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이 즐거운 92세 총무과장 - 66년째 한 회사,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총무과장
다마키 야스코 지음, 박재영 옮김 / 센시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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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현역, 여성, 최고령 총무과장.

그냥 듣기에는 여성, 총무과장이란 단어보다

92세란 단어에서 연상되는게 더 많을 수 있다.

흔히,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에게서 들으려는 건

대부분 경험과 통찰이지 않을까.

'관조'하듯 느긋하고 여유도 있고

살아온 인생의 기간만큼 '통달'해 

많은 것에 적절한 답을 내주는 이로써,

고령의 긍정적 단면을 상상하고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 그런거.


우선, 이 책은 92세 할머니의 

자전적 삶의 에세이가 주가 아니다.

정확히는, 자기계발서이며 직장인으로써의 노하우가 담겼다.

나이를 감안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오히려 중간 관리자들이 할 수 있는 류의 말들과

30~40대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연령대 직장인이

업무상 겪은 걸 가볍게 정리한 책이라고도 보일 정도다.

그정도로, 저자가 살아온 시대나 나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고

직무를 떠나 실용적 측면이 강조된 조언들이 심플하게 담겨 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등도 없다.


같이 사는 여동생이 자신의 식사를 챙겨주고

자신은 가장으로써 생활비를 벌어다 준다.

몇십년째 아침마다 30분 모닝루틴의 

요가를 빼먹지 않고 살고 있으며,

반야심경을 읊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BMW를 타고 출근 하는 일상.

여기서의 BMW란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

반대로 퇴근할 땐? 역순으로 WMB를 탄다고 말하는 그녀.

이정도가 개인적 이야기의 전부.

대부분 내용엔 총무과장으로써의 인생관이 담겼다.


지금의 회사에 정착하기 전,

3년간 보험회사를 다니다 그만뒀었고

이후 들어간 방적회사는 합병으로 인한 이전으로

출퇴근 거리상 계속 다닐 수 없었다던 저자.

생계를 어릴때부터 짊어졌기에 일은 해야했지만

젊은 시절 그녀에게도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던 일에선

하기 싫었고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도 전한다.

그러다,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친척이 배부른 소리 한다며 꾸짖는 말에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차리듯 계속 다닌 직장이 지금의 일이 됐다.


거의 일적인 이야기로만 구성된 책이기에

개인적인 사담은 거의 없는데,

근속 중인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는 좀더 들려준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여겨지던 일들이

본인에게 쏠리는 것에 견디기 어려웠다는 회상.

사무직인데 직원들의 식사도 준비했어야 됐다는 걸 보면,

직급과 업무에 상관없이 필요한 일을

누군가는 해야하던 시기에 회사 초년생으로써 근무하며

자질구래한 일이 매우 많던 환경 같았다.

그런 환경에서 젊었던 그때 그녀의 선택은,

내 일이 아니야에서 구성원으로써 소속감을 부여하고

작게 나뉜 책임감을 따지기 보다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가치를 스스로 두기 시작한게

지금의 92세 최고령 총무과장이란 타이틀을 만들어 낸거 같았다.


지나온 인생을 빨리 돌려볼 수 있다면  

세월의 큰 변화들과 맞물려 있어 보인는 순간들도 보인다.

수기로 작성하던 모든 것들이 전산화 되어가고

50대가 되어 배워야 했던 컴퓨터의 등장,

인터넷과 컴퓨터가 일상이 되기 시작하던 시기.

그 시간들 속에서 망설여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배워가는게 재밌었다는 능동적 자세의 모습은 교훈적이었고.


일 얘기가 가장 많았지만 삶 자체나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조금 다른 발상이자 좋았던 일화로는

개근에 대한 의무감이 사라졌을 때의 회고.

원체, 좋은 시작과 마무리를 중시하는 습성이 있어서

회사에서 장려하던 개근제도 또한 스스로에겐

자연스레 따라야 했던 습관같은 제도였다.

그러다, 개근을 의무화 하던 내규가 없어졌을 때

오히려 그런 변화를 반길수 있었다던 이야기였다.

