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서희경 옮김, 토마스 아키나리 감수 / 소보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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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완전한 저작들을 읽은 적이 없다.

그 많은 철학책들과 심리학 책들을 봤으면서도

한번은 진작 선택해 봤었어야 할 니체의 책들은

스스로 선을 긋고 멀리했었다.


'신은 죽었다'는 등의 말을 궤변같은 말로만 받아들이고

이를 니체철학의 핵심이라 오해했었고

그의 불행한 결말까지 알고 있었기에

그런게 하나둘 쌓여 그의 업적 자체에

나 스스로가 선입견을 덧입혀 버렸다.


이 책은 특히 나처럼 

이런 식으로 니체를 몰랐던 사람들이나

그냥 지나쳐 왔을 사람들에게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텍스트다.

그냥 원문으로 니체철학을 읽었다면 

꽤 모호하거나 방대했을 내용들을

감수자 토마스 아키나리의 해석을 통해

훨씬 명료해져서 본질로 와닿게 됨으로써

오해의 소지를 훨씬 줄였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지금 현 시점에서 니체의 철학은

어느때보다 필요한 사상일 것이다.


모호한 세상, 

흔들리는 가치관, 

믿는 것과 믿으라는 것의 충돌...

이런 분위기에서 이 책만큼은 

오히려 모든 걸 냉정히 뚫어내고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본성"을 깨워줄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으로써 말이다.


노자도 '무'를 이야기하지만

니체의 무(無)로 무를 이해하는게

내겐 더 적합해 보인다.


'우상의 황혼' 중 일부 해석에서

힘에 의지하는 인간이 이를 향한 욕망으로

에너지를 얻고 본능적인 삶을 갈망한다고 보여

몸을 부풀려 가능한 크게 보이려는

복어나 고슴도치가 연상되는 구절이 있었다.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싶거나

누구에게서 존경을 받고 싶다는 것 또한 욕망...


그러나 니체는 

이처럼 살아간다면 진정한 자아는 가려지게 되고 

스스의 힘으론 진짜 자신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힘의 의지가 인간의 본능적 삶을 추구함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되줄 수 있지만

이걸 최종목적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부분과,

이외는 반대로 

본능에만 충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에게

핑계거리를 주게 돼 역효과도 줄 수 있다는 부분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주체 스스로의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어쨌건,

자신에게 없는 걸 보여주려는 

힘을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나

이를 향한 욕구라면

결국 허상에 의지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외적인 성취만을 몰두하게 되는 결과만을

낳게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계하라 가르친다.


니체는 사실 이같은 경계를 넘어 

허구적 가치에 얽매이는 것까지 경멸했다.

성과나 지위는 본질적 가치에 의미가 없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과시하려거나

진실을 호도하려는 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수 있고

진정한 실력에 맞지 않은 태도 또한 보이게 될 것이기에

결국 보여지고 싶던 허상 때문에

스스로 자멸하고 도태된다고 보는 니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이해" 해보려는 것일텐데,

자아가 아닌 그 "이해"가 

이 말의 핵심이란 걸 아는게 더 중요하다.


모든 중생이 부처라는 말도 결국 이와 같은 의미는 아닐까.


너와 내가 그냥 부처이고

인간이기에 무조건 존엄할 수 있음이 아닌,

본질은 같게 태어나지만 

그걸 볼 수 있는 본능이 깨어났을 때만

부처와 같고 인간일 수 있을

각자가 된다는 의미일 수 있을테니까.

여기서도 결국 주의할 점은

상대는 무지하고 자신만이 깨어나 있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편협함을 아는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신은 죽었다'라는 유명한 아포리즘을 완성한 니체...


아마, 그의 책 그대로를 읽었다면

이 책의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하려 했거나

자의적으로 음미하려 애썼을거 같다. 


감수한 저자의 해석을 완전히 맞다고 공감만해주는 것도

니체철학의 정수에서 보자면 또 틀린 거지만,

그럼에도 이 책 정도의 해석이라면

난 온전히 감수자의 설명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이 죽었다고 한 니체의 본 뜻은

종교적인 신을 부인하거나 죽었다고 인식하려고 한게 아닌

스스로의 추진력을 가로막고 족쇄를 채울수 있는

한계설정 자체를 가장 높은 차원의 대명사로써 

고정관념처럼 갖지 말게 하려는데

'신은 죽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담겼다고 보이니까.


결국 니체의 말들은 다 맞는 말이었다.


너무 옳곧고 체계화 하려는 것까지

결국 스스로를 막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경계 또 경계하는 니체의 철학...

가장 큰 존재인 '신'을 일종의

자신을 한계를 결정하는 성벽처럼 

그냥 은유화 한 비유라 느낀다.


이 책이 니체의 원전 자체를 읽은건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그 이상의 느낌은 

각자에게 줄 수 있으리라 본다.


지나가다 채찍질 당하는 말을 가로막아주며

눈물을 흘렸다는 말년의 니체.

정신이상으로 10년이상 고생하다 죽은 

그의 이런 이야기도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뛰어 넘으려는 생각을 계속 해 온

그의 인생 자체가 스스로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서 생긴 결과인 듯도 싶다.

한 사람의 불행한 결과와 달리 그의 노고는

이렇게 후세 사람들이 또다른 영감을 얻는데 

귀한 자료가 되어주고 있는게 아이러니지만.


니체의 철학은 책상물림식 지식을 뛰어넘는

실천적 의지를 어느 사상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줄 책이란

말장난 같은 사실이 가능함을 보여주고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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