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낯선 나에게 -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사라 큐브릭 지음, 박선령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총체적으로 무너져 봤던 저자.

그녀는 실존철학과 심리학에서 답을 얻었다.


굉장히 많은 비유와 예들이 영감을 주는데

단순 책을 채우기 위한 글들이 아니라

그녀의 정신이 한자한자 수를 놓은 듯 하다.


저자 사라 큐브릭은 

'자아상실'을 모든 정신적, 신체적

기능부전의 이유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가장 중요할 '자기상실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방안에 놓인 쇼파에 앉은 자신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상상함으로써 설명하기도 하지만,

목록으로 정리한 걸 적어봤다.


-스스로 파괴하고 의도치 않게 자해

-자기에게 필요한 걸, 

 자기 생각과 느낌으로 파악하고

 말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원하지 않거나 성취감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산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 한다

-유지하고 싶지 않은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건전하지 못한 패턴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삶의 목적이나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다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지 못한다

-깊은 불행을 느낀다

-자존감에 문제가 생긴다

-삶에 끊임없이 압도당하거나 실망한다

-결국, 자신의 본질과 

 진정한 관계를 맺거나 

 받아들이거나

 신뢰하기 어려워 진다


마치, 

자기의 문제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진퇴양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삶을 사는 

절대고독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던 설명.


거기에

때때로 정신적 성취는 높게 치지만

몸에 대해서는 한수 아래처럼 보는건

자아를 정신에만 국한한

잘못된 관행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몸에 대한 과한 기대로

자기 몸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서도

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삶이란 모순이라며.


다음은, 몸을 신경쓰지 않는 삶의 예들.


-운동을 과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않고

-특정 신체부위에 대해 잔인한 말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며

-물보다 커피로 수분 공급하고

-불안이나 괴로움의 신호를 무시하며

-자기 몸을 살아 숨쉬면서 

 계속 변화하는 독립체가 아니라,

 미끼나 트로피로 사용


이는, 자신의 영적 성취 귀하게 보지만

자신의 몸과 자아를 이분법적으로 보기에,

몸은 정신과 별개이며

정신만 자아이지

몸은 핵심적인 자아의 일부라 

생각하지 않는 나쁜 상식이라 지적한 것이다.


도덕성에 대해서도 의미깊은 해석이 등장한다.


삶의 의미란 선택한 삶의 '이유'이고,

도덕성은 어떻게 살기로 한 

'방식'이고 '방향성'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삶의 의미나 도덕성을

일련의 규칙으로 여기고

그걸 준수하고 자란 개인이,

이와 상반되게 

자신의 신념 체계와 거리를 두게 되거나 

거기에 변화가 생기거나 

의심을 품게 됐을 땐,

종종 상실감을 느낀다는 해석도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이런 자기상실의 고통스런 경험을 결코

정상인 양 받아들였다면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팁도 주는 저자다.


어쨌거나,

자아상실이란 큰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선


자아가 무엇인지,

자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란


각가의 정의부터 내릴 수 있어야 될거라는

자문자답의 질문을 저자가 먼저 해왔는데,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아란 키에르케고르의 말로써 

'자신과 관련된 관계'이자

자신이 세상과 맺고 있는 모습이라 정의했고,


자아가 드러나는 방식은, 

세상에 드러나는 표현이 되고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기에,

스스로 가진 자아본질에 대한 이해가

밖으로 표현된 행동에 드러나고,

그 모든 행동이 자아를 알도록 만든다고 봤다.

 

그 밖에, 

주제를 보충하는 성격의 글이었지만

트라우마와 부동상태를 들여다 본다.


때론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트라우마란 용어를 오용하기 하는

요즘의 심리분석이 싫다는 점을 먼저 말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설명을

뒤에 나왔던 부동상태와 연결해 

이어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해서다.


행동할 수 없다고 

심적 부담을 느끼는 걸 '부동상태'라 명명했는데

보통 영문으론 'freeze'라 표현하는 것의 번역으로 생각된다.


이는, 뭔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신체마비나 감정상실을 경험할 때 벌어지는 현상으로,

경증의 부동상태와 중증도의 부동상태로 나눠 설명됐다.


먼저 전자의 얕은 부동상태는,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모욕이나 공격을 받아 

망연자실해 지는 것이고,


심각한 형태의 부동상태는 다음과 같다.


-말을 못하는 것

-자신의 욕구를 부끄러워 하며 감추기

-위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

-분통 터뜨리기

-자기 감정 부인하기

-사건 망각

-관계 분리

-비 인격화


이런 부동상태는 대부분 트라우마의 결과이지

자기 상실의 위협은 아닌걸 더 강조해 설명한 저자다.


사실, 이런 부동현상의 예들이

앞서 말한 자아상실을 판단하는 지표보다

결코 못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써 저자가 얼마나

자아상실을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좀더 이해가 됐다.


한마디로 자아상실은

불미스러운 해프닝 정도가 아닌,

인간존립의 내적기반라 말하려 했다고 받아 들여진다.


굉장히 촘촘하게 잘 쓴 책이고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저자 스스로가 겪은 삶 속 고통들이 

누군가에게 영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값진 지식이 됐다는 건

매우 미안하면서도 감사할 일이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