피치못한 일로 인해서는 결근할 수도 있단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근 자체를 위해 출근하고 나와있는 건 

과연 어떤 결과를 낼까라는 작은 질문.

본인에게도 마이너스고 코로나 시대를 겪은 이후엔 더욱

주변 동료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도 해봤다는.

어지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일이 아닌 쉼을 얘기도 한다.

잘 쉴 수 있는게 잘 일하는 것이라는 조언.

집중력이 떨어지면 잠을 더 자려해야 하고

컨디션이 안좋다면 식사의 질을 높이려 해야 한다는 정도의 조언.

별거 아닌 듯한 내용이 의미있게 들릴 수 있는 건

이 쉬운 것도 못하는 스스로를 알고

그걸 지속적으로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쉬운게 마냥 쉽게만 느껴지 않는다는 반증 같기도 했다.


늘어지는 대목이 없고 모두 깔끔하고 잘 와닿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이를 떠나서 그냥

누군가가 들려주는 좋은 얘기로써 들어 본다면

저자의 92세란 나이 자체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고 

귀담아 들어둘 좋은 내용들이 더 와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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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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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6.25 한국전쟁이 있은지 채 80년이 안됐다.

까마득히 옛날일 같은 임진왜란 같은 전쟁마저도

채 500년도 안 지났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100년 단위 쯤으로 되집어 보는 시간계산이란게 

어느 정도가 긴거고 짧은 것인지 가늠키 어렵다.


74년 정도 과거가 된 6.25 전쟁.

그때 일부러 한국을 찾아온 종군기자들 중에 

이 책 저자 마가렛 히긴스도 있었다.

궁금해 찾아보니, 이후 베트남전 취재로 얻은 풍토병으로 

50이 안된 나이로 안타깝게 사망한 기자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기자 중 한명이면서

직접 보고 느낀 바들로만 남긴 이 한국전쟁의 기록.

그렇게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기자로써 그녀 자체를 기리기 위해 

이번에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된 건 아닌거 같다.

지나간 역사를 타국민의 시선으로 균형있게 기록해 냈고

당시 주요인물들과 근접 거리에서 관찰하며 기록할 수 있었던 

그녀의 기억을 한국역자가 발굴해 

재소개하고자 노력한 귀한 의도의 책이라 보여진다.


역자는 말한다, 

이 책은 맥아더로 시작되고 끝났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맥아더 장군 중심으로 기록된 것들이 많다고.

그런 사실도 결국 중요한 부분 중 하나겠지만

이 책으로 인해 사실을 사실로 접해볼 수 있게된 그 자체,

그 자체를 매우 소중히 간직해야 되지 않을까.

거기에 추가적으로, 맥아더 장군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면서 진실에 더 가까운 기록들을 

종군기자 히긴스의 기억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란 점이 

과거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에겐 또다른 가치라 할만 하겠다.


책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당시 전쟁기간 중 한국의 실제 모습,

미국참전을 중심으로 본 국제정세 속 한국,

중공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본연의 심리전술.


거기에, 부록처럼 실린 전쟁당시

주요인물 7명과의 인터뷰 또한 너무 귀중한 사료다.


먼저, 맥아더에 대한 히긴스의 인물평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미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접했던 맥아더의 인물평들은

그의 전공이나 활약상에 비해 매우 반하는 것들이 많았다.

매우 나르시스트적이고 사관생도 시절부터 그랬다는 등의 얘기들.

심지어, 당시 대통령 중 1명인 트루먼 또한

맥아더 장군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며 강등시켰고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지 않았으니까.

군경력으론 후배격인 아이젠하워 대통령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히긴스가 대화해보고 지켜본 

맥아더의 실제 모습은 세간에 알려진 평과는 확연히 달랐다.

매우 섬세하고 신중하며 자기 잘난맛에 사는 

인물과의 행동과는 모든게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를 폄하하는 이들의 실상들이

맥아더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그 모습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자이기에 단순히 그를 팩트전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왜 맥아더가 그런 평을 들었는지에 대한 견해를 실어놓았다.


