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년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한다. 이것으로 로마 제국 내에서 자행되던 기독교 박해는 종지부를 찍는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이 선택한 기독교에 배타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통치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기독교를 통한 로마제국의 통합을 위해 이교도들의 영웅을 앞잡이로 내세운다. 종종 이루어졌던 황제의 어느 연설에서 에리트리아의 여자 예언가(아폴로 신을 섬긴) 헤로필레의 시를 빌어 그들에게 자신의 영감을 전한다. 그 시구의 첫 글자를 나열하여 문장을 만들었고, 그것은 명백하게 그리스도의 강림을 의미하는 유희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시를 낭독한다. 그리고 이 무녀 헤로필레는 여자 예언자로서 기독교인들의 선조로 받아들여졌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그녀를 복자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12세기 말경 랑 성당의 건축가들은 정면에 에리트리아 여자 예언자를 조각했는데, 그녀의 발아래에는 경외 성서 시의 둘째 행이 새겨 있다. 그리고 4백년이 더 지나 미켈란젤로도 구약에 등장하는 4명의 예언자를 완성케 하는 4명의 다른 여자 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 그녀를 시스틴 성당의 천장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콘스탄티누스는 베르길리우스 또한 구세주의 영감을 받은 시인으로 선언한다. 남자아기의 탄생에 빗대어 황금시대의 도래를 노래한 그의 목가를 새롭게 해석한다. 그리고 베르길리우스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이교도의 신들에 대한 내용은 조용히 눈감아 버리고, 그 의도는 로마당국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외경을 제외시키고 오직 성서만을 주장했던 종교개혁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서의 자의적 해석과 예언행위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이전에 베르길리우스의 시구는 예언을 위해 운명의 여신에게 봉납된 사원에서 사용되었다. 콘스탄티누스 이후 역시 베르길리우스의 책은 성서와 함께 예언을 위해 인용되었다. 예언놀이는 16세기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17세기 영국 찰스 1세의 일화, 18세기 작품 로빈슨 크루소에서도 나타난다. 콘스탄티누스의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공식찬가가 있은 후 10세기가 흐른 뒤에 단테의 신곡에도 그 위엄을 드러낸다.

 

아득한 옛날 성 금요일에 콘스탄티누스가 발견한 것은 한 텍스트가 갖는 의미는 독서가의 능력과 욕망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대할 때 독자는 그 텍스트의 단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역사적으로 그 텍스트나 저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의문을 풀어 주는 메시지로 바꿔 버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텍스트에 독서가 자신의 환경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무지, 맹신, 지성, 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은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306p,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살만 루시디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망명의 비유를 본다고 한다. 파울로 코엘료와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도로시 보다는 마녀를 탐구하며, 개별자로서 본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오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그 텍스트 안에서 다른 의미와 비유, 메시지를 읽게 된다. 당시의 문해력, 지식, 감정, 환경 안에서 다른 독서를 한 경험을 갖는다. 확장이란 의미에서 독서가에게 주어진 긍정적인 면은 성찰과 성장, 안목의 향상과 같은 것들이다. 부정적인 면은 오독, 맹신, 편견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독서에 대해 성찰하는 장(Chapter)이었다.

 

한편, 오늘날도 망겔이 말하는 '무지, 맹신, 지성, 기만, 교활함, 그리고 계몽을 통해 원전과 똑같은 단어로 그 텍스트를 다시 쓰면서도 원본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말해 그것을 재창조해 내는' 작가들을 본다. 몇 년 전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보며 작가가 성서나 경전 그리고 일반화할 수 없는 사건이나 지식을 가져다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오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서나 경전의 경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어서 은유나 문학적인 인용 외에는 다른 의미로 재해석해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독서가야 어떻게 생각하든, 그러나 그것을 확장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면 말이 다르다. 조던 피터슨 책이 나오면 나는 답답해진다.

 


*오늘 마침 그와 관련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http://naver.me/G4rVJG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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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24 13: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12가지 법칙>읽었는데 올려주신 글과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니 더 깊이있게 봐야겠구나 싶네요. 지젝과 저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그레이스 2021-07-24 13:36   좋아요 4 | URL
독자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작가 중에 한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비판적 읽기 능력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과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저의 모자람때문에 속상해요 ㅠ

새파랑 2021-07-24 15:52   좋아요 4 | URL
와 저는 리뷰만 봐도 완전 어려운거 같아요 ㅜㅜ 이걸 읽으시는 두분은👍👍

그레이스 2021-07-24 16:1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께는 전혀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이 엄청 예뻐졌네요^^

그레이스 2021-07-24 16:15   좋아요 4 | URL
구판으로 갖고 계신가봐요^^
예 디자인 예뻐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15   좋아요 4 | URL
네 대학교재 같은 디자인이에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4 16:17   좋아요 5 | URL
저도 그 책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가 새로 구매했어요^^

그렇게혜윰 2021-07-24 16:19   좋아요 5 | URL
전 밤의도서관 처음 읽고 반해서 그 다음 책이 독서의역사였어요. 딩~~~했지만 망구엘 팬이 되어버렸죠. 이후 책은 다 사고 있어요. 다 읽는 건 아닌 건 아시죠?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4 16:20   좋아요 5 | URL
저도 비슷합니다^^

mini74 2021-07-24 1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만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 ㅎㅎ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세 번은 읽은 듯 합니다. 종이글이라면 줄 그으면서 읽을텐데요 ㅎㅎ *^^*

그레이스 2021-07-24 18:15   좋아요 3 | URL
제가 어렵게 썼나봐요 ㅠ
원래 이해를 잘 못하면 쉽게 전달 못하는데...그런듯요
아마 책은 잘 읽힐거예요^^

mini74 2021-07-24 17:39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그레이스님 ~ 사실은
제가 요즘 고민하는 것에 대한 해답? 비슷한 생각이 담겨 있어서 꼼꼼하게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07-24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도 읽을 때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르긴 해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요.
더운 밤입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24 23:07   좋아요 2 | URL
예 맞습니다~^^

바람돌이 2021-07-25 0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 오늘 끝내주는 괴물들 읽었는데요. 책소개보고 가볍게 생각하고 들었다가 생각보다 훨신 진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분의 다른 책들도 급관심이 갔는데 그레이스님 글 보니 더 읽고싶어지네요.

그레이스 2021-07-25 07:58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이 글은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희선 2021-07-27 0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아주 새롭게 보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까 하기도 하는군요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좀 다르게 생각한 건 아닌가 할 때도 있네요 저도 잘못 본 거 많을 듯합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1-07-27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아주 아우라가 느껴져요. 성서 경전이 나오는 걸 보니 왠지 어려운 것 같은데요.ㅎ

그레이스 2021-07-27 17:41   좋아요 2 | URL
그렇지 않아요^^
이 장은 아주 일부이고 독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