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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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이었음에도 책장을 펼치기까지 

예상보다 꽤 시간이 걸린 책이다.


내용은 방조적이지 않으니 자살에 관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울수 밖에 없겠지만

자살에 관해 통찰하고자 하는 

넓은 범위의 시야를 담은

인문학적 접근이라 보는게 더 맞겠다 생각한다.


전체내용 중 특히 9장을 추천하고 싶은데.

가장 압축돼 있고 핵심적인 내용이랄 수 있어서다.

'무의미 하고도 유의미한 삶'이란 부제가 붙은 

9장의 해당본문 중 일부를 

먼저 인용해 보겠다.


"유의미함이라는 감정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며,

중요한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인간적인 현상으로서 

유의미함을 느끼다는 것은

동시에 그 반대되는 상황, 즉

의미를 상실했을 때

취약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의미함...

의미상실...

취약해 질 수...


이 3개의 단어가 

짧은 문장 안에서 핵심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쭉 읽어가면서는 

한글처럼 읽히는 번역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저자가 아닌 역자부터 찾아보기도 했는데,

일단 스웨덴책이라 스웨덴어 번역이라고 생각됐지만

영어로 1차 가공된 원전을 바탕으로

번역됐을 수도 있겠다도 싶었다.

그러나 그냥 저자의 국적대로 

스웨덴어로 쓰여졌다 할지라도

영어와 스칸디나비아어까지

2개국 언어를 전공한 번역자이기에

원문 텍스트 그대로였더라도 

왠지 번역이 가능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여러 장들 중에 9장을 유독

핵심으로 다루고 싶은 이유라면

다른 장들에서는 

인물이나 자살과 관련된 사상 위주의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게 많은 반면,

9장은 가장 현실적인 주제로

가장 현대적인 시각으로 자살을 다룬다고 느껴져서다.


단어의 정의를 언급하고 

그 정의의 역발상까지도 언급함으로써

독자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넓히고 또 넓혀가는 구조다.


유의미한 삶을 살기 위한 전제란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다는 스스로의 확신이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피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 장은,

90%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답하는 경향을 띄지만

객관적으로 이런 긍정적 답을 한 사람들일지라도

행동만으로 볼 땐 

그리 중요한 것들만을 선택적으로 잘 하며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닥 가치없는 삶을 살면서도

자기최면 식으로 긍정의 자신을 믿는다는 식으로

꼬집는 의미라기 보단,

세상 사람들 모두의 삶 자체가 

의미있는 행위로만 구성돼 있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춘 의미로 풀이한 것이었다.

설사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유의미한 감정을 추출해 내는게 탁월한게

또한 인간이기도 함을 밝히면서.


이어 종교적인 신앙이 존재가능한 이유를 접목하게 되는데

종교에서 의미하는 삶이란

찾을 필요 없는 디폴트적인 것이기에

미리 신이 정해둔 대로 산다는 관점으로

오래 유지되어 온 믿음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독일 단어 중 '게보르펜하이트'란게 있어

('각자의 바램과 관계없이 우린 삶에 내던져 진다')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말하며,

이미 정해지거나 부여된 의미따위는 없다는 이론으로

약간 비튼 결말에 종착하고 있기도 하다.


한번 뿐인 삶은 각자의 책임하일 뿐이라는.


각자 삶에서 느끼는 유의미와 무의미의 일부분은

정신병의 시초로 설명하는 부분에선,

무의미함에서 병이 시작될 수 있다고도 한다.


지난 경험이 흐려지고

이유없다고 느껴지는 게 

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며,

익숙했던 것들이 낮설어지고

이미 알았던 것들임에도 난해해지며

더이상 몸에 각인됐던 규칙들이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

자신이 다른사람과 달라졌다 느끼는 것이 

그 징조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참고로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다.


자명하다 느끼며 살아왔던 것들을

더이상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며 살 수 없어진다면

그로인한 충격이 얼마나 클지 재차 비유하며,

이같은 상황은 더이상 자신의 뇌가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 간추린다.


이는 최종적으론 '망상'으로 가는 단계로써

중요한 것과 무시해도 되는 것을 걸러 줄 

내적 필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음을 의미하며,

여러 사람에게 의미없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라도

자신에게만은 새롭게 무척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며

암시처럼도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완전히 고착되는 단계에 이르면

이상적인 논리를 완전히 받아들여

모호했던 내면 속 많은 것들을

상호연관 시키는데 성공하고 

이를 안도감으로 받아들여

안도하게 되는데 이를 결국 '망상'이라 정의했다.


