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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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느 정도 읽어 냈을 때,

이 책을 잘 소화해 내기엔 역부족임을 느꼈다.

그럼에도, 좋은 책인데 일반적이지 않아 더 좋았던 내용들.


저자 이한우가 쓴 좀더 평범한 책들 몇권과

그의 '논어로 논어를 풀다'를 읽어 봤는데,

내 수준에선 가장 와닿는게 컸던 책은 이 책이다.

생활인의 눈으로 담기에 실용적인게 많았고

직관적인 설명과 해석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아,

지금의 감성으로 읽어 나가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심리학이나 약간의 사주공부를 했었을 때

이해 안되던 어떤 간극은 이 책이 힌트도 돼 주었다.


도입부분에선 일반 중국 고서들 느낌처럼

어느정도 두리뭉실하게 다가오는 내용들도 있지만,

한글과 원문내용이 잘 매칭되기 시작하는

1, 2장으로 이어지는 내용부터는, 

주어진 항목별로 순서적으로 내용들을 읽으며 

점차 쌓아가는 맛이 좋았다.


1장은 '9가지 징후'라하여 목화토금수로 재주와 기질을 나눴고,

2장은 성격에 따른 구별로 훨씬 세분화 된 성정을 다룬다.

1장, 2장이 가장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지만

전체적으론 모두 하나의 스토리처럼 연결돼 있다.

전체 12장 중, 3장과 8장은 쉬운 편에 속하는데

다루는 내용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읽으며 정리할 부분도 적은 편이다.

요즘 잘 쓰이는 영재라는 표현도 

8장에서처럼 영과 웅으로 나눠

영재와 웅재로 본다면 더 쉽게 

자질별로 이해해 볼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재는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특출난 인재고,

웅재는 실행력을 갖춘 인재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8장.

거기에, 고서임에도 모든 부분에서 예외를 등한시하지 않았다.

아님 고서라서 더 예외를 본론처럼 중요시 다뤘는지도 모르고.

영재에겐 웅재의 기질이 있어야 옳게 발휘될 수 있다는 참된 조언.


1장은 목화토금수로 나눈 5형태의 사물 구분이 등장한다.

한의학과 명리학에서 등장하는 5행 같기도 했지만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이 이 책에선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놨다.

정확히는 인물지를 그 옛날 평역한 유소의 의견과

이를 다시 손본 역자 이한우의 실력덕일 테지만.


목은 나무처럼 그늘을,

화는 태양빛처럼 퍼지는 기운을,

수는 드러나지 않는 순한 지혜를

금은 결단성이 강조된 실행력을,

토는 만물의 근본이 되는 베이스가 주다.


이 5가지를 인물지 안에서는 

재주와 기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봤다.

그리고 이 지표들이 바르게 발휘되지 않을 때

부작용처럼 드러나는 모습들도 첨부됐다.


잘못된 목의 기운은 나약하고 비굴해지며,

펼치지 않은 화의 기운은 엉겨버리며,

엄하지 못한 토의 기운은 업신여겨지고,

내실 없는 금의 기운은 잔인해지며,

공손하지 않은 수의 기운은 도리를 져버린다.


정과 반의 이치에 들어맞는 해석들 같다.


책전체 내용을 원문과 상관없이

훨씬 눈에 보기 좋게 편집하고

도표 등으로 비교 대조까지 쓰게 된다면,

아마 책분량이 몇곱절은 늘어날 수 있을

깊고 많은 내용들이 인물지였다.


예전에, 주역을 공부처럼 읽게 됐을 때

나랑은 잘 안맞는 공부란 생각을 했었다.

음미하고 재해석 해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데

한자능력은 딸려 정밀하게 읽어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재미도 있었고 좋은 책임은 기억한다.

위편삼절이란 고사도, 

주역에 빠진 공자의 사례에서 왔다는데

그시절 나에겐 중국고서들에 대해

그 정도의 의지는 없던 듯도 싶다.


인물지란 책은, 기존 알고 있던 

기전 중국고서들에 비해 다른 감흥을 남겼다.

옛날 책이라기엔 시대를 뛰어넘을만한 공감대가 많았고

함축적이지만 세세하기까지한 정밀한 내용들이기에

세월이 무시되고 공유되는 인문학 특유의 느낌도 컸다.

다른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목화토금수 설명에 관해

현대적인 시각을 가져볼 수 있었음도 매우 좋았다.

이 책이 말하는 5가지 물질적 정의로 인해 배움이 컸다.

왜냐면 간단하면서 옳은 전개와 마무리가 전달되니까.

사물을 사람을 목화토금수로 나누는

동양학의 가장 기본적 이론은 나겐 항상 겉돌았다.

사람과 사물을 수와 불까지는 매칭시켜 보겠는데

토나 목, 금의 해석은 추상적이고 저마다 써내는 소설 같았다.

사람에 한해서 만큼는, 목화토금수의 분류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다 타당해 보였다.

억지스럽지 않고 해석자체가 용이한 서술이었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2명의 딸을 보내며

그 둘을 어떻게 데리고 사는지 관찰함으로써

순의 인물됨을 평가했다는 단편적 이야기에서는,

달라진 시대상도 느껴볼 수 있었고.


고전 심리학책 같기도 했던 이 책은,

중국식 인간관계론 중 하나인 후흑학이 70점이라면

인물지엔 100점을 줘야하지 않을까도 싶다.

앞이 야사개념 같았다면 후자는 정사 같았으니까.

참고로, 남회근의 회고에서 

친분이 있던 후흑학의 창시자 이종오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도 새삼 떠오른다.


중국고서들 안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배울 점을 찾고 싶다면,

논어, 맹자보다 오히려 이 인물지가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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