기자들에겐 직업상 당사자를 만나 취재와 인터뷰를 해야하는데

맥아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피하듯 느껴지고 직접적인 접촉이 없으니

추측에 의해 맥아더란 인물평을 하게 되고,

결국 그의 처신을 부정적으로 본 기자들을 양산하게 됐다는 것.

이런 앞뒤 상황은 이해당사자가 아니면 사실 

전달하기도 이해해 보니도 어려울 내용들이다.

이런 기록이라도 남겨놨기에 

다른 판단이 가능하단 사실도 귀했지만,

전쟁 지휘관의 특성상 브리핑하듯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그 자체가

전군을 통솔하는 맥아더의 위치에서 

당연 불가능했을거란 쪽에 더 공감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헤아려주는 아군같은 지지자들 보다는

자신을 싫어하는 이들에 의해 끌어 내려지게 됐으니,

그의 운명을 결정한 사람들은 결국 반대쪽에 선 사람들이었고

그들과의 정치싸움에선 패장이 된 명장 맥아더의 뒤안길은 

한마디로 형언하기 힘든 딜레마적인 부분들.

맥아더 장군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밴 플리트 장군같은 혁혁한 공로자의 활약과

당시 역할을 알게 된 것도 귀한 자료였다.


전쟁 막바지, 맥아더와 한국의 반대편에 선 듯한

트루먼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모습들,

휴전에 반하는 본인 뜻의 강경함을 증명하기 위해

37000명의 반공포로 중 27000명을 석방해 버린 이승만의 판단,

이런 사실들에선 한마디로 옳고 그름을 되집어 보긴 어려웠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의 결정은 세계를 놀래키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잡아들인 공산주의 브레인들을

3만명 가까이나 풀어놔준 꼴이 되버렸으니 말이다.


전쟁을 당시에 종식시켰어야 된다는 판단,

지속하기엔 변수가 많다는 판단.

이 둘은 이 책 후반부로 갈수록 큰 화두였다.


당시 미국 입장에선 휴전이 옳았을거다.

미국인 입장에서 자국의 희생을 당연시 하고

확전으로 인한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망상으로 치부하면서

한국을 위해 전쟁을 어떻게든 승리로 끝을 맺자고 

움직여야 했던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어서.

그러나, 양비론이나 회색지대적인 생각 대신

책의 주요내용을 골자로 당시를 판단해 본다면

휴전 아닌 전쟁 종식이 힘들었겠지만 맞았을거라 본다.


첫째, 사상자를 줄였기 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나게 했고,

둘째, 소련과 중국을 대적하는 확전을 염려하기 보다는

스탈린의 사망을 호재로 평가하면서 확전되듯 보이더라도,

소련은 결국 전쟁상황을 가만히 관망하기만 했었을 거란 당시 판단,

셋째, 중공 내부의 나름 큰 규모였던 자유군과 연계,

넷째, 중공 해안봉쇄로 확전차단 등

확전이 아닌 종전이 가능했을 이유들에

더 인정되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히긴스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전쟁의 다양한 기억들 중엔,

죽음을 앞두고 공포보단 놀람의 표정이었다던 전쟁초기 죽은 자들,

왜 싸워야 하는지와 당연히 싸워야지로 말씨름 하던 

2명의 부상명들이 차에서 내렸을 땐

둘다 사망해 실려 내려가더라는 기억,

인천상륙작전으로 들어가던 길목에서 

의연하게 미군들을 위해 종을 울리던 4명의 한국인들,

지나치게 넘치는 자신감의 중간 지휘관이었지만

자신의 작전상 실수를 인정하더란 솔직한 모습,

대구 저지선이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기록 등

후대 역사가들이 전할 수 없는 당시의 생생함이

고맙게도 너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사실, 책의 본문을 읽기 전 이미, 

마가렛 히긴스의 짧은 머릿말을 읽으며 

전율이 흐른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경험한거 같았다.

별거도 아닌 말들, 단순한 말들 뿐이었는데도 이미 그랬다.

