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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에 등을 기대고 - 어느 혁필화상의 불법체류 호주 인생 이야기
조규태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는 교직에 있다가 이민을 갔고
그곳에선 혁필화를 직업으로 생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내게 기억속 혁필화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기억속 공간이지만
그 명칭의 기억부터 드문드문한 그 기억이 잊혀지진 않았으리만큼
허투로 보진 않았음을 이 책을 보며 느꼈다.
책을 읽기 전, 이 저자의 혁필화 작품들을
책을 통해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책 말미에 그 작품들이 이민생활 등과 함께 실려있어
귀한 저자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얻어 행복했다.
그리고 또하나 기대가 현실로 추가된 부분이 있었는데
혁필화란 것이 어떻게 연습하고 그릴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과 도구들에 관한 설명들이 있었음 했는데
그또한 책에 짧게나마 자세히 들어있는 편이라
저자에게 고마워할 또하나의 부분이라 느꼈다.
사실 이 책은 혁필화가로써의 얘기가 주로 그려졌다기 보다는
호주로 이민간 저자의 자서전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혁필화에 대한 사랑과 삶과 함께 묻어있는
혁필화와 관련된 여러 일들이 책들에 있지만
결국 한 사람의 기록이자 기억이 책의 주된 바라 하겠다.
그의 나이를 얼추 꼽아보니 80이 넘은 분이시다.
책을 읽다보면 특별한 느낌을 주는 저자들과
어찌됐건 같이 호흡하며 시대를 살고는 있구나란 생각에
행복해질 때가 있는데 이 분의 책도 그러하면서도
실제 만약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진 않겠구나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게다가 먼 호주이지 않은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그의 혁필화와
내가 당신의 책을 잔잔한 감명을 받으며 읽었음을
직접 얘기나눌 기회가 있으면 영광이겠다는
상상을 해보며 책을 읽었던듯 싶다.
호주에서의 그의 삶은 정착하기까지 그리 편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생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느껴졌다.
그럼에도 예술의 감수성이 삶 전체를 지배해서일까
오닥지고 강인하게 잡초처럼 산 인생이라기 보다는
순응과 이해 그리고 많은걸 아우르는 포기까지
예술가적인 삶으로 그의 궤적이 읽혀졌다.
뭣보다 혁필화가로써 호주에서의 삶이라니.
대단하기도 하고 혁신적이기도 했다.
남들이 잘 안하는 분야를 넘어선 도전 이상의 것을
시도했고 일정 이상의 것들을 이룬 분 같았으니까.
그리고 왠지 고마웠다.
그가 선택한 삶이고 삶을 이어나가게 해준
수단이기도 했던 혁필화이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그 혁필화란 것의
아름다움과 소개란 측면에서
저자는 분명 일조를 한 삶을 사셨다고 느낀다.
내 기억속 혁필화는 돈이 되지 않았다.
나처럼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거의 구경하다 스쳐지나 갈 뿐
실제 혁필화 그림 자체를 구입해가는 사람이 많았거나
도리어 이건 팔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묘기같은 그림과 그 기술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정도란 기억이 떠오른다.
일필휘지처럼 순간 완성해내는 혁필화는
그 색감의 강렬함과 신기함도 오래 각인됐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외로이 한장한장 퍼포먼스처럼 보여지는 공간같기도 했다.
그런 기억속 혁필화란 것이
이렇게 머나먼 호주란 공간안에서
직업이 되고 그 삶이 한권의 책으로 담겨있다는게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
호주로의 여행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뵙고 싶다.
헌데, 우스개소리가 될 수도 있겠으나
한국인에게 정착과정 중에 큰 실망을 했던 경험을 가진 분이
생면부지의 한국인과의 일방적인 대면을 어찌 생각할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당신의 책과
혁필화에 대한 정성을 감명깊게 읽은 독자였다고
읽었던 책을 내밀며 짧은 대화라도 나눠보고 싶어진다.
고맙고 소중히 읽은 예술가의 삶으로 기억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