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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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남프랑스의 니스에 다녀왔습니다. 니스의 해변을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40여 년 전에 즐겨 듣던 김만준의 노래 <모모>를 떠올렸습니다.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라는 가사 때문입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끌 무렵에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역시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에 등장하는 모모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모인 줄 알았습니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에 생>에 나오는 모모라는 설명을 듣고 바로 잡긴 했습니다만 에밀 아자르의 소설을 바로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니스를 다녀와서는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밀 아자르는 42살이 되던 해에 발표한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의 필명입니다. 로맹 가리는 60살이 되던 해 자신의 이름으로 <밤은 고요할 것이다>를, 샤탕 보가트라는 필명으로 <스테파니의 초상들>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열렬한 포옹>을 발표했고, 61살에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했는데, <자기 앞의 생>이 다시 공쿠르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한 작가에게 한번 밖에 수여하지 않는 공쿠르상을 두 번 받은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로맹 가리는 조카로 하여금 에밀 아자르의 공쿠르상 수상을 거절한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수상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파리의 멜빌에 있는 아파트에서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로자 아줌마 손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창녀들이 자기 아이를 직접 기를 수 없도록 법으로 금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태인인 로자 아줌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 고통을 받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아이나 이슬람 신자인 모모를 돌보는 것처럼 맡겨진 아이들에게 편견이 없는 것이 독특합니다. 심지어는 아이를 맡긴 부모가 양육비를 보내지 않아도 시설로 아이를 보내지 않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는 로자 아줌마의 돌봄을 받은 모모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로자 아줌마를 돌보는 처지로 변하게 되는데, 로자 아줌마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기 싫다는 것입니다. 로자 아줌마는 모모가 창녀들과 연관된 직업이 아니라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도록 키워갑니다. 로자 아줌마가 죽음을 맞는 과정을 보면 모모와 로자 아줌마를 둘러싸고 있는 이웃들의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데, 요즘 이런 동네가 어디 있겠나 싶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니스와 특별한 연관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가 니스에 관하여 이야기해주는 대목이 있는데, ‘나는 그곳에 있다는 미모사 숲이며 종려나무들을 무척 좋아했고,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는 것처럼 날개를 파닥인다는 흰 새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했다.(49쪽)’는 부분,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300쪽)’는 대목 등은 김만준의 노래 <모모>에서도 인용된 부분입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단 것을 /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 모모는 철부지 모모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라는 노랫말의 핵심이 이 책에서 온 것은 잘 알겠는데, 모모가 환상가라거나 방랑자, 철부지라고 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174쪽)’라고 적은 부분을 보면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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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4-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은 저도 감명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로맹 가리에 얽힌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영상도 있으니, 재미삼아 한번 구경해 보세요~
https://youtu.be/vKy0n0XDJMM

처음처럼 2020-04-12 09:51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군요. ^^*

oren 2020-04-12 21:13   좋아요 0 | URL
저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쭈욱 알라딘에 머물러 있었답니다.^^

처음처럼 2020-04-13 20:03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 알리딘에 블로그를 만들었는지 찾아봐야 하겠네요... 10년쯤 되는지....