짧은 글들이지만, 당시 히긴스가 

자신의 글을 손보던 책상 불빛아래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기록이라 표현했고, 배운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려 썼다는 기록뿐이었는데 말이다.


솔직함과 사실이 주는 경고 그 자체...


또하나, 강만수 전 장관의 추천사도 있다.

이태극 시인의 시를 인용한 글에서,

은혜를 아는자 분이요, 은혜를 기억하는 자 사람,

은혜를 잊은자 놈이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 새끼라 했는데,

은혜를 갚지는 못해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뜻이었다.


현재에 감사하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신을 위해.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히긴스의 전쟁기록을 보며는 느낀다.

그리고 미안하다. 역사를 자주 잊고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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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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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느 정도 읽어 냈을 때,

이 책을 잘 소화해 내기엔 역부족임을 느꼈다.

그럼에도, 좋은 책인데 일반적이지 않아 더 좋았던 내용들.


저자 이한우가 쓴 좀더 평범한 책들 몇권과

그의 '논어로 논어를 풀다'를 읽어 봤는데,

내 수준에선 가장 와닿는게 컸던 책은 이 책이다.

생활인의 눈으로 담기에 실용적인게 많았고

직관적인 설명과 해석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아,

지금의 감성으로 읽어 나가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심리학이나 약간의 사주공부를 했었을 때

이해 안되던 어떤 간극은 이 책이 힌트도 돼 주었다.


도입부분에선 일반 중국 고서들 느낌처럼

어느정도 두리뭉실하게 다가오는 내용들도 있지만,

한글과 원문내용이 잘 매칭되기 시작하는

1, 2장으로 이어지는 내용부터는, 

주어진 항목별로 순서적으로 내용들을 읽으며 

점차 쌓아가는 맛이 좋았다.


1장은 '9가지 징후'라하여 목화토금수로 재주와 기질을 나눴고,

2장은 성격에 따른 구별로 훨씬 세분화 된 성정을 다룬다.

1장, 2장이 가장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지만

전체적으론 모두 하나의 스토리처럼 연결돼 있다.

전체 12장 중, 3장과 8장은 쉬운 편에 속하는데

다루는 내용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읽으며 정리할 부분도 적은 편이다.

요즘 잘 쓰이는 영재라는 표현도 

8장에서처럼 영과 웅으로 나눠

영재와 웅재로 본다면 더 쉽게 

자질별로 이해해 볼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재는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특출난 인재고,

웅재는 실행력을 갖춘 인재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8장.

거기에, 고서임에도 모든 부분에서 예외를 등한시하지 않았다.

아님 고서라서 더 예외를 본론처럼 중요시 다뤘는지도 모르고.

영재에겐 웅재의 기질이 있어야 옳게 발휘될 수 있다는 참된 조언.


1장은 목화토금수로 나눈 5형태의 사물 구분이 등장한다.

한의학과 명리학에서 등장하는 5행 같기도 했지만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이 이 책에선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놨다.

정확히는 인물지를 그 옛날 평역한 유소의 의견과

이를 다시 손본 역자 이한우의 실력덕일 테지만.


목은 나무처럼 그늘을,

화는 태양빛처럼 퍼지는 기운을,

수는 드러나지 않는 순한 지혜를

금은 결단성이 강조된 실행력을,

토는 만물의 근본이 되는 베이스가 주다.


이 5가지를 인물지 안에서는 

재주와 기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봤다.

그리고 이 지표들이 바르게 발휘되지 않을 때

부작용처럼 드러나는 모습들도 첨부됐다.


잘못된 목의 기운은 나약하고 비굴해지며,

펼치지 않은 화의 기운은 엉겨버리며,

엄하지 못한 토의 기운은 업신여겨지고,

내실 없는 금의 기운은 잔인해지며,

공손하지 않은 수의 기운은 도리를 져버린다.


정과 반의 이치에 들어맞는 해석들 같다.


책전체 내용을 원문과 상관없이

훨씬 눈에 보기 좋게 편집하고

도표 등으로 비교 대조까지 쓰게 된다면,

아마 책분량이 몇곱절은 늘어날 수 있을

깊고 많은 내용들이 인물지였다.


