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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 닥터 유스케의 마음 처방전
스즈키 유스케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23년 6월
평점 :

머릿말만 7장이란 사실부터 특별했던 책.
이런 식의 책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예상 외로 긴 이 머릿말 길이에 상관없이,
그냥 읽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본문까지 왔나 싶어 혹시나 되돌아 갔다가
그때까지가 다 머릿말이었단 게 사실 놀라웠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 긴 머릿말엔 너무 좋은 메세지들이
한권의 책처럼 함축적으로 담겨있다는 부분이다.
몇번 더 다시 읽게 됐을 때,
아마 처음과는 다른 느낌으로
또다른 영감을 줄 듯한 정리였다.
저자는 내과 의사이면서 심료내과의다.
심료내과.
한국엔 없는 진료과 이름이다.
이 심료내과란 곳은 일반적인 내과 진료가 아닌,
심리부분과 내과증상을 연결해 진료한다고 한다.
정신과와 내과, 2개의 진료를 마치 한명의 의사가
협진하듯 본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도 싶던 부분.
이 책은 다른 책에 없는 장점이 뚜렷한데,
그건 모호한 느낌의 무언가를 저자가 딱 집어내
분명한 표현으로 쉽게 설명해 낸다는 점이다.
번아웃을 예로 든다면.
이런게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와닿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방전된듯 지쳐있다는 한마디로
번아웃의 전후사정을 정리하는 건 부족하니까.
번아웃이란 표현이 책 안에서 한번도 등장하진 않지만,
어느 책보다도 번아웃이란게 무엇일지
문맥상 짐작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설명들이 들어있다.
심리적 경계를 설명할 때 타인과 자신의 관계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아예 경계가 없거나,
중간 정도 또는 너무 철통같은 경우로 나누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 심리적 경계, 이게 없을 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생 전반을 걸쳐 자신을 스스로 방어해 내지 못해
결국 외부환경에서 스스로 보호하지 못한다.
경계가 없다는 건 경계 자체의 무(無)를 말함이 아니다.
경계란 게 있다는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며
있어도 밀리거나 도리어 상대쪽으로 넘기도 하는 그런 경계일 뿐.
나의 일도 내 일이고, 상대방의 일도 마치 나의 일 같다.
그랬을 때, 상대가 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늘어난 일들을 알게 모르게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힘에 부치는 무력감이 찾아오고
그런 애씀은 도리어 분노의 축적과 무기력의 반복으로 되풀이 된다.
심하면 모든 것을 내팽겨치듯
인생 자체를 놔 버리는 순간도 올 수 있다는 것.
이걸 책에선 이걸 번아웃이라 표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 보다 번아웃의 실사례처럼
황적으로 이해되는 면이 매우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이렇듯, 자신의 경계가 없다는 건 결국 모두 자기 탓일까?
책은 대강 7:3 정도로 타인과 본인의 비중으로 보는 듯 했다.
직장이나 가족 내에서 상대적으로 익숙해져 버린
무의식적인 자신의 역할극처럼 굳어진 내적특성.
보통, 경계성 성격장애를 말할 때 쓰는 '경계성'이란 단어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상태,
그 오르내림의 경계를 'border'로 표현하는데
여기서의 경계도 border의 뜻과 유사하지만
정립된 자신의 주장을 갖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너무 이타적인 사람이 가진
모호한 심리장벽 정도로 해석하는게 맞을거 같다.
책제목 '참고 살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란 뜻은 결국
스스로 탈출하지 않은 비이성적인 이타성의 고수다.
그런 이타성이 저마다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수 있다는
경고를 시그널처럼 이해시키는 내용이 많다.
10단계로 셀프 측정을 해보는 부분도 있는데,
경계선의 견고성 테스트인 이 부분엔
10단계의 경우 너무 완고함이 지나쳐
강박적이고 고집불통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책 자체가 심리적 경계선이
모호한 이들을 위한 이해 위주의 내용을 정리했기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 자체는 권고되는 단계가 아닌
경계의 명목적 구분 정도로 이해되던 부분이었다.
의사이기에 의학적 지식으로 정리하고 싶거나
그렇게 흘러버리는 설명도 있을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거의 눈에 안 띈다는게 신기했다.
의사이지만 마치 일반인의 시선으로 세상 속 관계를
설명해보는 느낌마저 드는 부분이 많았다.
본인의 판단만으론 불분명하고 부족하다고 느꼈거나
여러 명의 의견을 모으듯 자신의 위치나 심리를
어떤 식으로든 한번 재정립 해보고 싶었다면,
이 책이 상당부분 영감처럼 도움을 줄게 많을 것이다.
저자의 머릿말 중에 자신이 직접한 정리로써
본인의 인생을 두서있게 정리해 봤을 때,
비로써 진짜 쓸 수 있는 힘이 자존감이란 표현이 있다.
그 말뜻에 동의하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일독을 권해도 될 책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