즉, 주관적인 관점에서

잘못된 진실에 의미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


지엽적인 이론들이지만

결국 자살을 생각해 보는 길잡이로 쓰였으며,

선택하는 것도 선택이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 

이질적이면서 당연한 이 발상의 전환을

자살의 관점을 들여다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단순히 삶이란 

살아볼만한 것이라고 확신을 주려는 의도는 안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것으로써

모든 생물이 가진 것이지

인간 개개인만 가진 걸로 볼 문제가 아니라 말하고 싶어했다.

즉 자연발생적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지구상 모든 생물들 중 하나로써 인간을 봄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러 모습을 이해할 때 만이 

삶의 모든 걸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저자의 지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모두를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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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다 보면 괜찮아지나요? - 나를 지키며 성장하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마음 상담소
황준철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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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버티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까란 질문을 통해

저자는 각자가 희망하지만

결론적으론 부정적인 결론으로 끝날수 있음을 

책의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버티기만 해서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황들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들 속엔

공통된 결론이 등장하진 않고,

모든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란 뜻마냥

각자도생의 능력치 배양뿐임을 자각하게도 한다.


어떤 건 대응하고 부딪혀야 하며

어떤 상황에선 가면을 쓴 듯 

자신에게 해가 도달하지 않게 

자존심이라 착각하지 말고

변신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저자.


애초에 구체적인 답을 얻고자 했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책이 그 답에 근접하게 힌트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기적같은 답을 알려줄 순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듯 하다.

그러므로 넓은 시각에서 읽을 필요도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예상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넓혀줄 수 있을수 있겠다고 느낄 순 있다.


약간은 상반되는 2가지 이야기부터 소개해 본다.


팀장이 된 사람이 자신이 잘하던 실무에선 멀어지고

관리직이 됨으로써 가중됐다고 느끼는 일들에 관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겪는 이야기와,

자신을 궁지로 모는 듯한 상사로 인해 

괴로워하는 직원의 이야기다.


팀장이 된 이는 매일이 고되고 고충이다.

예전엔 자기 일만 잘하면 됐고

전문적인 지식이 자신의 업무에 한하면 됐는데

팀장이 된 이후엔 몇개가 아닌

팀전체 구성원들 각자가 하고 있는 분야들까지

어느정도 총괄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노력이 고역이 됐다.

집에 와서도 회사관련 스트레스가 연장되어

쉬지 못하고 계속 자신을 자극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것을 4가지 정도로 해법을 내놓는데

이를 더 간단히 압축하고자 하는 저자는

못하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밝힐 것과

자신을 일을 의논하고 도와줄 사람을 

찾으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상사가 비협조적이고 괴롭히듯 자신을 대해

직장생활이 괴롭다는 케이스는

언뜻 인간관계로도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그럴 처지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이 사람자체를 싫어하는 윗사람의 태도에

좀더 문제가 있다고 공감해 보면서

어찌됐건 계속 같이 있어야 한다면

그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분에

촛점이 맞춰져 얘기를 풀어간다.

여기에의 해법이란

절대적으로 상대에게 맞춘 변신으로

달라딘 자신만의 색깔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해준다.

이는 상대가 옳아서도 아니고

자신이 비굴해서도 아니다.

그저 생존방식으로써의 자신을 위한 

변신을 꾀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위의 두 이야기를 굳이 상반된다고 느낀 건 

이끌어야 함으로써 생기는 자의 스트레스와

이끌려 져야해서 없어지는 

다른 2개의 입장차의 스트레스 비교로도 느껴져서다.


당사자가 느끼는 더 깊은 사정이야 있겠지만

비슷한 듯 다른 둘의 스트레스는 

분명 다수가 공감할 딜레마임은 분명하다.


저자가 내놓은 답에 

완전히 공감하긴 어려울 것이란 생각도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 잘먹고 건강해라, 

좋은 친구와 인연을 만들어라,

능력을 갖춰라, 

타인과 경계를 설정하라 등의 

개괄적인 해법은 분명 존재가능할 상황들이지만,

이를 좀더 세분해서 들여다 볼 땐 

행동으로 옮겨질 힘이 되거나

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잘먹고 건강하기 싫어서 안하는게 아니라

잘먹어야 하는데 경제력이 안 받쳐 준다면?