예전에, 주역을 공부처럼 읽게 됐을 때

나랑은 잘 안맞는 공부란 생각을 했었다.

음미하고 재해석 해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데

한자능력은 딸려 정밀하게 읽어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재미도 있었고 좋은 책임은 기억한다.

위편삼절이란 고사도, 

주역에 빠진 공자의 사례에서 왔다는데

그시절 나에겐 중국고서들에 대해

그 정도의 의지는 없던 듯도 싶다.


인물지란 책은, 기존 알고 있던 

기전 중국고서들에 비해 다른 감흥을 남겼다.

옛날 책이라기엔 시대를 뛰어넘을만한 공감대가 많았고

함축적이지만 세세하기까지한 정밀한 내용들이기에

세월이 무시되고 공유되는 인문학 특유의 느낌도 컸다.

다른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목화토금수 설명에 관해

현대적인 시각을 가져볼 수 있었음도 매우 좋았다.

이 책이 말하는 5가지 물질적 정의로 인해 배움이 컸다.

왜냐면 간단하면서 옳은 전개와 마무리가 전달되니까.

사물을 사람을 목화토금수로 나누는

동양학의 가장 기본적 이론은 나겐 항상 겉돌았다.

사람과 사물을 수와 불까지는 매칭시켜 보겠는데

토나 목, 금의 해석은 추상적이고 저마다 써내는 소설 같았다.

사람에 한해서 만큼는, 목화토금수의 분류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다 타당해 보였다.

억지스럽지 않고 해석자체가 용이한 서술이었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2명의 딸을 보내며

그 둘을 어떻게 데리고 사는지 관찰함으로써

순의 인물됨을 평가했다는 단편적 이야기에서는,

달라진 시대상도 느껴볼 수 있었고.


고전 심리학책 같기도 했던 이 책은,

중국식 인간관계론 중 하나인 후흑학이 70점이라면

인물지엔 100점을 줘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앞이 야사개념 같았다면 후자는 정사 같았으니까.

참고로, 남회근의 회고에서 

친분이 있던 후흑학의 창시자 이종오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도 새삼 떠오른다.


중국고서들 안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배울 점을 찾고 싶다면,

논어, 맹자보다 오히려 이 인물지가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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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조절하는 뇌 흔들리고 회복하는 뇌 - 조절 능력·정서 지능으로 키우는 ‘공부 뇌’ 발달 골든타임 육아
김붕년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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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반복 언급되는 연령대는 0~3세, 4~7세다.

취학연령을 기준으로 봤을 때 7세 전후의 시기는 

가감되어 앞뒤로 고려될 수도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물리적인 시기때 나이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평생 살아가는 행태를 결정지을 뇌의 성장시기이기 때문이다.

학습에서건, 대인관계에서건, 자아적인 측면에서건.


많이 반복되는 개념엔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이 있다.

이 둘은 한쌍처럼 작용하는 뇌신경체계로

어느 것을 우위에 두고 발달시키겠다거나

또는 어느 것은 도태시키려 해선 안되는 한쌍이다.

어느 한쪽이 우세했을 때 강점을 띄게되는 

그런 둘의 관계가 아니란 거다.

활동과 자제, 이 두가지 성향 모두를 

적재적시에 끄집어낸다는 건 어느 하나의 

우위와 사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둘 모두가 건강하게 성장되 있어야 하고, 

그런 성장은 어린시절 뇌의 주요 발달시기에

바람직하게 이루었을 때서야 알아서

정상작동 되는 스위치가 되어준다.


이 뉴런 2개가 잘 발달되려면 필요한게 있다.

잘 놀고, 잘 관찰되어지고, 잘 받아들여져야 한다.

예로써 등장한 실험 안에선 어른들이 감당못할 

이 시기 아이들의 하루평균 활동량이 소개되어 있다.

실내에서만 하루 거의 6~10km의 활동을 한다고 한다.

