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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면 삶이 바뀐다 - 죽음 준비가 왜 삶의 준비인가
오진탁 지음 / 자유문고 / 2021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읽는 주제의 책이기도 했지만
평소 보통의 조명에서만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우연하게도 평소 안쓰던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고요하게 읽게 됨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가뜩이나 내용도 죽음 아니던가, 그 묘한 우연.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죽음과 삶이란 단어는 분명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책은, 저자는,
그것만 원하진 않을거 같다.
그저, 한번 이리 생각해 볼 것을 인도해줄 뿐.
삶과 죽음은 한 짝이라고 계속 속삭이는 책.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는 선후의 관계가 아닌
저자 본인으로써도 완벽한 설명은 해 줄 순 없을
각자의 받아들임이 그 정의가 되어줄 뿐이라고
책이 암시하는 듯한 내용들이 많았다.
누가 누군가에게 죽음 이후를 설명할 수 있는가 혹은,
죽음과 삶을 명확히 구분해 이해시킬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이런 주제의 책을 쓴 저자 자신이나
그런 질문을 받은 사람의 몫은 아니라 이야기 해 놓았다.
그것에 대한 답은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논리체계로 이해해보려 하고 찾는 것
그런 사상 위에 듣고 싶고 묻고 싶은
그 가치를 둬야할 질문이라 책은 설명했다.
결코 답하기 어려운 질문으로부터 피해나가기 위한
교묘한 피해가기 식은 결코 아니라 전달됐었다.
보통, 설명을 들어야 할 문제라 여긴다면
그리고 그걸 타인과 자신의 쌍방
답과 질문의 문제라고 여기는 그 상식선에서
좀더 다르게 접근하고 스스로 통찰해 나가야 하는게
삶과 죽음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고
죽음의 역사와 의미를 연구한 학자는
이렇게 답한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독자로써 책이 전달하는 바라 느낀 부분들.
책이 일목요연하진 않다.
왜냐면, 일목요연하지 않다는 게
다루는 주제탓일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일 수만은 없는 죽음과 삶의 연결고리는
어느 부분에선 나름 이해로써,
어느 부분에선 삶속의 사례들로써
그 자체를 한정된 지면 안에서 설명해 보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혼잡처럼 받아 들여졌다.
그 중 잘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면서
아는 듯 잊고 살았던 것들도
책의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느껴졌는데,
그 중 가장 기억남는 2가지 정도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티벳에서 천장이라 불리우는 장례관습.
사람이 죽으면 그곳에선 육신을 한국처럼 다루지 않고
독수리의 먹이로 내놓는다는 관습을 들려주는데,
아마, 영화나 다큐 등에서 한번쯤 봤던 기억이
나 말고도 들어봤음 직한 이야기라고 떠오른다.
요즘같이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 속에서
이정도 이야기 정도는 접해볼 만한 매체는 많기에
전혀 생경하거나 이상하게만 처음 접할
독특한 얘기는 아닌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그 의미까지 좀더 알게 됐을 때
이해하는 정도나 느낌은 많이 달라졌다.
임종한 가족을 단순 독수리에게 바친다는 의미라기 보단,
그동안 생존을 위해 다른 가축의 육신들을
먹으며 살아왔던 인생들이기에
자신의 마지막 순간 영혼이 떠나고 남은 껍데기는
이제 먹이로 내어줌이 공평하다는 의미였다.
결코 기브 앤 테이크 식의 상황정리도 아닌
그저 도리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 문화.
그러면서 함께 놀라웠던 건, 짧게 언급된 천장사란 직종.
천장사가 독수리가 먹기 편하게
시신을 준비해준다는 천장사의 일이
대충 어떤 일일지 상상되는 짧은 문구였지만,
그마저 가감없이 이해하기엔
쉽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문화적 갭도 간접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에피소드라면,
입원실과 영안실만 있는 보통의 병원 안에
임종실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이는 처음 알았던 부분인데,
그 몇 안되는 병원 중에 평소 자주 방문하는
병원이 들어있다는 그 부분도
나름 개인적으론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됐던 사실.
그곳에서 일하는 호스피스들의 거룩해보이는 의미까지도.
책의 후반부쯤엔 이런 분위기들과는 다른
임종 직전 마주하게 된 형제이야기가 실려있다.
죽어가면서 동생과 얽힌 일들로 억울해하던
형의 동생을 향한 깊은 배신감.
그러다 자신을 찾아온 병실 안 동생과의 재회.
그러나, 그 상황속에서 해피한 드라마같은 결말은 없다.
동생에게 형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원망과 바램을 담은 한마디를 했고,
동생은 그에 대해 한마디 답변이나 사과없었고
그런 형에게서 다시 멀리 떨어져
형의 죽음을 약간 보필하는 정도에서 멈춰서 끝났다.
이 이야기는 많은 실제 죽음 속 현장모습 중 하나.
이 이야기와는 달리, 당연 죽어야 할 상태의 한 환자가
몇일 동안 생존하다 자신의 부인이 오자
바로 심장이 멈췄다는 영혼이 존재하는 듯한
사례처럼 등장시킨 이야기는
또다른 감동과 불가사의처럼 기억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죽음을 도피처럼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의 자살에 대한 나름의 정의가
실로 안타깝다고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좀더 명확한 정의가
사회적으로 교육되고 받아들여진다면
그러지 않았을 결심이라고
애써 애둘러 설명해주고 싶어하는 듯 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죽음을 경외시한 삶도 돌아보면서
평소의 여러 모습도 돌아보게 할
각자의 이유나 여유를 부여받을 지 모른다.
각자 현재의 전환점이 되어 줄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그 주제 때문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