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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평점 :
책에 탁월하다는 말을 잘 붙이길 꺼려한다.
왜냐면, 버릇처럼 쓰는 횟수가 많아진다면
탁월이라 이름 붙인 것들 중, 다시 Best of Best도 꼽기 위해
탁월함의 재선택을 해야하는 딜레마 같은 것도 있을 듯해서.
그러나 절대 쓰지 않는 단어는 아니란 사실도 중요할 듯 싶다.
굳이 이 말부터 꺼내는 이유는,
오카다 다카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 온 편인데
이 책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분명 탁월함이 느껴지는 저작이다.
그의 책들 대부분엔 애착이란 주제가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런 그의 스타일로 인해 자신의 계속되는 책들끼리
비슷해지는 면도 분명 있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번 비슷한듯 다른 책을 내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터이고.
그런데 이 책, 그 제목만은 매우 부정적 느낌을 먼저 주는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아마도 그의 모든 책들 중에
가장 대범하게 씌였고 여러내용들이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할 만하다.
그의 주특기인 애착을 다룸에 있어서도
가장 노멀하게 인용되는 편이라 도리어 그런게
책 전체의 퀄리티를 높여준 꼴이 되어버렸단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이 그의 가장 최신작이 아닌
개정판이란 점도 한번 더 주목해보면 좋을성 싶고.
개인적으론, 이미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구판으로도 읽었었는데
그때와 지금 이 책을 대하는 스스로의 느낌이
많이 변한 것을 이번에 느껴봤던 계기도 매우 소중했고 색달랐다.
그때는 타인을 바라보는 용도처럼 이 책을 읽었다면
이번엔 나와 타인 모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스스로 읽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언뜻,
이 책의 제목만으로 이 책을 선택하거나 읽는 사람에게 이 책은,
타인의 문제점을 발견해 내는데 도움을 주는 책 같거나
사회생활 등에서 부딪혔던 대인관계 문제점의 마음아픈 이유들을 밝히고
정말 왜 이런저런 타인들과 부딪쳤었지를 알려주는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실제, 책의 상당히 초반부까지는 그런 느낌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좀더 읽어갈수록 이 책은 잘못된 타인을 위한 원사이드한 검열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이해해 가면서 다양한 타인들 또한
여러 가치관 형성의 모델정도로 바라봐 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타인과 자신 모두를 이해하는 통합형 심리서라 이해하는게 정확하다.
한동안 오카다 다케시의 책들에 익숙해졌었고
다른 좋아하는 저자들도 생기면서 좀 잊었는데,
이번 이 책의 개정판을 다시 읽으면서
그를 바라보는 내 팬심도 다시 충전된 듯 싶어졌다.
그 정도로 그의 책들 중에 이 책엔 분명 탁월함이 있다.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을 짧게 응용해
완벽한 대상관계를 이루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해석하는
오카다 다카시의 현대적 적용이 등장하는 부분에선,
그의 남다른 분석능력도 더 느껴볼 수 있었다.
같은 이론도 그를 거치면 이렇게 명백한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음에
분명 좋은 책을 읽고 있음이 저절로 받아들여지니까.
반면, 읽으면서 이렇게 영감을 받는 부분도 많았지만
읽어갈수록 스스로 침잠하듯 느끼게 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왜냐면, 모든게 나로써 비롯되고 고치는게 심리학의 완성이 아닌
결국 서로서로가 영향을 미치는 현실 세상속에서
서로가 모두 심리적 연결고리란 생각에,
어떤 문제점을 제대로 복원해야 할까를 모색해 본다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란 문제가 매우 크게 다가왔고,
저자로부터 배우게 되는 선명한 문제인식의 틀보다도
그게 더 큰 숙제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얇은 분량임에도 이정도의 심리적 컨텐츠를
퀄리티를 담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건데. . .대단한 오카다 다케시다.
참고로, 인간 알레르기란 용어가 책에 고유하게 등장하는데
오카다 다케시의 창조적인 표현은 아닌 듯도 싶다.
왜냐면, 의학논문으로 발표됐고 인정받았다고 들어본 적이 있는듯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자신과 그 주변, 그리고 더 넓은 범위의 타인들을
좀더 너그러운 눈으로, 포용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람직한 근거가 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