성인 기준이라면 힘들게 뛰는 아침 달리기 정도일 수 있지만

아이의 몸, 아이의 나이로만 봤을 때

이만큼의 활동량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동시에, 왜 아이들과 같이 호흡을 맞춰주며

놀아주는 어른들이 지나치게 지치는지

수치적으로도 이해해 볼수있는 내용이 된다.

실험결과 소개전 이 내용이 먼저 등장했던 이유는,

한없이 들뛰듯 놀던 아이들에게 어느순간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가만히 있을 원칙을 부여했을 때

아이들이 보인 반응 때문인데,

성장기에 걸맞는 신체적 에너지 발산이 원활했던 아이들일수록

더 가만히 있을수도 있고 더 집중도 잘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어른의 시선으로만 보고자 했다면 의외일 수 있는 사례들은,

이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것들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들이 많다.


대개, 여아보다 남아의 말문 트는 시기가 조금은 늦다고 설명되는데

늦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판단을 저자쪽에서 물어온다.

말문이 늦은 아이는 과연 손해일까란.

이런 아이들은 의사전달이 어렵다는 사실로 인해

가장 불편해 지는건 부모가 아닌 본인 자신이기에,

무언가 요구할 것은 당연히 있을텐데 그 욕구관철을 위해선

상대의 반응에 민감해지고 의사전달은 하고픈 노력이 따른다.

이를 위해 상대 반응을 더 잘 캐치하고자 노력하게 된다거나,

교감이 성공했을 땐 더 큰 성취감을 느끼게도 된다.

부모 또한 좀더 칭찬과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늦은 시작이라도 남다른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0~7세까지의 발달과정을 주로 의학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이때의 뇌 성장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게 주요결론이다.

어릴적 뇌의 성장은 성인이 되어가며 보여주는 

잠재적 능력치이자 바로미터가 된다.


MBTI란 도구가 몇년새 참 널리 알려졌다.

그중, 내향적이냐 외향적이냐는 요소는

다른 3가지 측정요소에 비해

스스로 답변하기가 편한 항목이라 생각했다.

헌데, 책에선 외향과 내향을 설명함에 있어

성격을 말하는 기질은 맞다는 설명과 함께,

외향성은 사람과 잘 어울리는 기질을 말하거나

내향성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걸 말하는게

아니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외향과 내향의 판단 기준은,

에너지를 얻는 활동이 또래와의 놀이나 외부 활동에 있어

이를 통해 발산하며 에너지를 얻는다면 그게 외향성,

반대로 에너지를 얻는 활동이, 공상, 독서, 홀로 고민해결 같은

내면의 활동이고 이를 더 잘하고 즐길수도 있다면 

이럴 때 내향성으로 본다고 정의했다.

여기에서 하나 더 조언이 등장한다.

외향적 아이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내향적 아이가 교우관계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사실.

이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던 건,

외향적 아이가 소통을 못한다면

본래의 외향적 성향을 발휘 못하고 내향인처럼 살수도 있을 거고, 

활발한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내향적이라고 말하는게

이런 측면에선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겠단 공감과

감정을 표현하는 연예인이기에 자신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스스로를 표현한 것일 수 있었겠단 추측.


아이를 위한 책이건만,

읽는 어른에게도 귀감이 되어주는 책 같다.

아이 입장에서는 책을 직접 읽은 자신의 보호자를

귀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등대같은 책 같고.

책내용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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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 닥터 유스케의 마음 처방전
스즈키 유스케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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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만 7장이란 사실부터 특별했던 책.

이런 식의 책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예상 외로 긴 이 머릿말 길이에 상관없이, 

그냥 읽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본문까지 왔나 싶어 혹시나 되돌아 갔다가

그때까지가 다 머릿말이었단 게 사실 놀라웠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 긴 머릿말엔 너무 좋은 메세지들이

한권의 책처럼 함축적으로 담겨있다는 부분이다.

몇번 더 다시 읽게 됐을 때, 

아마 처음과는 다른 느낌으로

또다른 영감을 줄 듯한 정리였다.


저자는 내과 의사이면서 심료내과의다.


심료내과.

한국엔 없는 진료과 이름이다.