좋은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혼자인게 훨씬 익숙해져버린 아웃사이더이고

그럼에도 그 사람자체는 충분히 좋은 인성의 소유자라면?

능력을 갖추기엔 연령대나 특정업무로만 굳어진

특기로 인해 역량향상의 의지만으로는 

180도 변화가 어렵다면?

경계를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

본인이 아닌 상대에게 더 강하다면?


일부러 반박하기 위해 떠올려 본 건 아니고

책의 사연들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대비시켜 본 기억들을 정리해 본 것일 뿐이다.


부정적인 해석을 덧붙였다기 보다

다양한 변수들이 포진해 있을 경우와

좀더 문제해결에 포커스가 

맞춰져야만 할 때를 상정해 봤다.


일, 직업, 자기계발의 3박자가 

자구력 만으로는 안맞아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균형잡히고 포괄적인 시각까진 키워줄 

정리된 조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당한 책일 수 있으니,

나름의 기지를 함께 발휘해 보면서

저자의 생각을 잘 따라가 봄으로써

본인과 대화하듯 읽어 나간다면 

더 좋을 내용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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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건선 2달이면 낫습니다
김수남 지음 / 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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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아토피 환자들만을 위한 피부재생과 

보호 관련 상품들을 만드는 한 기업의 창업자가 

사업의 홍보에 의미를 두고 펴냈을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책내용만을 보고 평가해 볼 땐

지나온 과정과 개발에 성공하기 까지 들인 시간들 자체만으로도

한사람의 특수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그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면 겪은 역경을

가감없이 서술한 내용에 더 가깝다고 보여진다.


일종의 자서전도 되면서 

아토피나 건선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가로써의 노하우 방출로 보일 수 있을 내용들.


솔직히 재미까진 기대하자 않았으나

지난했던 시간들을 뛰어넘어 오면서

한가지 결과를 내기위해 매진한

저자의 진지한 과정을 따라가보는 책읽기 그 자체에서, 

아토피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솔직하고 상세하게 쓴 내용들이 주는 

재미까지 있는 책으로 기억될 거 같다.


본인의 사진도 실려있는데,

두다리에 가득 번져있는 심한 붉은 발진의 피부병으로 인해

죽으려고 까지 했던 그다.

하지만, 어릴 적 할아버지가

신기하게 자신의 다리를 고쳐줬던 기억에 단순히 의지봄으로써

밑져야 본전식의 마음으로

약초를 다리에 바르게 되는 그.

그로인해 몇년을 고생했던 질환으로부터

하루밤 사이에 완전히 탈출하게 되는 기적을 맛본다.

고생한 긴 기간들과 하루만의 짧은 치유는 

그 두 시간차가 주는 굉장한 대비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약초효능에 관한 저자의 강한 믿음의 시작이지

결코 책의 모든 내용일 순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피부재생과 항균능력이 좋은 작물들을

원료공급 확보차 재배하려 했으나 연이은 실패를 거듭한다.

단순 실패뿐만이 아니라 

위탁을 맡겼을 때 꽤 많은 농가나 기관들이 

그 믿음에 인간적인 배신감을 주기도 하면서.


돈을 받았으나 볼 때만 일하는 척 하지  

자기가 맡은 일을 본인 일처럼 

결코 하지 않는 여러 상황들을 보게 되는 저자.

반면 제주 할머니로 기억되는 분은

마치 소중한 애완동물을 다루듯

자신의 작물들을 신경써 줬음에 

감사함의 기억으로 간직된 인연도 있었다.


분명 실망을 준 사람들은 믿음의 배신 같기도 하지만 

일정부분 사람의 결이 다름으로써 발생하는 

보편적인 배신감의 경험이라고도 느껴졌다.


그렇게 초반 여러 시행착오 끝에

하나 둘 필요한 재료들이 쌓여가고 

결국 결과를 이뤄간 시간들이 만들어진다.

저자 본인은 이런 모든 순간들이

자신이 가진 확신을 가진 비젼으로 인해

거칠 것이 없던 순간들로 기억하는게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 생동감을 준다.


경희대학교 약학연구소에서 

아토피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마침 의미도 가진 용어였는데,

'뜻을 알 수 없다', 비정상적인 반응'이란

부정적 의미를 가진 단어이기도 하다.


