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 - 건축가 엄마와 함께
최경숙 지음 / 라의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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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도쿄 산책자>에서는 재일교포인 강상중교수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쿄 거리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추론해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쿄는 그렇다고 쳐도 서울은 조선왕조에서부터 한 나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건물 마다 사연이 넘쳐날 것 같습니다.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는 서울의 옛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엄마의 서울 도심탐험에는 저자의 두 따님이 함께 하면서 이야깃거리도 만들고 엄마의 도심산책에 활기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자는 아직 어린 따님들에게 서울의 역사와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인데, 따님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남겨놓았으니 언젠가는 읽어볼 날이 오겠지요.


저자는 서울의 옛도심, 그러니까 4대문 안의 옛길을 걸으면서 남아있는 건물, 혹은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은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부암동에서 시작하여, 낙산성곽길, 서촌, 성북동, 북촌, 정동과 덕수궁, 한양 그리고 경성과 서울 등으로 나누어 볼거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역사도시 서울은 걸어야 잘 보인다. 걸으면서 숨어 있는 역사의 켜들을 줌인해 들여다보고 그 공간을 애써 찾고 지켜온 사람들의 수고에 공감하다보면, 서울이 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13)” 역사적 장소에 얽히 이야기는 물론 풍부한 사진, 그리고 해당지역에 관한 조선화, 등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곁들여 놓았습니다.


필자 역시 19여 년 전에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이라는 책자를 통하여 서울 도심은 물론 서울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곳을 따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에 나오는 역사적 장소 역시 돌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도심을 걷는데 방점이 찍히는 걷기였다고 한다면,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에서는 걷기보다는 역사의 한 장면에 담긴 현장을 직접 답사해보는데 방점이 찍히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사실 서울처럼 빠르게 변모해온 도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식민지배 기간 중에 일제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역사적 장소들을 훼손하는데 앞장섰던 것이며, 해방 후에도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한다는 허울을 덮어씌우고 우리민족 스스로의 손으로 역사적 장소들을 지워버렸던 것입니다.


누리망 지도를 통하여 제가 서울에 올라와 살았던 장소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곳이 옛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역사적 유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우리 국민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저자의 답사길을 녹록치가 않았던가 봅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서울 옛길에 켜켜이 숨겨진 이야기와 맞딱드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도 쳔치도 않았다. 어느 곳 하나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심결에 지나던 거리와 궁궐, 건물 곳곳에 그 흔적들이 흔뿌려져 있었다. 그 일상을 당연하게 살았던 나를 되돌아보면서 때로 울컥하고 때로 안타까워하고 때로 위로 받기도 했다.(5-6)”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좋은 책읽기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의 개정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새로 나온 책을 사서 서울 도심을 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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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세계사 -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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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니 술과 함께 한 세월도 갑자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거리도 적지 않아서 언젠가 정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은 듯, 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어 무엇을 주제로 삼아야 할까 고민입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제목이나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설명 모두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술에 만취한 인간들의 역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나는 안타깝게도 만취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만취의 역사를 쓰려는 사람이 하는 말로는 황당한 고백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라고 머리말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음주 전체의 역사는 인류의 전체 역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역사상 특정 시점을 선택하여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만취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술 취한 원숭이의 출현에서는 인간이 술을 발견하고 만들어 마시게 된 이야기로부터 출발합니다. 즉 음주의 시작을 밝히려는 노력입니다. 2부 고대 세계의 음주에서는 이집트, 그리스, 중국, 로마 등 고대세계의 사람들의 음주, 아니 만취 행태를 소개합니다. ‘성경은 술을 금하지 않았다는 7장은 특정 시대의 문명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다루었다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3부 코란, 바이킹, 맥줏집 그리고 풀케에서는 암흑시대의 게르만, 바이킹, 중세 영국, 아즈텍 등, 중세 문명의 만취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이슬람 세계의 음주행태가 소개되는 것은 2부에서 기독교문명의 음주행태를 다룬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별도로 떼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4부 금주의 정치학에서는 근대의 영국, 호주, 미국, 러시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금주법을 시행한 이후로의 음주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역시 금주법을 시행했던 나라들이 적지 않은 만큼 따로 떼어내는 편이 좋았겠습니다.