이 심료내과란 곳은 일반적인 내과 진료가 아닌, 

심리부분과 내과증상을 연결해 진료한다고 한다.

정신과와 내과, 2개의 진료를 마치 한명의 의사가 

협진하듯 본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도 싶던 부분.


이 책은 다른 책에 없는 장점이 뚜렷한데,

그건 모호한 느낌의 무언가를 저자가 딱 집어내

분명한 표현으로 쉽게 설명해 낸다는 점이다.

번아웃을 예로 든다면.

이런게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와닿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방전된듯 지쳐있다는 한마디로

번아웃의 전후사정을 정리하는 건 부족하니까.

번아웃이란 표현이 책 안에서 한번도 등장하진 않지만,

어느 책보다도 번아웃이란게 무엇일지

문맥상 짐작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설명들이 들어있다.

심리적 경계를 설명할 때 타인과 자신의 관계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아예 경계가 없거나, 

중간 정도 또는 너무 철통같은 경우로 나누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 심리적 경계, 이게 없을 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생 전반을 걸쳐 자신을 스스로 방어해 내지 못해 

결국 외부환경에서 스스로 보호하지 못한다.

경계가 없다는 건 경계 자체의 무(無)를 말함이 아니다.

경계란 게 있다는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며

있어도 밀리거나 도리어 상대쪽으로 넘기도 하는 그런 경계일 뿐.

나의 일도 내 일이고, 상대방의 일도 마치 나의 일 같다.

그랬을 때, 상대가 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늘어난 일들을 알게 모르게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힘에 부치는 무력감이 찾아오고

그런 애씀은 도리어 분노의 축적과 무기력의 반복으로 되풀이 된다. 

심하면 모든 것을 내팽겨치듯

인생 자체를 놔 버리는 순간도 올 수 있다는 것.

이걸 책에선 이걸 번아웃이라 표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 보다 번아웃의 실사례처럼

황적으로 이해되는 면이 매우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이렇듯, 자신의 경계가 없다는 건 결국 모두 자기 탓일까?

책은 대강 7:3 정도로 타인과 본인의 비중으로 보는 듯 했다.

직장이나 가족 내에서 상대적으로 익숙해져 버린 

무의식적인 자신의 역할극처럼 굳어진 내적특성.

보통, 경계성 성격장애를 말할 때 쓰는 '경계성'이란 단어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상태,

그 오르내림의 경계를 'border'로 표현하는데

여기서의 경계도 border의 뜻과 유사하지만

정립된 자신의 주장을 갖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너무 이타적인 사람이 가진 

모호한 심리장벽 정도로 해석하는게 맞을거 같다.


책제목 '참고 살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란 뜻은 결국

스스로 탈출하지 않은 비이성적인 이타성의 고수다.

그런 이타성이 저마다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수 있다는 

경고를 시그널처럼 이해시키는 내용이 많다.

10단계로 셀프 측정을 해보는 부분도 있는데,

경계선의 견고성 테스트인 이 부분엔

10단계의 경우 너무 완고함이 지나쳐

강박적이고 고집불통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책 자체가 심리적 경계선이 

모호한 이들을 위한 이해 위주의 내용을 정리했기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 자체는 권고되는 단계가 아닌

경계의 명목적 구분 정도로 이해되던 부분이었다.


의사이기에 의학적 지식으로 정리하고 싶거나

그렇게 흘러버리는 설명도 있을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거의 눈에 안 띈다는게 신기했다.

의사이지만 마치 일반인의 시선으로 세상 속 관계를

설명해보는 느낌마저 드는 부분이 많았다.


본인의 판단만으론 불분명하고 부족하다고 느꼈거나

여러 명의 의견을 모으듯 자신의 위치나 심리를

어떤 식으로든 한번 재정립 해보고 싶었다면,

이 책이 상당부분 영감처럼 도움을 줄게 많을 것이다.

저자의 머릿말 중에 자신이 직접한 정리로써

본인의 인생을 두서있게 정리해 봤을 때, 

비로써 진짜 쓸 수 있는 힘이 자존감이란 표현이 있다. 

그 말뜻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일독을 권해도 될 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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