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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 -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반건호 지음 / 북플레저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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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저자가 말하는 '시프트'의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란 거였고,
단어 그 자체로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 만한 용어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설명자체로써 이해해보고 싶었다.
나름 모든 이야들마다 중간 중간에
시프트란 용어는 자주 등장하기에
문맥상 이해되는 부분들이 계속 쌓여갈 수 있었지만
속시원히 와닿는 개념설명은 못만나나 했는데
책의 중간쯤 그 설명을 만날 수 있었다.
[시프트]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태도.
나아가 이를 통해 삶의
보람, 재미, 행복을 느끼자는 것.
이렇게 정리된 이후로는
앞서서 다뤘던 방식보다는
저자가 명명하고자 노력한 시프트로써의 이해를 위해
좀더 이론적으로 다가가 볼 수 있게
서술돼 진행되기도 한다.
사실, 앞서 나온 시프트를 이해시키려는 친근한 예나 설명들 중엔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티와 청바지에 관해서도 나오는데,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 읽지 않고선 일정부분
그냥 단순한 에피소드 같기도 할 수 있던 부분일 거다.
프리젠테이션의 컨셉을 바꿔버린 그 때 그의 이러한 패션은
워낙 유명했었기에 무엇인지 가시적으로 쉽게 와닿지만,
이를 혁신이나 선구자정신 정도로 오해하거나
너무 과대포장해 버리면
이 책에서 말하는 시프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겠다.
일단 저자는
이 사건이 격식과 의식의 변화를 주도한 것에
일차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도 했지만,
양복이나 구두, 반듯한 발표자의 복장코드가
스티브 잡스로 인해 이후
굉장히 크게 깨질 수 있었다는 그 사실과 함께,
이 책 이외에도 많이 들어왔던 이 내용에 관해
왜 이 사례가 시프트의 예로써 실릴 수 있었는지
결합해 이해해봐야 할 핵심을 좀더 풀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당시 파격적인 의상은
단순히 시선을 잡으려는 쇼맨십 필요성으로써 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해 의상결정에 낭비될 수 있는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최소화 하려고 한 게
주된 이유라는 설명까지가 한 셋트니까.
스티브 잡스는 짧은 내용의 예이고
이 외에도 워낙 많은 사례들을 인용하고 살린 책이지만,
한 부분의 문화 변화를 주도한 것과 개인적 필요가
사실상 다르게 작동한 사례같기도 해
재밌고 유익하게 들려졌다.
'변화'라는 측면 때문에 쓰인 예이건 분명하지만
누군가의 몸에 벤 특별한 효율적 습성이
다수에겐 창의적인 이벤트처럼 비춰져
혁신처럼 다가오고 널리 퍼진 걸 수도 있으니까.
어쨌건 용어정의를 한 이후부터는
시프트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와
정신과 의사다운 지식은 더 가미되어 진행된다.
우연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까지 읽어온 책들과 다른 느낌도
여러 곳에서 받았던 부분들이 많다.
사례로 쓰인 여러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저자가 지금은 사라진 예전 대학입시 중 체력장 봤던 이야기까지
재미도 있고 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공감도 잘 됐다.
캐롤 드웩의 '마인드 셋'이나
KFC 창업자 샌더스의 이야기,
존 보울비의 애착이론,
프로이트의 딸,
호밀밭의 파수꾼 이야기들까지.
읽었던 책들이나 이미 알고있던 다수의 이야기들,
일부러 챙겨봤던 샐린저의 다큐까지,
이 책을 좀더 저자의 이끔대로 이해하는데
우연히 예습한 효과처럼 누릴 수 있었다는 느낌들 때문 같다.
다른 관점에서, 저자의 학창시절 달리기실력에 관한 추억은
책의 많은 내용들을 기억하고
일정부분 환기 시키며 읽는데도 참 좋았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또다른 고정관념을 깨주는 느낌.
공부로 전교 2등을 하고
운동으로 전교 2등이 불가능하다고 나왔어야
더 맞았을 거 같은 상상이 들겠지만
당시 저자는 자신이 공부로는 전교 등수가 못될지라도
달리기로는 전교에서 앞순위가 될 수 있었고
그로인해 공부를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의욕에까지
이르게 해줘 도움을 받았다고 회고하는데,
후일, 이런 달리기 실력은 의사들의 운동회에서 조차
빛을 발휘한 순간도 있었다는 건
덤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추억 같았다.
이 기억을 시프트를 다룬 책에
저자가 넣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몰랐던 운동능력을 통한 우연한 성취감이
공부에까지 좋은 영향을 줬다는 그 경험적 사실이
'시프트'가 되어 쓰였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더 높은 수준의 공부로 나아가는 수순이 아니라
운동에서 얻은 기분좋음의 여파가
다른 부분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셈이니까.
컴퓨터의 글자를 변환시키는 시프트 키의 역할이나
오전조 오후조의 교대근무를 시프트로 부르는 것처럼,
삶의 양면적 경험과 기억을
시프트처럼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발상전환'을 할 수 있다면,
저자가 이해시키고자 한
시프트의 정수를 이해한게 아닐까 감히 상상해 본다.
개인적으론 약간 애덤 그랜트나 말콤 글래드웰의 책과
비슷한 느낌의 글흐름이란 인상도 받았는데
이는 각자가 다를 수 있을거 같다.
오랜 기간 쌓였을 의료적인 명확함으로 다가오기 보다
부드럽고 친숙함을 더 글에 불어넣고자 한듯한
저자의 친절함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인문학 분위기의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