격구성을
분석해 보여주는 코너를 우선해 잠시 소개해 보겠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성격들과 성향들은
책에선 작용과 반작용적이라 설명하고 있다.
의존적인 사람에게 길러진 누군가는 그 의존적 성격을 받아내는
기댈만한 사람으로써 자아를 성립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독립적인 누군가의 곁에서 자란 사람은
그 그늘 아래서 의존적인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립시켜 갈 성향이 농후하다 말한다.
어쩌면 요철구조의 원리같은 당연한 귀결 같기도 하지만
가만히 이런 메커니즘이 대부분의 가족과 대인관계로써
보편적 인생사 구조라 생각해보고 음미해본다면
매우 무서운 일이 될 수 있다고 보이진 않은가.
모든 인간관계가 어떤 식으로던 자연적인 인과관계로
실타래처럼 엮여져 그 영향을 주고받는
흔히 말하는 업보와 운명의 구조에 있다는 말도 되니까.
할머니가 의존적이라면 그 자식은 독립적이 될테고
그러면 그 자식이 다시 누구의 부모가 됐을 땐
그 자손은 의존적 된다는 것이고,
그 후로도 대대손손 이어져 나아간다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거니 받거니
그 흐름은 이어져 갈테니까.
여하튼, 책은 그 냉담한 간호사의 성향을 말하며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고 들려준다.
아이를 싫어하고
아프다 소리치면서도 굳이 제왕절개는 싫다는
산모의 결정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그로인해 비난적이면서도
역으로 굳이 아이와 산모와 밀접한 부서에 존재하려 어떤 간호사.
싫으면 안보던지 멀리해야 하는게 보통의 심리일텐데 그리 안한다.
이유라면, 미워하는 대상 곁에서
계속 그 미움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그 대상에 가까이 붙어 자신이 강화해 온 그 성향을
더 강하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유지하려는 것.
산모와 신생아 입장에선 매우 소름끼칠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예가 꼭 어떤 한 직군에만 있는 것일까.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보호해줘야 하는 직종인데
사실 내면으론 보호받는 누군가의 상황을
극도로 멸시하는 누군가가
굳이 그 자리를 고집하며 살아간다거나,
아이를 싫어하는데 그들의 미래를 설계해주고
같이 호흡하는 선생님의 자리에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은 과연 상상속 만의 일일까.
이 책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그 얘기만을 다루려 쓰여진 책은 절대 아니다.
혹, 이런 사람이 본인이라면 그 이유가 뭔지를
이해시키고 돌아보게 하는데 더 목적도 있고
이를 비롯 10개 정도의 사례 안에서
보통의 독자가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 모두를
아울러 생각하고 떠올려 볼 수 있는
어떤 판단점과 위치를 찾아보게 도와주는 책이라 보면 좋겠다.
매우 어두운 측면의 이야기를 대표적으로 말해봤지만
책 전체를 볼 때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심리형성과정을 그 사례들과 함께 싣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예들은,
누군가를 위의 예처럼 은연 중
휘두르려 살고 있는 경우라기 보다는
반대로 자기 인생을 자신의 것처럼 못살고 있는
누군가의 심리적 심연을 바라보는데
그 대부분을 책은 할애하고 있다.
읽으면서 다뤄지는 범주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보여질만큼,
대다수 가정 내에서 누군가는 그러할만한 성향과 상황들
그리고 개인적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봄이 타당하다.
단순 재밌다고 할 수는 없는 주제임에도
절로 심취되가는 그 몰입도에 재미있었고
저자의 그 섬세한 분석들에 대단한 안목 또한 경험했다.
대만출신의 이 저자가 누구길래
이런 책을 썼을지 궁금해 찾아봤다니
예상보다 훨씬 젊고 밝은 그 앳된 외모에
다시 한번 놀랍기도 했다.
오랜 시간 여러 케이스를 보아온
중후한 심리상담가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매우 젊고 발랄한 느낌의 보통 여성이었다.
어쩌면 그 젊음과 선함 속에 어떤 결핍이
이런 수준의 안목을 가지게 했을진 모를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책은 별5개를 만점으로 기록하는 구조에서
이 책은 그 별5개로는 모자를거 같다.
대만에서 발간된 심리학 책들의 수준에
놀랄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단 생각도 해본다.
한국에서 필히 벤치마킹해야 할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실력있는 심리상담가들이 많은 나라가
대만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