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캐머스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도축에 관한 사실적인 묘사가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자체를 전달하려 쓴 글은 아니다.
저자가 결국엔 도축을 업으로 하는 삶이 됐지만
표면적으론 육식을 하지 않는 한
죽이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좀 다른 방식과 접근으로라도 해보자는 식의
실천적 설명들과 그런 공동체를 지향하기까지의
저자가 경험해간 과정들이 같이 들어 있으니까.
저자는 프랑스에 가서 도축이란 걸 경험한다.
그 중 돼지머리 해체와 관련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
가르쳐주는 사수와 이를 배우는
저자의 첫 기억 속에서 묘사된 당시의 상황들 모두가
생경하면서도 유쾌하지만은 않겠지만
책 속 글들을 그 경험대로 계속 따라가며 읽게 된다.
결국 글의 몰입력이 도축의 경험들이 주는
꽤 불쾌할 수 있을 많은 묘사들과 사실들을 보면서도,
어떤 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 자체가 아닌
그 손가락이 있는 손을 보게 만드는 듯도 했다.
돼지, 닭, 소 등 인간이 먹는 육가공 동물들의
도축되는 묘사를 느껴보는 건 유쾌한 경험이 결코 아닐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저자의 표현은
되려 이런 결과물들의 생활 속에 있지만
모른척하며 살아가는 것은 뭐가 다른 것인가란
생각도 해보게 만드는 의미도 있다고 느껴진다.
PSE와 DFD였나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맥주를 먹이고 도축하는 돼지를 설명하는 부분이였던 듯 싶다.
어떤 도축육은 너무 이완이 되서 물기가 베어나오듯 되어버리고
어떤 도축육은 너무 팽팽해지듯 되어버린 다는 부분을 얘기하면서
전자가 PSE였고 후자가 DFD였던걸로 기억된다.
이런 저런 저자의 도축 경험들과 관련지식들이 쌓여감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저자가 일반 사람들에게 도축의 경험을 시켜주는
직업적 변화부분에 들어가게 되고 이 책의 마무리로 접어들게 된다.
책 자체를 저자의 경험과 직업적 선택에 중심을 두고 읽느냐
그냥 하나의 르포처럼 도축되는 동물들의 삶의 묘사에
많은 느낌을 받으며 읽느냐 이 둘의 선택에 따라서도
책을 읽고 남는 느낌이 매우 다를수도 있는 책이다.
책 자체는 전자의 전달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정리한 느낌을 덧붙여보자면
채식주의자가 아닌 삶을 살고 있다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한권의 독서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원래의 직업이 도축과 관련없던 저자가
이 직업적 선택 전후로 경험했던 일과 생각의 정리가
그냥 도축이란 소재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큰 의미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