결국 책이 말하는 아토피 치유는

자기 관리와 더불어 꼭 필요한 외용제를 잘 쓰는 것인데,

빠른 효과를 주는 스테로이드에 적응하는 건 

절대 피함을 여러번 언급한다.

이 부분에 한에서는

치료과정에서 오랜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해

각화된 상처부위들이 그 독성을 뱉어내는 듯한 

심각한 사진들도 실려있다.


더불어, 

환경호르몬에 가급적 노출되지 말 것이며

몸을 구성하는 건 결국 음식이라

인스턴트나 보존제 등 인공적인 성분과

화학성분이 든 가공음식은 

자연적인 몸을 위해 멀리하라는 

정리로 요약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냥 책으로써만 이런 여러 내용들을 경험하게 된다면,

아토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피부 이외에 폭넓은 건강관리를 위해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순히 아토피가 없다면 현재의 자신이 가진 행복함을 알 것이고,

아토피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이를 대하는데

스스로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되어 줄수도 있을 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책 초반에 느껴지는 저자의 열정이 

아토피 자체에 대한 지식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던 책이기도 하다.

분명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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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뇌 -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가 20년 동안 달리면서 알게 된 것들
정세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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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외할아버지는 

'유진'과 '세희'란 2개의 이름을 지어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셨다고 한다.


유진은 '굴곡 없이 편안하고 윤택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름이었고

세희는 '힘들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라'는 이름.


저자의 부모는 별로 주저하지 않고 '세희'를 골랐고

그때부터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틀은 

정해져 있지 않았겠느냐란 말을 물어오는 저자.


저자의 직업은 재활의학과 의사로

야외달리기를 즐긴지는 20년차이며

세부전공은 뇌건강과 밀접하다.


결국, 유진이란 이름을 못 받아서

지금의 이름으로 항상 행복했던 건 아니겠지만,

선택하지 않은 이름의 삶이었다면 달랐을까

힘들 땐 그 다른 선택지의 이름도 떠올려 본다는 그녀.

이 뒤에 나오는 내용에 '꽃길만 걷자'는 의미와 연계시킨

컴포트 존 같은 인생과는 

유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저자 스스로 런닝을 즐기는 걸 설명해 가는데는

세희란 이름이 더 맞을거란 사실을

저자도 생각하며 자신의 이름 에피소드를 

실진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도 해본다.


저자가 느끼는 런닝의 재미는

밖에서 뛰는 달리기여야 한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물론 쉬는 날도 있긴 하지만.


런닝머신 보다는 오감을 자극 받고

자신이 외부 관찰자가 되어 달리는 그런 달리기,

계절마다의 특색있는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야외달리기를 즐기는 저자다.


저자의 개인적 취미로써

20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달리기가 줬던

생활 속 단상들을 정리해 보는 동시에,

뇌의 재활과 건강면에서 

달리기란 운동이 줄 수 있는 장점들에 대해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러너들 사이에서 미드풋 논란이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한국러너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는 이게

외국에선 이미 10년도 지난 

필요 없어진 논쟁거리였단 이야기에선,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화자가 결합돼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만든 일 같아 

이 나름대로의 느낌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붐비는 대학병원 의사로써 

계속 기다리는 대기환자들이 있음에도

설명이 필요한 운동법들을 설명해 줘야한다고 느낄 때,

보상 못받고 지나가는 그런 시간들의 

총량보다 아깝고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너무 태연하게 가르쳐 준 운동을 

안하고 오는 환자들이라는 저자.


의사로써만이 아닌 인간적인 허탈감이기도 하겠지만

반면에 70대나 80대임에도 해당연령의 뇌질환 환자들이

누구보다 규칙적이고 의욕적인 건강관리를 실천하는 걸 볼때면

그 연령대에 그런 흔치않은 사람들을 보며

놀라게 된다는 말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결국, 모두 건강건강 노래를 부르지만

공을 들이고 직접 해야하는 운동은 소수만이 실천하고

'나는 못하오'가 많다는 얘기이니까.


뇌손상 때문에 복싱의 펀치 드렁크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런닝이라는 운동의 안전성을 

은연중에 강조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복싱 경기 그 자체를 논하기 보다는

외국 재활운동에서는 복싱을

혼자할 수 있는 시퀀스로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고 하니

꼭 런닝만이 아닌 이 방식이 필요한 누군가는

한번쯤 찾아서 해볼 가치가 있는 운동이겠다 싶다.


