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23
멍개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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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발전해온 과정을 거꾸로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를 거쳐 이집트를 찾았고 이들과 겨루었던 페르시아를 비롯하여 바빌로니아의 근거지 이란을 찾아갈 계획이었지만, 국제정세가 여의치 않아서 기회를 놓쳤고, 다시 코로나사태로 기약 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는 고대문명 찾아가기라는 숙제에 도움이 되는 만화읽기였습니다. 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5천년 경에 시작된 지금까지 알려진 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명입니다. 이보다 오래된 문명이 밝혀지지 않은 관계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왕관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직까지 밝혀진 바로는 최초의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에 얻은 영예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에게도 단군신화가 있듯이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신화가 전해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는 유럽문화의 근본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에서도 문명의 기원 등에 관한 신화가 전해 내려왔을 터이나 우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역적으로 보아 수메르 문명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명멸했던 다양한 인류 집단을 통하여 전해졌을 터이라서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의 문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는 인류 최초인 수메르에 전해오던 신화를 만화로 소개하면서 이집트, 그리스, 유대 등의 신화 등을 수메르 신화와 비교했습니다. 1최초의 문명을 찾아서를 시작으로 모두 24화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로 수메르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신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작가는 신화학뿐만 아니라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영역의 앎을 바탕으로 수메르 문명의 뛰어난 점을 소개합니다. 수메르 문명은 천체물리학의 영역에서도 놀랄 정도로 발전해있었다고 합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외계인으로부터 발전된 문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면 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수메르와 무관한 중남미의 마야문명 과 잉카문명, 그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 역시 외계인이 건설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메르 문명이 외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 역시 고대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태양계 이외의 외계 행성이 태양계로 진입하였다는 해석은 근대에 들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도구의 도움 없이 맨눈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하여 그 움직임을 모식화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이집트 시대에도 중동지방과 교류와 충돌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은 것을 보면 수메르 신화가 이집트, 유대, 그리스 신화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신 혹은 신들이 인류를 창조했다는 생각은 구약의 창세기에서 비롯되었는데, 수메르 신화에서도 신과 원숭이의 배아이식을 통하여 창조되었다는 설명은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가능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기술로 신화를 해석하려는 무리수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시도한 수메르 신화의 해석이 학술적인 접근이 아니므로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군 신화를 비롯하여 그리스 신화 등에서 등장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선진문물을 가진 이주민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신이라고 믿었던 존재들이 또 다른 인간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이었던 수메르 신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설명하려는 생각은 기발한 것 같습니다. 수메르 문명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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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0
강인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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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민족은 단일민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항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이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은 유라시이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제목을 보면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가정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오히려 다채로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입니다.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한국인은 유라시아 초원 어딘가에서 내려왔을까?’한국인이 정말 그렇게 먼 곳이랑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이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문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주제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1. 고조선으로 대표되는 만주의 청동기시대, 2. 유라사이 초원의 유목문화, 3. 동해안을 따라 이루어진 교류의 루트, 4.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DNA연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기원에 관한 생각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에 순수한 단일민족은 없고 우리의 고향은 한 곳으로 특정할 수 없다. 수만년 간 이 땅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떠나면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뿌리내리고,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여러 이웃과 함께 했다. , 한민족의 기원은 다양한 지역과 교류하면서 이 땅에 적응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은 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특성이나 중국 사서에 남아 있는 우리 민족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유라시아 곳곳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와 한반도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를 비교하여 유사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운 역사책에서는 대한민국은 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에 더하여 가야에 뿌리를 둔다고 하였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뿌리가 같으나 신라와 가야와는 다른 것으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아있는 역사서라는 것도 기록한 이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고학이나 고생물학의 연구 성과는 상당한 근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압록강 너머에 있던 고구려나 그로부터 갈라진 백제가 한반도로 이주해왔을 때 남한 지역에는 마한 변한 진한의 세력이 흩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동남쪽에서 출발한 신라와 북방에서 내려온 백제가 이들 세력을 차례로 통합하면서 통일된 왕국이 성립되었던 것을 보면 만주와 한반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고 이들 또한 어디로부터인지 이주해왔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청동기 유적을 보면 우리민족은 중국의 한족과는 뿌리가 다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고조선의 청동기문화는 유라시아 평원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 신라시대의 황금 유물 역시 유라시아 평원의 그것과 흡사한 것을 보면 유라시아 초원에서 살던 무리들이 동쪽으로 이주하여 한반도에 거주하던 선주민들과 합류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DNA검사는 유골을 비롯한 고대인들의 신체가 있어야 가능한 작업인데 한반도의 지질이 산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대인의 유골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유라시아 곳곳에서 발굴되는 고고학적 성과와 우리의 뿌리가 묻혀있는 한반도의 고고학적 성과를 비교하는 고고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우리의 뿌리를 밝혀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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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먹는 기분 - 정은 산문집
정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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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여행에 대한 생각들을 찾아 읽는 것도 무언가를 배우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읽다보면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정은 작가의 <기내식을 먹는 기분>이 그랬습니다.


