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 프랑코 바잘리아와 정신보건 혁명
존 풋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읽은 정유정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 https://blog.naver.com/neuro412/221980392195>를 읽으면서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상황에 몸서리를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요양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진료의 질수준을 평가하는 업무 가운데는 정신요양기관에서 하는 내용이 4항목이나 됩니다. 따라서 정신요양기관에 입원가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다양한 문제에 관심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업무를 하기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을 읽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을 요양기관에 수용한 것은 그들로 인해 정상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격리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합니다. 정신병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을 때는 환자들을 폭력으로 진정시키려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에 이르러 정신의학이 발전하면서 이들을 수용시설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다보니 더 황당해지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18세기에 이미 수용시설에 가둔 정신병 환자를 해방시켰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20세기, 그것도 후반에 들어서야 폐쇄병동을 개방하는 조치를 마련하는데 적지 않게 힘이 들었다니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정상인 사람들의 삶을 보호하려다보니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의료가 정신요양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경향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아무래도 획일적이고 변화에 무딘 경향이 있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구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신요양기관에서 구금과 압박 등 비인간적인 대우가 만연했던가 봅니다. 그런데 증상이 심한 정신병환자들을 폐쇄병동에 가두어두는 것이 치료효과가 별로 나을 것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되면서 폐쇄병동을 개방하는 정책이 수행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폐쇄병동을 개방하는 정책을 실현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은 프랑코 바잘리아라고 하는 정신의학과 의사로,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 마을인 고리치아에 있는 정신질환자 보호소에 책임자로 부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 고리치아의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 “죽음의 냄새, 똥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정말일까 싶겠습니다만, 제가 정신요양기관의 질평가를 수행하면서 방문했던 국내의 정신병원 한곳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의과대학에 다닐 때 주말마다 나가던 시설에서 그런 냄새에 익숙해있지 않았더라면 병실에서 튀어나갔을 것입니다.

정유정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정신요양기관이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만, 얼마 전에 정신요양기관에서 환자가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을 보면 환자의 인권이 침해를 받는 그런 상황이 근절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에서의 정신과 폐쇄병동을 개방하는 조치는 정치적 상황과 많이 맞물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도한 집단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환자를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관심을 쏟다보니 환자가 퇴원해서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상황이 생기는 바람에 사회적 호응을 얻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불특정한 사람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생기면 꼭 정신과 병력을 언급하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신과 병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는 심각한 수준의 개인정보로 간주하여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정신요양기관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거나 숨기려하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일찍 발견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0-07-1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아직도 중세나 근대에 사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처음처럼 2020-07-28 20: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래도 많은 진보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