저자의 에세이로써 이 책을 읽으며

대부분 공감하면 될 이야기였지만

유독 런닝머신 이야기만은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런닝과 명상을 하고 있는 나.

명상은 하루 30분~1시간 30분 정도하고 7개월차에 접어들었고

런닝은 런닝머신으로 매번 1시간 5분 정도 뛰는게

일주일 정도 되어간다, 빠진 날은 아직 없고.


그동안 1년정도 스쿼트를 한게

저자의 말을 들으니 사전 운동이 되준 셈 같다.


트렌델렌버그 사인은 나에게도 있는거 같은데

일단은 그 자체를 의식하고 있으니,

좌우 발란스를 느끼며 

스쿼트와 런닝머신을 병행하고 있다.

스쿼트를 하고 런닝을 들어가는게

균형면에선 확실히 도움받는 느낌.


작년엔 일부러 달리기라고 시작했던 건 아니지만

아침 5시반 운동을 한동안 꾸준히 했었다.

실내가 아니니 걷다가 뛰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던 시간들.

그러다 우연찮게 다시 실내 운동을 시작하면서

야외운동은 잊고 살지만 저자의 야외운동 느낌엔 동의한다.


하지만, 런닝머신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고,

내 앞엔 작은 창문이라도 있기에 

거기서 들어오는 바람에 감사하며 뛴다.


좌우 균형을 좀더 잡고 

주법과 속력을  어느정도 끌어올리기 까지는

꽤 런닝머신을 탈 예정인데,

이미 런닝머신의 고마움은 충분히 느끼는 중이다.


인공적으로 경사도 만들어 걸어볼 수 있고

양발의 외번 내번도 일정하게 일치시켜 보면서

후경골근이나 전경골근의 움직임 또한

균일한 속도 안에서 느껴 볼 수 있기에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장치로써 말이다.


아마 실력이 계속 붙는다면

저자처럼 야외달리기도 즐기게 될 것이고

더 욕심을 부려 대회참가도 가능하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내게 현재 최상의 조건은 런닝머신이다.


거기에 더해, 

런닝머신에선 옆사람이 신경쓰인다는 저자와 달리

옆에 한칸 걸러씩 사람들이 있을 땐

동료처럼 뛰는 재미도 느끼는 중이다.

같은 운동기구를 선택했다는 그 사실 하나때문에

순간의 동료로써 놓이게 됐지만.


달리기 시작한지 겨우 1주일 지났을 뿐지만 

벌써 못하는 날이 아쉬워지려고 한다.

이 운동만의 유용성과 

운동자체가 주는 흥미가 분명 있다.


사실 예전부터 달리기를 

생활루틴으로 익숙해지겠다는 다짐은 

참 많이 했왔었지만 번번히 미뤄만 왔다.


그러다 이번 달 갑자기 마음 먹은 건,

지금 달리기를 안 한다면 

언제 한번 하겠냐는 심정이 계기가 되 주었다. 

결국 난 죽을 때까지 

달리기와는 인연없는 인생이긴 싫었다.

이것도 나름의 절박함이라면

일종의 개인적 절박함으로 난데없이 시작했지만

이 관심사에 저자의 책 또한 도움을 줬다.


운동을 다루지만 전문적인 운동서적은 아니고

저자의 달리기와 함께한 추억을 담은 일기장 같으면서도,

뇌 재활분야와 관련해 운동의 필요성을 잘 이해시켜주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읽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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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낯선 나에게 -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사라 큐브릭 지음, 박선령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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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총체적으로 무너져 봤던 저자.

그녀는 실존철학과 심리학에서 답을 얻었다.


굉장히 많은 비유와 예들이 영감을 주는데

단순 책을 채우기 위한 글들이 아니라

그녀의 정신이 한자한자 수를 놓은 듯 하다.


저자 사라 큐브릭은 

'자아상실'을 모든 정신적, 신체적

기능부전의 이유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가장 중요할 '자기상실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방안에 놓인 쇼파에 앉은 자신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상상함으로써 설명하기도 하지만,

목록으로 정리한 걸 적어봤다.