이 책이 술의 역사는 아니지만 문명별로 특색이 있는 술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특히 기상천외할 음주행태가 소개되고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마크 포사이스는 열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음주에 관한 방대하고 실증적인 자료를 조사해왔다고 합니다. 그것들을 정리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는데, 원서의 제목은 <A shot history of drunkenness>입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만취의 짧은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 적은 이 책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인데, <술에 취한 세계사>라는 우리말 제목은 저자의 기획의도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인간의 음주행태에 관한 저자의 자료조사는 물론 선사시대로부터 세계 곳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아즈텍 등 대표적 문명에만 국한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조금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해석도 적극적으로 소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한 추정을 바탕으로 하여 확대해석하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448년에 훈족의 왕 아틸라를 만난 기록입니다. 아틸라의 시대에는 그리스가 아니라 동로마제국이라 함이 옳겠습니다. 프리스코스가 아틸라의 연회를 소개한 것은 흥미로운 읽을거리였습니다만, ‘그후 프리스코스는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가 역사책을 썼고 아틸라는 코피를 흘리다 죽었다라는 대목이 사족처럼 보였습니다. 아틸라가 암살을 당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동로마의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남긴 아틸라가 평소에도 과음을 즐겼다. 새 부인과 첫날밤을 맞은 그날도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그는 코피를 굉장히 많이 흘려 목이 막혀 죽었다는 기록이나, 고트족 역사가 요르다네스가 적은 아틸라가 술에 취한 후 침대에 잠이 들었을 때 그의 코에서 선명한 피가 흘렀는데, 그 피가 목으로 들어가 그를 질식케 했다는 내용에 따라 자연사로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덕분에 지금 쓰고 있는 호주 여행기에 읽을거리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혹시 술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면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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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 일상에 유쾌하고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32가지 노년의 지혜
버나드 오티스 지음, 박선령 옮김 / 검둥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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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상세한 진찰을 받는 중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곳저곳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심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쥐고 있던 화두가 우아하게 나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은 그런 화두에 걸 맞는 책읽기였습니다.


일상에 유쾌하고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32가지 노년의 지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자는 65년에 걸쳐 식품 공급시설 기획과 홍보 관리를 하면서 자문도 하는 버나드 오티스씨입니다. 부인이 별세한 뒤에는 요양원에 거처하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머리말 같은 헌사에서는 아내 안나에 대하여 감사하는 뜻을 절절하게 담았습니다. ‘시작합니다에서는 여든다섯이 되어 이 책을 쓰게 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이 일을 잘해낸다면, 여러분은 내가 인생 여정이라고 부르는 노화 과정에 대해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거이다. 이 통찰력을 이용하면 졺은 독자들은 적절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좀 나이가 든 독자들은 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15)”


그는 독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는 것들을 나열하고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기 바란다. 내 얘기가 매우 유익하고 고무적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는 이에게 노년을 행복하게 사는 비법을 조언하는 데 있어 가르치려들지 않고 농담을 섞어가면서 조곤조곤 속삭이듯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 책읽기에 저절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중간 중간에 유명 인사들의 금언을 인용해놓았고, 적당한 지점에 만담들을 늘어놓아 숨을 돌릴 여유도 만들어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마흔은 청춘의 노년이고, 쉰 살은 노년의 청춘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지은이 자신의 나이를 고려한 듯 그렇다면 쉰 살 이후의 모든 순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라는 대응구를 붙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처지가 바로 이와 같을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로사라는 사인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만, 미국의 경우는 부고 기사 중에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저는 아직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삶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강하자는 내용의 글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제 현실이 조금은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 나오는 인생의 일곱 가지 단계는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길어서 의아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가가 원전에 나오는 대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독후감을 쓰기 위하여 목차를 뒤적이면서 찾아낸 구절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족들은 당신이 아프다는 사실에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자신과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상처받는다는 대목입니다. 저는 오늘 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상소견이 나온 검사를 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도 알렸고, 정밀검사를 할 계획도 알렸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알릴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놓았던 일들을 조금씩 정리해두곤 했습니다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았던 것들을 빨리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한 유산상속 계획, 의료기록의 통합 정리, 가족들의 병력 정리 등의 일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정리해놓은 32가지나 되는 노년의 지혜를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방법일 뿐 아니라 우아하게 죽음을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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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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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난 뒤로는 서울의 옛 도심에 갈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도심은 물론 변두리의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서울 도심걷기에 다시 나설 것 같기도 합니다. 산책 삼아 도심을 걷는다면 일상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코에는 학회와 출장 때문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철과 걸어서 도시를 구경한 적도 있습니다. 확실히 도쿄와 서울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도쿄 산책자>는 도쿄를 방문한다면 유념해서 볼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책을 쓴 강상중 교수는 규슈의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세이가쿠인대학 교수입니다. 젊어서는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했는데, 21살이 되던 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서울을 찾았을 무렵, 저 역시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눈에는 서울이 도쿄의 어두운 그림자로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하철1호선 공사가 막 시작되는 등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였습니다.