작가는 서문에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비행기 표를 샀다고 했습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을 쳐야 했던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탄다고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나 자신은 어디에 가든지 나와 함께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비행기가 떠오르는 순간 후회한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면 한두 달 머물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15년이나 이어왔다고 합니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부평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비행기가 떠오르자마자 마음속으로 하차하고 싶다는 생각이 맹렬하게 일어난다고도 했습니다. 하차라는 단어가 어색하기는 합니다만 비행기에서 내린다는 의미의 사전적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 착륙중인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다는 이유로 비상구를 열어 제킨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활주로에 닿기도 전에 비상구를 연다고 당장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승무원이 기내식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는 충동과의 싸움이 가라앉는다고 했습니다. 기내식이 맛있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기내식을 여는 순간 경건해진다고 했습니다. 기내식을 먹는 기분은 이것이 마지막 식사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도 했습니다. 지상의 어느 식당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라고 했지만, 배위에서 먹는 식사도 마찬가지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배위에서는 승무원이 식사를 나누어주지 않는다는 차이는 있겠습니다.


기내식을 먹고 나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고 살아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잠이 온다고 했습니다만, 비행기 사고는 확률적으로 하늘에 떠있을 때보다 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 더 많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서문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여행 산문과는 다른 무엇을 담아내보려는 작가적 의도가 느껴지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느낌은 본문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기내식을 먹는 기분>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길의 뒷모습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여행하면서, ‘2부 빛의 도시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3부 도시의 지문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4부 사랑의 방은 국내에 머물면서 느낀 단상들을 적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여행하게 된 것은 순례자의 길을 걷고 나면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기는 예스24의 검색창에 산티아고를 넣으면 무려 420개나 되는 책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여행이 작가의 길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여행한 것이 소망하던 작가의 길로 안내하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작가가 되기 위하여 15년이나 해외여행에 투자를 해야 했던 것을 보면 집념과 인내심이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인이라는 단어가 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대목에서 산티아고에서 불교신자라더니 인도에서는 무신론자에 가깝다는 고백을 보면 수미일관하지 못한 글쓰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시경을 하러 동네 내과에 갔을 때 원장선생님께서 그걸 꼭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순례자의 길이 끝나는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피스테라까지 걸어가서 대서양으로 지는 해를 꼭 보아야 했다는 설명에 필요했기 때문에 만든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행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화보에 담은 많은 흑백사진과 색조사진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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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 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가 들려주는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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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화를 낼 일이 많아집니다. 예를 들면 산책길에서 다들 우측통행을 하는데 굳이 좌측 통행을 하면서 마치 비키라는 듯이 돌진해오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곤 합니다. 앞에 오는 사람이 알아서 피해갈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남에게 불편을 끼치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한번은 개를 끌고 오면서 비켜가지 않는다고 대놓고 투덜거리는 중년 아줌마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이런 사람을 만나 투덜거리면 나이 들면서 화가 늘었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아내는 공연히 화를 끓이면 나만 손해라고 다독이곤 합니다만, 꼭 한 마디 투덜거리곤 합니다. X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했던가요?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대충 살면 되겠습니다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우측통행을 고집하곤 합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끓이곤 하는 저에게 안성맞춤한 책을 만났습니다. 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가 쓴 <화에 대하여>입니다. 인간의 라는 감정에 대하여 서술한 첫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세네카는 평소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의 부탁으로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네카는 화란 도대체 무엇이며, 우리는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화는 우리 인생에서 과연 필요한 것인지, 화는 인간의 본성인지, 화를 낼 떼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가는 지, 화의 대한 해악은 어느 정도인지, 화는 애초부터 싹을 자를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연 화는 어떻게 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합니다.