-스스로 파괴하고 의도치 않게 자해

-자기에게 필요한 걸, 

 자기 생각과 느낌으로 파악하고

 말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원하지 않거나 성취감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산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 한다

-유지하고 싶지 않은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건전하지 못한 패턴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삶의 목적이나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다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지 못한다

-깊은 불행을 느낀다

-자존감에 문제가 생긴다

-삶에 끊임없이 압도당하거나 실망한다

-결국, 자신의 본질과 

 진정한 관계를 맺거나 

 받아들이거나

 신뢰하기 어려워 진다


마치, 

자기의 문제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진퇴양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삶을 사는 

절대고독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던 설명.


거기에

때때로 정신적 성취는 높게 치지만

몸에 대해서는 한수 아래처럼 보는건

자아를 정신에만 국한한

잘못된 관행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몸에 대한 과한 기대로

자기 몸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서도

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삶이란 모순이라며.


다음은, 몸을 신경쓰지 않는 삶의 예들.


-운동을 과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않고

-특정 신체부위에 대해 잔인한 말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며

-물보다 커피로 수분 공급하고

-불안이나 괴로움의 신호를 무시하며

-자기 몸을 살아 숨쉬면서 

 계속 변화하는 독립체가 아니라,

 미끼나 트로피로 사용


이는, 자신의 영적 성취 귀하게 보지만

자신의 몸과 자아를 이분법적으로 보기에,

몸은 정신과 별개이며

정신만 자아이지

몸은 핵심적인 자아의 일부라 

생각하지 않는 나쁜 상식이라 지적한 것이다.


도덕성에 대해서도 의미깊은 해석이 등장한다.


삶의 의미란 선택한 삶의 '이유'이고,

도덕성은 어떻게 살기로 한 

'방식'이고 '방향성'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삶의 의미나 도덕성을

일련의 규칙으로 여기고

그걸 준수하고 자란 개인이,

이와 상반되게 

자신의 신념 체계와 거리를 두게 되거나 

거기에 변화가 생기거나 

의심을 품게 됐을 땐,

종종 상실감을 느낀다는 해석도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이런 자기상실의 고통스런 경험을 결코

정상인 양 받아들였다면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팁도 주는 저자다.


어쨌거나,

자아상실이란 큰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선


자아가 무엇인지,

자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란


각가의 정의부터 내릴 수 있어야 될거라는

자문자답의 질문을 저자가 먼저 해왔는데,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아란 키에르케고르의 말로써 

'자신과 관련된 관계'이자

자신이 세상과 맺고 있는 모습이라 정의했고,


자아가 드러나는 방식은, 

세상에 드러나는 표현이 되고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기에,

스스로 가진 자아본질에 대한 이해가

밖으로 표현된 행동에 드러나고,

그 모든 행동이 자아를 알도록 만든다고 봤다.

 

그 밖에, 

주제를 보충하는 성격의 글이었지만

트라우마와 부동상태를 들여다 본다.


때론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트라우마란 용어를 오용하기 하는

요즘의 심리분석이 싫다는 점을 먼저 말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설명을

뒤에 나왔던 부동상태와 연결해 

이어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해서다.


행동할 수 없다고 

심적 부담을 느끼는 걸 '부동상태'라 명명했는데

보통 영문으론 'freeze'라 표현하는 것의 번역으로 생각된다.


이는, 뭔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신체마비나 감정상실을 경험할 때 벌어지는 현상으로,

경증의 부동상태와 중증도의 부동상태로 나눠 설명됐다.


먼저 전자의 얕은 부동상태는,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모욕이나 공격을 받아 

망연자실해 지는 것이고,


심각한 형태의 부동상태는 다음과 같다.


-말을 못하는 것

-자신의 욕구를 부끄러워 하며 감추기

-위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

-분통 터뜨리기

-자기 감정 부인하기

-사건 망각

-관계 분리

-비 인격화


이런 부동상태는 대부분 트라우마의 결과이지

자기 상실의 위협은 아닌걸 더 강조해 설명한 저자다.


사실, 이런 부동현상의 예들이

앞서 말한 자아상실을 판단하는 지표보다

결코 못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써 저자가 얼마나

자아상실을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좀더 이해가 됐다.


한마디로 자아상실은

불미스러운 해프닝 정도가 아닌,

인간존립의 내적기반라 말하려 했다고 받아 들여진다.


굉장히 촘촘하게 잘 쓴 책이고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저자 스스로가 겪은 삶 속 고통들이 

누군가에게 영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값진 지식이 됐다는 건

매우 미안하면서도 감사할 일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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