필자가 도쿄에 처음 가본 것은 2003년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거품경제가 막바지에 올라있던 시절이고,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흘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재해가 덮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 산책자>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쿄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의 깊숙한 면모를 살펴보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젊었을 적에 고민했던 정체성의 문제를 짚었는데, “인간 누구나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감이 없음을 부정하기 않아도 됩니다. 그것을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27)”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도시라는 것입니다.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인데, 도시란 바로 그런 타자를 만나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도쿄에 가본 것도 몇 번 되지 않는데다가 업무 차 간 것이라서 제대로 구경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메이지신궁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자가 찾아간 곳이 모두 생소한 까닭에 저자가 느낀 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도시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배운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학생 때는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흔히 인생의 전기가 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사람을 순수하게 보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46)”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쇼와 중기까지 활동한 철학자 미키 기요시(三木淸)가 쓴 인생론 노트(人生論 -)(1947)에서 읽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세요라는 대목을 기억해냈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 전부터 들어 알고 있던 말입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조금 있으신 편입니다만, 시대적 배경이 거의 비슷한 까닭인지 인용하는 것들이 익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일본적인 것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배경의 차이 때문인지 금세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특정한 장소로부터 떠올리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산책삼아 길을 나섰다기보다는 우연한 일로 가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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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에 취하다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손대현.장희정 지음 / 조선앤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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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매사를 빨리빨리 처리하는 편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단순해지고, 매사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느린 삶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슬로시티에 취하다>를 읽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습니다. 이 책은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인 손대현교수와 사무총장인 장희정교수가 함께 썼습니다. 2010년에 열린 국제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의 개최에 즈음하여 슬로시티운동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서문에 요약해놓은 이 책의 얼개를 옮겨놓으면, “<슬로시티에 취하다>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슬로시티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슬로시티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그 마을에 가고 싶다를 테마로 국내의 국제슬로시티를, 4장에서는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는 이름으로 국외의 국제슬로시티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전통 발효식품의 왕국인 한국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본다.


슬로시티 운동은 1986년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탈리아 로마에 매장을 연 것에 대하여 반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저항운동에서 시작되었다. 199910월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시장을 비롯한 몇몇 시장들이 모여 달콤한 인생의 미래를 염려하는 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 운동을 출범시켰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핵심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202212월 기준 33개 국가의 287개 마을이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가입했으며 2022년까지 신안, 완도, 장흥, 담양, 하동, 예산, 전주,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안, 영양, 김해, 서천, 목포, 춘천 등 17개 시,군이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자연+전통+공동체를 통한 상생과 조화로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속발전이 가능하게 하려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슬로시티연맹게 가입하면 인증서를 받게 되는데, 그 인증서에는 이런 시가 쓰여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진수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 생명의 삶이 숨 쉬는 고장 / 마당과 극장과 가게와 다방과 식당 / 영혼이 깃든 장소들이 가득하며 / 온화한 풍경과 숙련된 장인들이 사는 고장 / 계절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 맛과 영양 의식의 자발성이 존중되며 / 산물의 자연성에 율동, 리듬에 맞춰 / 여전히 느림을 알며 /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장/ -2007121일 그레베 인 키안티


느림의 미학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느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한다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채은 다닐로 자넹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해서 실감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구글을 이끄는 에릭 슈미트 회장이 펜실베니아 대학의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한 축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그 어떤 것도 손자가 첫 발걸음을 땔 때 손을 잡아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없다.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면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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