스페인 여행에서 찾은 코로도바에서 세네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세네카는 로마제국 직할이었던 에스파냐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따라 로마로 이주했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정치에 뜻을 두었지만, 폐결핵, 우울증 등 건강문제로 34살에 이르러서야 뜻을 이루었습니다. 그마저도 메살리나 여제의 음모와 연루되어 클라우디우스황제에 의하여 코르시카로 유배되었습니다. <화에 대하여>는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저술하였습니다.


고대 로마제국 시절 사람들은 현대인들보더 더 화를 잘 냈다고 합니다. 세상을 지배한 로마제국이니만큼 돈이 많고 호화롭게 살아 삶이 편안하고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내막을 보면 반대였다는 것입니다. 화는 기대치의 수준에 따라 비례하기 때문에 고대 로마제국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남들이 가진 것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자신의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dksgr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앞서 있다고 혹은 자기보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신들에게도 화를 낸다.(25)”는 대목이 화의 근본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당시 의술에 관하여 주목할 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가벼운 질환을 치료할 때는 간단한 식이요법으로 시작하는데, 환자의 생활방식을 바로 잡아 몸을 튼튼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차도가 없으면 단식으로 몸의 부담을 덜기도 하는데, 이도 듣지 않는 경우에는 사혈요법을 하고, 필요하다면 절제술을 적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건강을 찾기 위해 질병의 힘을 빌려야 한다면 그것은 형편없는 치료법이다.(57)” 그런가 하면 병중에 자제심을 잃어버린 것을 경험했던 사람은 자신의 상태가 안 좋을 때 하는 말을 들어주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한다(187)”라는 대목은 저도 역시 새겨두기로 했습니다.


나날이 늘어가기만 하는 화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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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라인 1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김청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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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너무 많은 작품들을 만나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거나 특별하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작품을 제외하고는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 미상의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목판화를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루브르박물관에서 이틀이나(?) 보낸 저의 기억에는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작가 볼프람 프라이쉬하우어는 그렇지 않았던가 봅니다. 1986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이 작품의 배경을 추적한 끝에 <퍼플라인>을 썼다고 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그림을 보니 의문을 가질 만도 합니다. 욕조에 두 여인이 들어가 있는데, 한 여인은 다른 여인의 젖꼭지를 꼬집는 듯하고, 그 여인은 반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있는 묘한 상황입니다. 가브리엘 데스트레 자매라고 합니다.


작가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요소는 그림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역사를 자세하게 알지 못한 저로서는 그저 묘한 그림이라 생각하고 말았겠습니다만, 가브리엘 데스트레는 부르봉 왕조를 개창한 앙리4세의 정부였고, 임신6개월째 왕비로 승격되기 직전에 죽음을 맞은 여인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6세기 프랑스는 가톨릭과 위그노파로 대표되는 신교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선 때였습니다. 신교를 믿는 앙리4세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스페인의 가톨릭 세력과 전투를 치러야 했고, 로마교황청과의 정치적 알력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작가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죽음을 뒤쫓은 400년 전의 자료를 건네받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과 확인한 내용을 이야기로 꾸미는 액자소설의 형태로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죽음을 확인합니다. 그녀의 죽음에는 심지어 앙리4세를 포함하여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음모론과 임신6개월에 불의의 자간증으로 죽음을 맞은 것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자간증은 임신20주 이후에 고혈압이 나타나고 소변에 단백질이 배출되는 전자간증, 즉 임신중독증에서 비롯됩니다. 전자간증을 방치하다보면 분만전후 혹은 임신말기에 전신의 경련발작을 일으키고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하는데, 임산부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입니다. 출혈이나 감염과 함께 중요한 임신중 모성사망의 3대 원인이기도 합니다. 저도 수련의 시절에 전자간증 환자를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자간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임신6개월에 자간증으로 발전하여 죽음을 맞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까닭에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599년에 일어난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죽음의 원인을 추적한 19세기 역사가 모르슈타트의 미완성 연구결과를 완성하는 형태의 겉소설과 모르슈타트의 원고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브리엘 데스트레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속소설을 이루고 있습니다.


앙리4세와 가브리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당시 프랑스 사회의 성관념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잡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를 비롯하여 <욕조 속의 가브리엘 데스트레> <목욕 중인 다이아나> 등 여러 미술작품들이 등장하는데 화가가 밝혀진 것도 있지만 작가 미상의 것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같은 분위기의 작품이 십여점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원작을 바탕으로 그린 모작이 여럿인 셈입니다. 모작은 습작의 형태로 그려진 것도 있지만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그린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가브리엘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의문을 풀어내려는 작가의 시도가 충분한 결과를 얻었는지는 아직 분명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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