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머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이크 큐라토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장기 때 게이스럽다는 느낌으로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성장한 작가. 

그런 기억을 뒤로하고 

지금은 커밍아웃한 상태로 

자신의 그 시절을 만화로 옮겨 

그때의 혼란스러움을 돌아보며,

당시에 느낀 힘든 심정들과 

그로인해 주변 사람들과 벌인 사연 등을 토대로

자서전 풍의 이 만화를 탄생시켰고

그 작품이 바로 이 '플레이머'가 됐다.


필리핀계 혼혈로써 중국인으로 비하되거나

게이스러움으로 인한 또래들과의 이질감으로 인해,

저자 마이크 큐라토는 당시 많이 힘들어 한 듯 하다.

동년배들과 보이스카웃 활동 후

단체로 샤워장에서 씻으러 들어갈때면,

자신의 알몸을 보여줘야 하는

그 자리에 왠지 매우 들어가기 꺼려졌는데,

수증기가 가득찬 그 샤워실 안을 헤매다가

룸메이트의 알몸을 보고 어리지만

자신도 모르게 성욕을 느끼고 뛰쳐나오며

죄책감을 느꼈던 모습도 회상되고 있다.

한편 친구들이 다들 비슷한 주제로 웃고 떠들 때

그 대화 주제에 자연스레 섞이기엔 어려웠던

주저함이나 어색함의 시간도 많이 겪었고,

용기내어 자기가 선호하는 주제를 먼저 꺼내거나

걸그룹 댄스를 추겠다고 제안했다가,

또래들로부터 왜 이상하게 여자처럼 행동하냐는 

핀잔에 서러움과 당혹감을 느끼며

홀로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는 당시의 기억들을 

만화로 한컷한컷 실어 놓았다.


책의 구성이 만화라 가독성이 좋고 

어떤 의미에선 글보다 명료한 부분도 있다.


상당부분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스스로를 게이로써 느꼈던 시기가 아니라서

인정 못 받았는 분위기를 탓하는 건 없다.

오히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은 분명 남자이며 

성정체성 혼란을 가지지 않은 보통의 소년이고

스스로도 분명 게이를 싫어한다고 여기는 자아상이었다.

하지만 생활에서는 그와 반대였고.


자신은 주변 또래들과 조금 다를 뿐인데

타인들에게 이유없이 공격 당한다고도 생각돼

부당하고 외로우며 삶이라 여기며

말못할 심적고통을 스스로 느끼는 아이.

그러다 더이상 이런 대우 받으며 

삶을 지속할 가치는 없다고 여기게 되는 

친구와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부분 자신을 반겨주지 않았지만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잘 대해준

미식축구부 출신의 룸메이트와

기분좋게 둘만의 대화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볼뽀뽀를 하게 된 것.

화들짝 놀란 친구.

결론적으론 다시 좋은 동성친구로써 회복도 되고

죽고싶던 그간의 많은 해석들과 오해도 해소된다.


만화속 모든 이야기는 보이스카웃 야영장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당시의 여러 경험과 기억은 그림과 독백으로 묘사한 책.


지금은 댄이란 남성과 동거 중인 듯한 저자는, 

마무리로 실은 집필소감을 통해 

예전 방황했던 당시보다 지금은 

동성 반려자를 만나 행복하다고 밝힌듯하다.


동성애를 선호까지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느 정도 동성애를 향한 당사자들의

여러 당위성에 밀착하기엔 독자로써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그 코드를 빼고

청소년기란 중요한 시기에 

또래 무리에 잘 끼지 못하는

한 아이의 성장기로 이 책을 읽다보면,

청소년기의 혼란을 다룬 책으로

편안하게 읽혀질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 같았다.


저자는 죽으려고 한 순간,

자신의 정령같은 존재가 나타나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주인공과 다투듯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그의 가슴에 삶의 확신을 

화살처럼 꽂고 홀연히 불꽃처럼 사라진다.

그때 확신은 아마 자기가 자기에게 주고싶었던

가치의 확신이 아니었을지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